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르포] 현대차 교토 시조거리 매장 방문기 ①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일본 르포] 현대차 교토 시조거리 매장 방문기 ①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 양소희 기자
  • 승인 2023.02.04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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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이 첫 상설매장…키워드는 ‘편안함 속 편안함’
차박용 차량으로 유명한 아이오닉5...캠핑 장비 매장 옆에 위치해 고객 접근성 높여
일본 내 올해의 수입차 선정이 뜻 깊은 이유는...과정 전부 실명, 점수 공개된다
판매 대수만으로 '일본 시장 재진입 성공-실패 여부 가르기 어려워'...서서히 변화 일으킬 것

[토쿄=양소희기자(비즈트리뷴)] 헤어진 연인에게 내가 잘 할 테니 다시 잘해보자고 말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전보다 성장한 모습을 증명해야 하고, 상대에게 끊임없이 평가 당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 용기를 냈다.

현대차가 2009년 철수했던 일본 시장에 재진출 한 지 1년이 지났다. 2009년 철수 시점 기준 일본 내 현대차는 1만5000대가 있었고, 2023년에는 560여대가 돌아다니고 있다.

현대차는 성공적인 일본 시장 재진입을 위해 아이오닉5를 집중적으로 내세웠다. 수소 전기차는 친환경이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을 뿐 아니라, 닛산이나 도요타 등 일본 회사가 이미 주름잡고 있는 가솔린, 하이브리드 자동차와도 영역이 달라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주재원으로 나와있는 임민주 책임은 4일 “변화는 한 순간에 찾아온다”며 “현대차도 일본 자동차 시장에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준비를 하는 중이니 점차적인 성장 과정을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교토 시조 거리 오토맥스 건물 2층에 오픈한 현대차 상설 매장. 사진=양소희 기자

■간사이 첫 상설매장…키워드는 ‘편안함 속 편안함’

4일 교토 시조 거리 오토맥스 건물에는 현대차 상설매장이 오픈했다.

오사카에 팝업스토어 형태로 오픈한 것을 제외하면, 간사이 지역 상설 매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가 둥지를 튼 오토맥스 건물은 1층과 2층에 일본 최대 서점 브랜드인 츠타야가 입점해 있다. 현대차 매장이 입점한 2층으로 올라오자 츠타야 서점과 등산복 및 캠핑 장비 브랜드, 스타벅스가 아이오닉5 모델 옆에 보였다. 

오픈 첫 날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손님들이 지속적으로 몰려와 설명을 듣고 시승을 해보고 있는 광경이다.

기자가 도착하자 현지 직원 미야모토 씨가 직접 소개를 전담했다.

■아래는 미야모토 씨와의 일문일답.

매장 분위기가 일반적인 자동차 매장과 사뭇 다르다.

고객들이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이오닉5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픈되어 있는 밝은 곳에서 편안하게 모델을 볼 수 있고, 시승해 볼 수 있는 것이 메리트라고 생각한다.

아이오닉5가 추구하는 편안함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그렇다. 아이오닉5 내부는 넓고 깔끔하다. 특히 배터리를 차량의 바닥에 편평한 모양으로 넣었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도 훨씬 올라갔다. 일본 주차장은 공간이 좁아 주차 후에 어느 한 쪽으로만 내려야하는 경우도 꽤 있다. 옆자리를 넘어서 내리는 번거로움을 제거하기 위해 아이오닉5는 운전석과 조수석의 공간을 좀 더 여유롭게 뺐다.

조수석 쪽 서랍도 위에서 아래로 열리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열리도록 만들었다. 집에 있는 서랍이랑 비슷하지 않나. 아이오닉5은 내 집과 같이 편안한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자동차는 제 2의 집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타는 사람이 신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편안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차박용 차량으로 유명한 아이오닉5 트렁크 공간. 사진=양소희 기자

일본에서도 차박이나 캠핑이 유행이라고 하던데.

맞다. 그래서 옆 캠핑 매장에 관련 용품을 보러 오시는 고객들도 흥미를 많이 보이신다. 특히 가족 단위로 오는 고객들의 관심도가 높다.

아이오닉5 트렁크 공간은 차박을 하기에 제격이다. 뿐만 아니라 차량에 설치되어 있는 배터리 충천기 부분에 콘센트를 연결해 전기포트나 노트북 등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 차량 자체 네비게이션을 통해 인접한 충전소를 찾는 것도 가능하지만 가정용 충전기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역시 시승자의 편리함과 연결된다. 전기차 충전소가 적어 발생하는 운전자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함이다. 현재 일본 정부도 지속적으로 충전소를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일본 차량 판매 시스템과 차별화된 현대차만의 강점을 꼽자면.

일본은 딜러 시스템이 지배적이지만, 현대차는 인터넷 구매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편리함을 더했다. 인터넷으로 시승 예약이 가능한 점도 일본 국산 자동차 회사들과는 차별화된 점이다.

현대차 측에서 아이오닉5를 받아가는 고객들을 위해 마련한 공간. 사진=양소희 기자

일본에서 아이오닉5를 구매하면 받기까지 얼마나 걸리나.

일반적으로 한 달 반 정도 걸린다. 고객들이 기다리는 마음을 알기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차량을 구매하고 받아서 가져가기 위한 장소도 넓게 마련했다. 새 차를 운전해서 가는 마음이 얼마나 설레겠나. 고객이 차량을 받아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즐거울 수 있도록 한다.

 

■판매 대수만으로 '일본 시장 재진입 성공-실패 여부 가르기 어려워'...서서히 변화 일으킬 것

일각에서는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가 가진 위상에 비해 일본에서의 판매 실적이 부진한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현장에 있는 직원들의 의견은 사뭇 달랐다.

임민주 책임은 “일본 내 수소 전기차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전체의 2% 남짓인데, 이마저도 경차인 사쿠라를 제외하면 1%에 가깝다”며 “자동차 시장에서 세계 3위 볼륨을 가지고 있는 시장치고는 굉장히 낮은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은 아직까지도 하이브리드 및 가솔린 자동차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기차 보조금이 85만엔(약 850만원)으로 책정돼 있긴 하지만, 그 전체 예산 규모 등도 우리나라나 여타 유럽 국가들에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여기에 자국 기업 우선주의가 강한 점도 염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삼성이 ‘삼성’이라는 이름을 떼고 ‘갤럭시’라는 이름으로 시장진출을 한 유일한 국가일 정도로 이런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실상 해외 기업들이 처음 발을 들이기 쉬운 곳은 아니다.

임 책임도 이 점을 언급하며 “이런 시장에서 인터넷 구매만으로, 5,000만원이 넘어가는 자동차를 1년 만에 수백대를 누군가가 샀다는 점, 그리고 구매한 고객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다는 점은 유의미하다”며 차차 성장해갈 것을 자신했다.

아이오닉5가 일본에서 ‘올해의 수입차’에 선정된 점은 그래서 더 뜻깊다. 이 선정 과정에서 투표는 모두 실명으로 이루어진다. 또 누가 어느 기업에게 몇 점을 주었는지도 적나라하게 모두 공개된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오닉5가 ‘올해의 수입차’에 선정된 것이다.

현대차가 200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가 2009년 철수했던 당시 일본의 싸늘한 반응 등 여러가지를 고려하면 이번 재진입 성적표는 오히려 ‘꽤 좋은 시작’이라고 여겨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