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한 판결, “독점 성격 강하나 반경쟁적 아니다”?
‘에픽’ 측 불리해져 ‘즉각 항소’…국내 업계엔 영향 없을 듯

사진은 애플의 독점적 앱스토어 정책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에픽게임의 홈페이지 화면.
사진은 애플의 독점적 앱스토어 정책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에픽게임의 홈페이지 화면.

 

[애플경제 이보영 기자]

미국 법원이 이른바 ‘에픽게임 vs 애플’ 소송에서 비교적 애플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림으로써 향후 그 IT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가 주목된다. 특히 인앱결제 독점을 금지한 ‘구글갑질방지법’이 세계 최초로 법제화된 우리나라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소송에선 미 법원은 일단 애플의 앱스토어 정책이 “부분적으로 독점적 성격을 띤다”는 점은 인정하되, 이를 같은 경쟁 사업자인 에픽게임사에게 적용하는 것은 배제한 것으로 요약된다. 그래서 “일부 (애플 앱스토어에 대한) 링크를 연결하는 것은 허용하라”는 선에서 매듭지었다. 이를 두고 산업 전문가들은 “에픽은 가장 원했던 것을 못 얻었고, 애플은 그간의 폐쇄적 정책에 일부 균열이 생기긴 했으나,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는 평가다. 오히려 일각에선 “사실상 애플의 승리”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이 소비자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전문가들은 “일단 반경쟁적인 점은 인정했지만, 앱스토어 자체가 독점적이라고는 명시하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일반 소비자들이 만약 같은 소송을 제기했다면, 판결의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한다. 즉 이번 소송은 경쟁 관계인 애픽게임사가 애플에게 소송을 건 것이므로, ‘소비자의 이익’이 크게 침해되지 않는 한 굳이 에픽의 손을 들어줄 필요가 없다는게 법원의 판단으로 해석되고 있다.

나아가선 ‘애플’이라는 미국 경제와 산업의 아이콘과도 같은 존재를 법원이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그렇다보니 일각에선 “독점은 아니지만, 반경쟁적이다? 그야말로 형용모순의 판결이다”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번 판결로 일단 iOS개발자들은 다른 애플 아닌 앱스토어에도 제한적이나마 링크할 수는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그다지 실효성이 없다는 해석이다. 개발자들로선 굳이 멀리 떨어진 외부 결제정책 링크에 접속했다가 다시 원래의 웹사이트로 왔다갔다하는게 여간 번거롭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한번 결제하면 지속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성격의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등은 편리함과 함께 혜택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게임 업게는 다르다. 게임의 성격상 수시로 결제가 일어나므로 그때마다 게임 사용자가 결제 사이트로 가서 결제하고 돌아오는게 번거로울 수 밖에 없다. 자칫 고객이 무더기로 떨어져나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이번 판결로 불리해진 것은 에픽게임사라는 평가가 많다. 에픽게임의 간판 게임인 ‘포트나이트’는 진작에 애플의 앱사이트에서 배제되었다. 이번 판결로 인해 더욱 앱사이트로 복귀하는게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법원에서도 에픽게임즈가 애플 앱사이트의 원래 방침과는 다른 결제 시스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애초 규칙을 어겼다고 보는 시각이 이번 판결문에도 배어있다. 그래서 포트나이트는 물론 에픽게임사의 다른 모든 게임들이 당분간 애플 앱사이트로 복귀할 수 없게 되었다. “판결 직후 양측이 제기한 항소심 결과가 나오기까진 아마 그런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게 현지 전문가들의 얘기다.

에픽게임즈는 이번 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즉각 항소를 제기했다. 애플도 이에 항소를 제기하며 맞받아치고 있다. 애초부터 이 소송은 애플과 구글의 앱마켓에 대한 개발자들의 불만과도 겹치며, “불투명하고, 비싸다”는 지적과도 맞닿은 것이다. 그러나 에픽게임즈처럼 거대 글로벌 기업 애플에게 ‘대놓고 들이받는’ 경우는 처음이란 점에서 세기의 재판으로 관심을 모았다. 물론 일각에선 “에픽게임즈가 재판을 1년 이상 끌어오면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등 노이즈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하기도 했을 것”이란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분명 자사 게임 상품 매출이 줄어드는 등 피해를 입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래서 항소심 결과가 새로운 관심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이번 에픽게임 v 애플 소송의 결과가 국내 게임업계나 인터넷 업체들에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픽게임즈처럼 아예 글로벌 기업 애플이나 구글에게 도전하며, 결별을 선언할 수도 없다는게 그 이유다. 특히 모바일 상품의 비중이 큰 기업들은 애플과 구글 앱사이트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크다.

“국내 게임회사들이나 인터넷 업체들도 구글, 애플의 앱마켓은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한 창구이자 중요 수단이 되고 있다.”는 판교테크노밸리의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국내 게임회사들은 그들의 플랫폼을 거쳐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단언했다. 그래서 이번 양측의 소송 결과는 국내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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