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김종근 서울대학교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

벼 수확기를 앞두고 벌써 쌀값이 하락한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는 45만 톤의 시장격리물량과 45만 톤의 공공비축미를 매입해 쌀값을 안정시키려는 정책을 수립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쌀 재배면적은 73만2000ha로 2001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고, 생산량은 388만2000톤으로 전년도 대비 10.7%가 증가됐다. 벼 재배기간 동안 적절한 기상 조건,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 종료, 단위면적당 생산성 향상, 2020년산 벼 가격 상승에 따른 기대심리 등으로 인해 쌀 생산량이 증가했고 이로 인해 쌀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쌀 소비량도 56.9㎏으로 37년째 감소하고 있어 쌀 재고량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고민이 다양한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인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은 2018년도 시범사업으로 시작한 이후 2020년까지 시행됐다. 2019년도를 기준으로 5만5000ha를 대상으로 타 작물 재배를 유도하며 작물별로 ha당 조사료 430만 원, 일반작물 340만 원, 두류 325만 원, 휴경 280만 원을 차등 지원했다. 논 타작물 재배지원 사업은 직접적인 쌀 생산 조정을 통해 쌀값 안정에 효과가 있고 쌀 생산직불금의 감소, 창고비용 절감 등 다양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었다. 부수적으로 타작물 생산량 증대에 따른 식량 자급률에도 어느 정도 도움을 줬다고 판단된다.

필자는 쌀 생산 조정을 위해 논에서의 사료용 벼 재배 연구를 국립축산과학원(2005-2008), 국립식량과학원(2016-2019)과 함께 공동으로 수행한 바 있다. 연구결과, 벼 재배 면적을 줄이려면 논에 타작물 재배가 필요하며 논토양의 특성상 배수가 잘되지 않아 일반 작물의 재배가 어렵기 때문에 사료용 벼를 재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쌀 생산에 따라 현지 쌀 가격이 안정되면 현재의 정책이 유지되고 쌀값이 떨어지면 타 작물 재배를 유도하는 정책이 반복되고 있어 농민들도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가축 사육을 위한 조사료 관점에서 보면 되새김질을 하는 소에게 섬유질 사료는 소화생리상 필수적인 먹이다. 국내에 필요한 조사료 소요량은 연간 약 516만 톤 정도로, 그중 90만 톤 정도는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만약 논에서 사료용 벼를 재배해 가축사료로 활용한다면 양질의 풀사료 생산을 통해 수입 조사료의 일부를 대체할 수 있다. 즉, 5만ha의 논에 사료용 벼를 재배한다면 연간 75만 톤의 수입 조사료를 물량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또 가축 생산성 평가에 있어서도 사료용 벼 위주 TMR을 급여할 때 수입 조사료를 활용한 TMR 사료에 비해 체중이 더 빨리 증가되고 소고기의 육질에 있어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종합적으로 체중증가에 따른 소득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농가 소득 차원에서 재배가 확대되지 않고 있다. 만약 논에서 조사료를 생산하면 ha당 약 350만 원의 소득이 발생하고 정부지원금 430만 원을 합해도 800만 원이 되지 않아 벼를 재배했을 때보다 소득이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농가들은 참여를 꺼리고 있다.

사료용 벼의 재배는 논을 유지함으로써 발생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에 대한 기여, 수입되는 조사료를 줄여 유기물 발생의 감소, 쌀 생산 조정을 통한 쌀값 안정, 창고비용 절감 등 다양한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정부에서는 쌀 생산에 버금가는 지원정책을 수립해 시행해줄 것을 적극 건의한다. 그리고 이런 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일부에서는 식용으로 사용되는 쌀의 사료화에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그러나 사료용 벼는 식물체 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알곡만 이용하는 식용 벼와 구분된다. 따라서 일정 면적에서 사료용 벼를 재배해 가축 사육에 이용하면 쌀값 안정과 수입 풀사료를 줄이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쌀값이 떨어져 전국적으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시장격리와 공공비축으로 90만 톤을 매입하려 하고 있다. 금년도에는 쌀로 인한 어려움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서로가 공존할 수 있는 사료용 벼의 활용을 적극 고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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