동행 – 철거민④ 보문5구역 최초의 강제철거, ”철거민도 인권도 그냥 투명인간“
동행 – 철거민④ 보문5구역 최초의 강제철거, ”철거민도 인권도 그냥 투명인간“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1.04.15 19:07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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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벼락 치듯 그냥 맨손으로 내쫓기는 심정은 아무도 모른다“는 박옥순 할머니
"강제 철거에는 인권 따위 없더라" 증언 쏟아져

[에브리뉴스=정유진 기자]15일 오전 8시도 되기 전, 보문5구역에 사시는 박옥순 할머니는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날씨에 옷조차 제대로 입지 못했는데 본인 집 화장실을 쓰겠다는 말조차 묵살당하고, 지갑이나 핸드폰은 물론 마스크조차 챙기지 못한 채 철거원들에 의해 본인 집에서 쫓겨났다. 

15일 오전 철거가 집행되는 현장을 포착한 장면. 박옥순 할머니는 철거가 집행된 집에서 거의 평생을 사셨다. 사진=조용자 회원 제공
15일 오전 박옥순 할머니의 집에 철거가 집행되는 현장을 포착한 장면. 가운데 붉은 옷의 박옥순 할머니는 철거가 집행된 집에서 거의 평생을 사셨다. 사진=조용자 회원 제공

보문5구역 김남희 대책위원장은 ”몸도 아프신 할머니 집뿐만 아니라 우리 대책위 사무실, 강신후 회원님 가게도 싹 쓸어갔다. 아침 일찍부터 가타부타 말도 없이 문 따고 쳐들어가서 사람이 있든 없든 가재도구를 빠짐없이 빼내는 작업이 진행됐다“며, ”지금이 2021년도인데, 인권이라는 것이 아예 없다고 느껴지니까...정말 너무나 망연하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한차례 철거 용역들이 쓸고 지나가자 박옥순 할머니와 보문5구역 대책위원회 일동은 재개발 인허가를 내어준 서울시 성북구 성북구청 주거정비과 사무실로 달려가 ”이승로 구청장을 만나게 해달라“, ”철거민 이주 대책부터 마련하라“ 등의 요구사항을 목놓아 외쳤지만, 성북구청 주거정비과 측은 ”우린 법대로 했다“, ”국토교통부에 가서 직접 법을 바꾸세요“라는 말만 반복하며 오늘 있었던 철거 집행은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절차'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조용자 회원은 "주거정비과 사무실 사람들을 향해 '앉아서 펜대만 굴리고 있으면 뭐하냐. 나랏돈 받는 공무원이면 진짜 민생을 봐야 할 것 아니냐', '철거민이 이렇게 발생을 했는데 어떻게 아무 대응이 없냐'고 했다"며, 그러나 "그들의 '입 닫고 귀 닫고 있는'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고, 심지어 주거정비과 사무실 한쪽에서는 공무원 중 일부가 태연히 민원인에게서 민원을 받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성북구청 주거정비과 사무실 앞 복도에서 배수진을 치고 투쟁가를 부르며 이승로 구청장이 직접 나와 대화할 것을 요구하는 보문5구역 대책위원회 회원들 사진=정유진 기자
성북구청 주거정비과 사무실 앞 복도에서 배수진을 친 보문5구역 대책위원회 회원들 사진=정유진 기자

구청장실이 있는 성북구청 6층은 외부인은 아예 진입 자체가 불가한 곳이어서 대책위 회원들은 목소리를 높여 투쟁가를 부르고 “이승로 나와라”, “철거민도 사람이다”라고 외치거나 벽이나 바닥을 두들기는 수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주거정비과 측 공무원들은 “구청장님 지금 자리에 안 계신다”, “구청장실에는 방음 처리가 되어있어 어차피 안 들린다”고 일축할 뿐이었다.

오늘 당장 갈 곳도 없어 모텔에 갈 것을 구청 측에서 제안받았다는 박옥순 할머니는 “이렇게 억울할 데가 없어요, 도대체 어디에 하소연하나. 60년 넘게 산 엄연한 내 집에서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죄수처럼 느닷없이 몸만 끌려 나왔다”며, “시커먼 옷 입은 수십 명이 벌떼처럼 몰려와 놀란 나더러 그저 나가라고, 나가라고만...설사 내가 진짜 죄인이어도 그렇게는 안 할 것”이라 말했다.

금일 박옥순 할머니와 함께 본인이 운영하던 옷 가게가 철거당한 강신후 회원은 “철거 48시간 전에 고지한다는 것도 우리한테 ‘알려줄 의무가 없어 안 알려줬다’고 하더라. 그리고 인권지킴이? 오늘 아침 철거 현장에서 인권지킴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있던 건 구청 직원들이었다”며, “재개발조합, 경찰, 구청 다 한패고, 우리만 서민이라는 죄로 급작스럽게 내 터전, 쌓아온 삶의 가치, 이웃사촌과 나눈 정들이 깡그리 짓밟힌 것”이라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한과 억울함을 주체할 길이 없어 성북구청 복도에서 양 손바닥으로 기둥을 치시는 박옥순 할머니. 7부 길이에 아주 얇은 소재의 바지만 겨우 입고 오늘 아침 '본인이 평생을 살아온 집'이 강제 철거되는 모습을 봐야 했다. 사진=정유진 기자
한과 억울함을 주체할 길이 없어 성북구청 복도에서 양 손바닥으로 기둥을 치시는 박옥순 할머니. 7부 길이에 아주 얇은 소재의 바지만 겨우 입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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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2021-04-16 22:50:16
분통하고 원통합니다. 누구를 위한 사업입니까. 현 땅값의 절반도 안되는 이주비를 주며 나라사업이라는 명목으로 거주자를 나가라 하면, 현 거주자들은 갈곳을 잃고 길거리에 나앉읍니다. 하층민도 성북구 구민이며 서울시 시민이고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한 국민으로써 살아갈 수 있는 생존권은 보장해 주었으면 합니다.
말도안되는 최저 보상으로 생존자를 길거리에 내몬다면 살인이나 다름없음을 알아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조용자 2021-04-16 07:37:59
아직도 강제철거를 자행하는 2021년 현실이 참으로 비통합니다 한사람의 인권은 그자리에 없었습니다
내가 원한 개발도 아닌데 억울하게 쫓겨나야 한다니 다시는 이런일은 없어야 합니다 관련 개발악법은 싹다 없애야 하고 철거민의 인권을 지켜야 합니다

남선자 2021-04-16 07:08:13
기사 잘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부부가 살고계시는집에 아침일찍 처들어와 몸도불편하신 할머니 혼자계시는데 강제로끌고 나오니 얼마나 당황하셔서 얼마나 놀라셨는지모릅니다
개인 소지품도 하나 챙기지도 못하고 강제로 쫒겨나습니다 이래도 되는겁니까
지금도 이런일이 발생된데는 법과제도가 그옛날 만들어진 개발 악법때문입니다
이개발악법은 싹 갈아재개정해야 철거민문제가 해결되다고 봅니다

보문5구역주민 2021-04-16 01:13:48
노인 두 분이 사시는 곳에 셀 수 없이 많은 용역업체 사람들이 온 것도 충격이었지만 구청, 시청, 경찰들, 인권변호사들 까지 왔지만 이들 모두 구경만 할 뿐이었고 심지어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마스크를 벗고 담배를 피우고 웃거나 법원에서 나온 직원 일부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곳에 노상방뇨를 하는 등... 철거민들을 구경나온 시정잡배에 불과했습니다

석유한 2021-04-15 22:59:47
오늘(4.15) 강제 철거된 보문5구역재개발 주택은 노인부부가 사시는 가정집입니다. 노인부부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철거반원에 의해 옷도 제대로 못챙기고 강제로 쫒겨났습니다. 더구나 할머니는 거동도 불편하신 장애인 이십니다.
철거현장에서 성북구청 및 성북경찰서 직원들이 나와 있었지만 모두 수수방관만 할뿐이었습니다. 인권을 지켜야할 공무원들이 되려 방패막이가 된것입니다. 철거현장은 더욱 참혹했습니다. 철거민은 인간이하의 취급을 받았습니다. 이런 막다른 상황에서 보문5구역재개발도 제2의 용산참사가 일어나지 말란법이 없습니다. 또한, 구청주거정비과장한테 왜 현금청산을 하였느냐는 어이없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어찌 담당공무원이 이런 자질없는 답변을 하는지 어이가 없으며, 우리는 해결될때까지 계속 투쟁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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