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코리아방송 = 김한정 기자] 한센인들의 주거지라는 편견으로 오랫동안 가깝지만 멀었던 소외의 섬 소록도 미술인들의 서울 전시가 오는 7월 6일부터 18일까지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개최된다. ‘해록예술회’(회장 김기춘), 남포미술관(관장 곽형수), 토포하우스(대표 오현금)의 공동 주최와 인사동전통문화보존회(회장 신소윤), 한국문화포럼(회장 백순진)의 후원으로 열리는 이번 <소록도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외출>전에서는 김기춘, 강선봉, 박용채, 신계순 등 회원 작가 14인의 작품 60여 점이 전시된다.

강선봉, 수탄장, oil on canvas, 46x53cm

 ‘해록예술회’는 2016년 창립되어 그 해 국립소록도 병원에서 창립전을 가진 이래 제주 KBS방송국, 고흥 남포미술관, 전남도청, 국회의원회관 등지에서 22회에 걸쳐 전시를 개최한 바 있다. 이번 토포하우스에서의 전시는 인사동이라는 한국 미술의 중심지에 위치한 화랑에서의 첫 전시로, ‘해록예술회’ 작가들의 오랜 숙원을 이룬 뜻깊은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소록도의 중앙공원의 상징인 한센병 퇴치를 염원하는 ‘구라탑(救癩塔)’, 환자들과 자녀들의 슬픈 만남의 장소인 ‘수탄장(愁嘆場)’, 남생리 등대, 식량 창고 등 소록도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풍경들과 정물, 그리고 서예작품들을 선보이게 된다.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은 대부분 7.80대의 고령에 한센 병의 상흔(傷痕)으로 손발이 불편한 분들로서, 작품 활동은 그들에게 소망과 용기를 주며,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김영설, 소록도 자혜의원, oil on canvas, 38x45cm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의지와 ‘해록예술회’가 출범하는데 산파 역할을 맡았던 예술회의 고문인 고흥 남포미술관의 곽형수 관장의 노력, 그리고 전남문화재단, 국립소록도병원과 고흥군, 그리고 토포하우스의 협조로 이루어졌다.
곽 관장은 국립소록도 병원의 한센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미술교육프로그램을 담당해 오면서 재능 있는 환우들이 작품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전시회를 마련해 왔는데, 2011년 “소록도- 행복한 웃음으로 피어나다” 특별전은 국립소록도 병원에서의 첫 전시로 손가락이 없어 작품 제작이 불가능한 환자의 손에 끈으로 붓을 묶어 작품을 제작하게 하는 등 열의를 다해 마련되어, 전시 오프닝을 감동의 울음바다로 만든 아프지만 보람 있는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소록도 병원 뒤편 옹벽에 크라우드 펀딩과 전문 작가의 도움을 얻어 소록도와 한센인들의 삶을 기록한 길이 110m 벽화를 제작하기도 하는 등 한센인들의 문화 복지를 위해 진력해 왔다.
   
  회장 김기춘씨는 “이 전시가 작가들의 자긍심을 고취함은 물론, 이를 통해 소록도 주민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였다. 88세의 김영설 작가는 1960년대 소록도 의학강습소 7기 수료자로 병원에서 주로 검사 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려왔는데 “이번 서울 전시가 생애에 가장 영광스럽다”고 했다. 김용하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내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어 남은여생을 열심히 그림을 그리면서 살겠다”며 기뻐했다.

   이번 전시는 7월 6일 오후5시 개막 예정이며, 개막식에는 작가들과 국립소록도병원 관계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며, 한국문화포럼(회장 백순진)이 후원하는 작은 음악회도 개최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소록도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외출> 전을 통해 소록도와 한센인들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높이며, 환란과 핍박의 역사 속에서도 삶을 지탱하며 소망을 가꾸어 온 그 들의 작품으로 세상이 치유되고, 작가들 역시 커다란 자긍심과 성취감을 가지고 더욱 풍요롭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장미보다 더 아름다운 그들의 꽃 말

                                     

류승열, 구라탑, oil on canvas, 53x41cm

 

                                         김찬동(전시기획,전 아르코미술관장)


  창작은 그 주체가 누구이든 그가 살고 있는 시대와 장소 안에서 자신의 삶과 세계에 대한 인식과 감성을 드러내는 행위이며, 창작자의 독창적 시각은 우리에게 삶의 지평을 넓힐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의 의미를 제시한다. 아동들의 그림은 세련되진 않지만 순수한 시각을 드러내기 때문에 신선하고, 전위적 예술은 당대엔 심각한 도전이 되지만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세계와 가치를 열어 보이는 의미가 있다. 또한 작품은 작가의 소산이지만, 세계에 대한 작가의 일방적 주장에만 머물지 않고 관객이 이를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며 소통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가치와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전시는 창작의 소산을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서로의 인식을 좁히며 시대정신의 지경을 넓히는 역할을 한다.

류승열, 만령당, oil on canvas, 41x53cm

한센인들의 주거지라는 편견으로, 오랫동안 가깝지만 멀게 느꼈던 소외의 섬 소록도 미술인들의 모임인 ‘해록예술회’의 서울전시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가 그들의 존재를 우연히 알게 된 것은 공직에서 일하던 10여 년 전이다. 전국의 사립미술관들을 지원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현장 평가를 위한 출장을 내려가던 중, 열차 안에서 큼지막한 신문기사를 접한 것이다. 국립소록도병원 로비에서 그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는데, 손가락이 없는 분이 손목에 줄로 붓을 묶어 그림을 그렸고, 그렇게 그린 작품들로 생애 최초의 전시회를 열게 되어 행사장은 감동의 눈물바다를 이루었다는 기사였다. 정상급 전문 작가들만을 상대하던 필자에게 그 기사는 가히 충격이었다. 이러한 감동을 뒤에서 소리 없이 만들어낸 분이 바로 필자의 평가 대상이었던 고흥 남포미술관 곽형수 관장이었다. 접근성도 좋지 않은 오지의 미술관에 대한 평가여서 기실 귀찮기도 하고 큰 기대 없는 출장이었는데, 실제 현장에서의 하룻밤은 그 선입견과 자신의 오만함이 여지없이 부서지는 시간이었다. 이후로도 곽 관장은 소록도 병원 뒤편 옹벽에 크라우드 펀딩과 전문 작가의 도움을 얻어 소록도와 주민들의 삶을 기록한 길이 110m 벽화를 제작하기도 하는 등 소록도 소외계층들의 문화 복지를 위해 진력해 왔다.

  소록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남포미술관의 체험프로그램에서 출발하여, 2011년 “소록도- 행복한 웃음으로 피어나다” 특별전을 통해 2016년 정식으로 발족한 ‘해록예술회는 벌써 22회의 전시회를 열 정도로 성숙하였다. 전문적인 미술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주민들이 불편한 몸과 생활여건 하에서 꾸준히 그 활동을 유지해 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는 본인들의 피나는 노력과 주변의 끊임없는 관심과 조력, 희생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여건과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번 전시는 그저 일반적인 지역 작가들의 전시 중 하나로 치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소록도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외출>전은 인사동이라는 한국 미술의 중심지에 위치한 화랑에서의 첫 전시로, ‘해록예술회’ 작가들의 오랜 숙원을 이룬 뜻깊은 전시이기도 하다.

장규득, 2번지 성당, 41x53cm, oil on canvas

김기춘, 강선봉, 박용채, 신계순 등 회원 작가 14인의 작품 60여 점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소록도의 중앙공원의 상징인 한센병 퇴치를 염원하는 ‘구라탑(救癩塔)’, 전염을 차단한다는 미명하에 환자들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향해 서고 자녀들은 바람을 등지고 멀리 서서 마주보며 면회해야했던 슬픈 만남의 장소인 ‘수탄장(愁嘆場)’, 남생리 등대, 식량 창고 등 소록도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풍경들과 소망을 상징하는 해바라기와 동백 꽃 등 풍경화와 정물화 그리고 서예작품들을 선보이게 된다. 물론, 작품들은 개인에 따라 수준 차가 나고 있지만,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은 대부분 7.80대의 고령에 한센 병의 상흔(傷痕)으로 손발이 불편한 분들임을 감안하면, 작품의 수준이나 기량보다는 그 내용이 전해주는 이야기들에 더 집중케 된다. 부모 형제가 그리워도 높은 산에 올라 눈물로 바라만 봐야했던 바다건너 고향풍경, 회한에 찬 삶의 터전, 과거 홀대 받고 소외되었던 과거의 아픔...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숱은 회환의 세월과 삶이 흔적이 그곳에 오롯이 담겨있다. 그것은 한편으론 이런 창작활동이 자신들을 치유하며 소망과 용기를 주며, 그들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의미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들의 작품들은 산모퉁이나 뚝방 길의 들 꽃 같은 존재이다. 아기똥풀,별꽃아재비,봄까치,수염가래꽃,꽃다지.... 이름도 생소한 숱한 들꽃들이 바닷바람과 새벽 별과 아침이슬로 꽃을 피우듯 그들의 작품들 역시 말없이 희망의 꽃을 피우며 자라난다. 문득 그들의 순박한 아름다음을 발견한 이들이 그들에게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고 꽃말과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주듯, 이번 전시는 이런 들꽃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장미보다 더 아름다운 그들만의 꽃말과 이야기를 지어주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아무쪼록 <소록도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외출>전을 통해 소록도와 환우들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높이며, 환란과 핍박의 역사 속에서도 삶을 지탱하며 소망을 가꾸어 온 그들의 향기로 세상이 치유되고, 작가들 역시 커다란 자긍심과 성취감을 가지고 더욱 풍요롭고 행복한 꽃말을 가꾸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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