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주 사업에 거금을 떼이게 생겼는데 이게 말이 됩니까?’

정부가 추진한 대형공사에 참여했다 1천만원이 넘는 장비대금을 수년째 받지 못한 한 영세 장비업자의 사연이 울진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기관은 해양수산부와 지난 해 문을 연 울진 죽변에 있는 국립해양과학관.

울진에서 장비업을 하고 있는 강모씨가 국립해양과학관 신축 공사에 참여하게 된 것은 2017년 7월경이다.

강 씨는 해수부가 발주한 이 공사의 주요 공정을 맡은 ㅍ사로부터 공사 참여 요청을 받았고, 이후 ㅍ사의 하청업체인 ㅅ사의 작업지시를 받으며 철골작업에 참여하게 됐다.

처음에는 ㅍ사가 직접 장비 사용료를 결제를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ㅅ사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게 했다는 게 강 씨의 주장이다. 결제 주체가 바뀌면서 ㅅ사는 장비대금의 일부만을 지급했고, 나머지는 차일피일 미루다 최근에는 아예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강 씨는 원청인 ㅍ사에 미지급 장비대금 결제를 요청하였으나, 지금껏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국립해양과학관 개관식 모습./국립해양과학관 자료 사진)

당시 ㅍ사 현장소장은 “정부가 발주한 관급공사에 장비를 투입해 한 일이기에 결제는 문제 없을 것”이라 했고, 그렇게 믿고 있던 사이에 미불상태로 준공검사가 승인됐다고 한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강씨가 원청인 ㅍ사와 하청인 ㅅ사를 찾아가 사정을 얘기해 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발주처인 해양수산부와 국립해양과학관도 마찬가지.

두 기관의 관계자를 만나 도움을 요청해 보기도 했지만 “방법이 없다”라는 말만 되풀이해 들었다.

강 씨는 “돈을 벌어 자식들 공부시켜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매일 이른 새벽 부족한 잠을 뒤로 한 채 집을 나섰고, 현장에서는 잠시도 쉬지 않고 비지땀을 흘리며 성실히 일을 했는데 그 대가치고는 너무도 혹독하다”면서 “공사대금만 수백억이 넘게 들어간 공사, 그것도 정부가 발주한 공사에 영세한 시골 지역 업자의 장비 사용료 조차도 안 주는 현장 관리, 이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강 씨는 “미수금이 한두 푼도 아니고 무려 1천353만 원이나 된다. 이 돈이면 우리 가족 1년치 생활비인데, 요즘은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일거리도 없고... 정말 생계가 막막하다”며 빈 하늘만 멍하니 쳐다봤다.

한편 울진 죽변에서 2020년 7월 문을 연 국립해양과학관은 국내 유일한 해양과학전문교육체험기관으로 11만1000제곱미터 부지에 연면적 1만2345제곱미터, 지상 3층 규모의 과학관과 다양한 심해 어류 조형물을 전시한 ‘잔디광장’, 393m에 이르는 국내 최장 해상 통로를 지나 바닷속 세상을 만나는 ‘해중 전망대’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정부 산하 기관이다.

황이주 기자

황이주  kga83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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