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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알자] 아전인철(我田引鐵)과 일본정치

정회주 전문위원 승인 2023.05.28 00:04 의견 0
2023 G7 정상회담

◆아전인철(我田引鐵)과 G7회담

자신의 논에 물을 댄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유리한 쪽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흥미롭게도 한서(漢書)에도 없는 말이 일본에도 같은 한자를 사용한다.

그런데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에 걸쳐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선거구(표밭)로 국철노선 혹은 신간선역을 유치하는 것을 빗대어 ‘아전인철(我田引鉄)’이라고 했다. km 당 철도 영업비용은 전국평균 4,701엔인 것에 비해 합승버스 영업비용은 Km 당 전국평균 491엔이므로 거의 10배에 가깝다. 그래서 한번 잘못 결정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예산상의 손실을 가져올 것은 뻔한데,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당선을 목적으로 철길을 돌렸다.

이같은 사례는 국제행사 개최도 마찬가지다. 아베 전총리 시절 최장수 외무대신이었던 기시다 후미오는 2016년 G7 외무장관 회담(2016.4.10.~11.)에 이어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2016.5.27.)을 성사시켰다.

2016 G7 히로시마 외무장관 회담

게다가 총리가 되어서는 G7회담을 개최하여 각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여러분을 저의 기반인 히로시마에서 맞이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皆様を私の地元広島にお迎えできてうれしく思います。)”라고 말하였다. G7회담의 히로시마 개최는 초청국 정상들이 원폭 자료관을 방문해 피폭 실상을 접함으로써, 세계 정상의 히로시마 방문 후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결의를 도출해 냈다는 외형적 효과가 있었다. 이외에도 자신의 출신지역에 약 900억 엔의 경제적 파급효과(요미우리, 2012.5.17.)라는 부수적 효과도 안길 것을 당연히 예상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기시다 총리의 정치활동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지역구인 히로시마를 위한 정치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자민당이 야당이 되었을 때 어떤 대접을 받는지 정치인으로 입문해 얼마 되지 않아 경험했고, 낙선하면 정치활동 그 자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히로시마에서의 가두 연설을 중요시한다. 연설 내용은 중요치 않으며 시민들에게 자신이 존재함을 증명해 보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기시다 비전, 2021)

2016 오바마 대통령 히로시마 방문


◆G7회담을 끝내고 선거?

G7회담이 끝나고 기시다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회담 기간 중 실시한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요미우리 신문에서는 정권 지지 56%, 마이니치에서는 45% 등으로 전회 여론조사 대비 각각 9%포인트 상승하였다.

그런데 G7회담 이전부터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중의원 해산 분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동안 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은 지역구 후보자를 조정하고 서로 추천하는 등의 형태로 반석의 협력 체제를 구축해 왔지만, 최근 도쿄 28구를 둘러싸고 자민당과 공명당 사이에 새로운 갈등이 보이고 있다. 공명당도 자신들이 승리한 9개의 선거구 중 6개가 간사이 지방이므로 최근 간사이 지방에서의 유신회의 승세를 보면서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한편, 1번의 총선거를 치르는 비용이 약 600억 엔으로 추산되고 있다. 도쿄의 명소 스카이트리 총사업비가 650억 엔이라고 하니, 총리의 해산 결심에 따라 경제적으로는 스카이트리 1개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절반이 투표소 인건비이고, 기타 광고 및 우편비용 등이라는 데, 문제는 9할 이상이 수의계약이라는 것이다. ‘정치와 돈(政治とカネ)’ 문제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일본의 정치 분위기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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