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사, 알리안츠, SCOR 지난주 '넷제로 보험연합' 탈퇴
창립 멤버 8개사 중 5개사 이탈..23개주 경고서한도 영향
텍사스주 "보험요율 산정 시 ESG요소 배제" 법안 발의

최근 넷제로 보험연합(NZIA)을 탈퇴한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의 로고. AFP=연합
최근 넷제로 보험연합(NZIA)을 탈퇴한 독일 보험사 알리안츠의 로고. AFP=연합

[ESG경제=이신형 기자]  미 공화당 반ESG 공세를 의식한 탓인지 주요 글로벌 보험사의 넷제로보험연합(NIAZ)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탈퇴 보험사들 중에는 미국 시장 사업 규모가 큰 보험사가 많다. 하지만 탈퇴 후에도 기후목표는 변함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악사와 독일 알리안츠, 프랑스 재보험사 SCOR이 25일 넷제로보험연합 탈퇴를 선언하는 등 이 단체 창립 멤버 8개사 중 5개사가 떨어져 나왔다. 넷제로보험연합은 파리기후협약이 정한 환경 목표 달성을 위해 유엔 환경계획(UNEP)의 주도로 설립된 금융회사 연합체의 하나다.

회원사들은 2050년 탄소중립을 약속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보험 상품이나 서비스 개발과 보험계약 인수, 자산운용 등을 하는 과정에서 직접 간접적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5년마다 감축 목표를 정하고 감축 현황을 매년 보고해야 한다. 그러려면 회원 금융사들은 보험계약 심사를 받는 고객 회사나 투자 대상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게 되는데, 미국 공화당이 이런 집단적 온실가스 감축 요구를 문제 삼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23개 주 법무장관들은 지난 15일 넷제로보험연합 회원사에 경고서한을 보냈다. 고객사의 탄소 감축을 집단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연방법과 주법 상의 반독점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달 말미를 줄테니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 단체는 25일 회의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런 가운데 텍사스주 의회는 보험사가 보험요율을 정할 때 ESG요소를 고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보험업계를 겨냥한 첫 반ESG 법안이었다. 선라이즈 프로젝트(Sunrise Project)의 조던 해틀러 컨설턴트는 “보험업계에 아직 가시화하지 않은 관행을 서둘러 금지하는 법이기 때문에 얼마나 현실적 영향이 있을지 미지수지만 나름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보험사가 요구하려는 위험 요인(ESG 요소)을 사전에 억제하도록 하는 시그널을 보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단체 회원사인 로이드의 존 닐 CEO는 로이터 기자에게 "넷제로보험연합의 회칙을 완화하지 않으면 단체가 해체될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보험연합 측은 회원사의 잇단 탈퇴에 아직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단체 홈페이지를 보면 아비바와 도쿄마린홀딩스, 신한라이프(한국 회사) 등 21개사가 회원사로 되어 있다.

법적 리스크는 크지 않지만 미국 내 사업기회 줄어들까 걱정

로이터에 따르면 리클레임 파이낸스(Reclaim Finance)의 패트릭 맥컬리 선임분석가는 “보험사들이 넷제로보험연합을 떠나는 것은 법적 위험보다 미국에서 사업 기회를 잃을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정한 기후 리더는 기후위기를 무시하는 행위에 맞서야지 굴복하면 안 된다. 보험업계 전체가 기후 약속을 지키기 어렵다면 개별회사 단독으로라도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알리안츠와 스위스리, 뮌헨리, 취리히보험, 하노버리 등 보험연합 탈퇴 보험사들도 기후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유엔환경계획의 주도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설립된 국제 금융연합체 중 유독 넷제로보험연합이 다수 회원사 탈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유수의 글로벌 보험사들의 단체 탈퇴가 전례가 돼 탄소중립을 위한 국제금융권 공동 노력에 균열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도 나온다.

법률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뭉친 금융사들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의 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다만 미 공화당의 반ESG 공세에 민감한 글로벌 보험업계가 탄소제로 달성 노력을 하는데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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