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비즈니스스쿨 이오아니스 이오나우 교수 분석
반 ESG 정책도 자산운용사에 부담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블랙록 본사 건물 출입구 위에 걸린 블랙록 로고. 로이터=연합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블랙록 본사 건물 출입구 위에 걸린 블랙록 로고. 로이터=연합

[ESG경제=이신형기자] 최근 ESG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가열되고 에너지 위기로 화석연료, 특히 석탄 사용이 늘어나는 흐름이 나타나면서 자산운용사의 ESG 이슈 지지세도 약화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런던비즈니스스쿨의 이오아니스 이오나우(Ioannis Ioannou) 교수는 이런 흐름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오나우 교수는 서스테이너블뷰(SustainableViews)의 온라인 토론회에서 “자산운용사들이 현재 매우 복잡한 지형을 항해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산 규모 9조6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투자한 회사에 기후변화 대응 등 ESG 경영을 요구하며 ESG 투자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전도사 역할을 해 왔다.

이런 행보 때문에 블랙록과 래리 핑크 회장은 미국 공화당의 정치적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블랙록이 올해 6월까지 최근 1년간 일본 기업을 제외한 전 세계 투자 대상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321건의 환경과 사회 문제에 대한 주주제안 중 26% 수준인 71건만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74%의 ESG 안건을 외면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이오나스 교수는 지정학적 요인,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자산운용사로 하여금 에너지전환 현황과 화석연료의 역할에 대해 면밀한 검토를 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려는 여러 나라 정부의 정책도 자산운용사의 이런 움직임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월 석유 생산 확대를 요청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미국 외에도 여러 나라 정부가 화석연료 확보에 나서는 행보를 보이자 단기적으로 에너지 안보를 위해 화석연료 사용 확대를 수용할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됐다는 지적이다.

이오나우 교수는 각국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자산운용사에 엇갈린 신호(mixed signal)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나라가 에너지안보를 해결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배가해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단기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자산운용사는 미국 공화당이 촉발한 반 ESG 또는 반 오크(woke) 논쟁과 반 ESG 정책을 경험하고 있다.

반 ESG 정책도 자산운용사에 부담

‘오크 자본주의’는 기후변화나 인종, 성 평등 문제에서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담긴 용어다.

로이터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집권한 지역에서 총기 규제와 기후변화, 인종 다양성 등 사회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금융기관을 처벌하는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공화당이 집권한 17개주에서 최소 44개의 이런 법안이 제출되거나 법이 제정됐다.

이오나우 교수는 이런 흐름 속에서 자산운용사는 단기적으로 투자대상 기업과 리스크를 재평가해야 하고 주주총회에서 ESG 관련 안건에 대한 투표에서도 종전과 다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ESG 관련 주주제안 중 자산운용사가 한 해 동안 몇 건을 지지했는지 숫자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올해와 같이 특이한 상황에서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고 양질의 주주제안이 많지 않아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는 특정 시점의 주주제안 지지 건수가 중요하거나 의미가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정확한 비교를 위해 더 많은 데이터가 축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랙록도 올해 ESG 관련 주주제안에 대한 지지율이 낮았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주주제안의 질을 문제 삼았다.

자사가 지지하지 않은 ESG 관련 주주제안의 21%가 지나치게 고압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고 다른 46%는 이미 기업들이 이행하고 있으나, 주주들이 인지하지 못한 사안에 관한 제안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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