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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창업(2)] 리스크에 대비한 플랜B가 준비되었는가?

윤준식 기자 승인 2021.08.05 10:23 의견 0

2014년, ‘무적함대’라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스페인 축구팀이 급격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스페인팀의 무적함대 신화는 탁구공이 오가는 의성어에서 따온 ‘티카타카’라는 빠른 패스전술의 승리 덕이었다. 수년이 지나자 라이벌 팀들은 티카타카를 봉쇄하기 위한 전술을 속속 연구해내기 시작했다. 티카타카 특유의 스피드가 죽어버리자 스페인 팀 내부의 한계가 드러났다. 무적함대가 격침된 것이다.

그런데 사실 봉쇄전술로 인해 티카타카가 무력해진 것이 스페인의 패인이라고 보면 착각이다. 티카타카 전술이 봉쇄됐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다른 전술, 즉 ‘플랜B’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적함대의 신화는 새로운 전술이 속속 등장하며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이 깨지고 만 것이다.

◆ 필승법은 대안없이 나오지 않는다

꾸준히 오랫동안 장사를 잘하고 있는 점포는 늘 관찰대상이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특별한 장사비결이 없는 것처럼 보일 경우가 많다. 그저 “이 가게는 사장님이 친절하구나”, “육수가 진한게 특별한 맛의 비결이 있구나”라는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부분만 벤치마킹해 창업에 반영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라 쉽게 생각하는데... 분명히 말하지만 착각이다.

오랫동안 장사를 잘해온 가게들의 필승법은 단순하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상당히 긴 기간동안 산전수전을 겪으며 단련된 것들이 포괄되고 응축되어 있다. 겉으로 보이기에만 단순해 보일 뿐인 것이다. 그 단순함 속에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변수를 대비한 다양한 대안들이 한두 가지 대책으로 통합되어 응축되어 있다. 이것이 ‘필승법’으로 오래가는 가게를 만든 것이다.

따라해 보고 완벽하게 재현해 보려하면 그 단순함은 쉽게 이룩할 수 있는 일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성공한 점포 사장님이 보여주는 친절을 내 점포에 도입하려고 해도 그게 똑같이 될까? 이것 역시 착각이다.

인사하는 방법, 고객에게 응대하는 말 몇 마디를 따라하는 정도로 친절의 노하우가 100% 재현될 수 있을까? 단순히 몇 가지 재료의 배합을 더한다 해서 진한 육수의 비결이 가능한 것일까? 오랜 시간을 들여 성숙되는 시간도 필요하고,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 ‘플랜B’란 무엇인가?

보통 ‘플랜B’라는 말은 ‘차선책’, ‘대안’을 의미한다. ‘최선책’, ‘기본안’을 ‘플랜A’라 표현하는점에서 상대적인 개념으로 ‘플랜B’라 칭한 것이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플랜A를 고안하는데 힘을 기울여야한다”는 말에는 수긍해도, “내친 김에 플랜B까지 설계하라”는 말에는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플랜B에 도달할 만큼의 역량과 에너지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플랜A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서다.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것은 건실한 기업들은 사업기획 단계에서 다양한 플랜B를 연구하고 준비한다는 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플랜C, 플랜D 이상을 고려해 실패하지 않는 사업추진을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렇게 다양한 플랜(대안)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랜A 하나로 지속적인 성공과 성장을 이어간다. 플랜B가 굳이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플랜B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플랜A가 더욱 완벽해지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다양한 변수들이 플랜B, C, D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극복하게 되며 자연스럽게 플랜A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장사 잘하는 가게들이 단순한 방법으로 승승장구하는 필승법 하나만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유사한 면이 있다.

◆ 무책임한 ‘플랜A’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여기까지 필자가 설명한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예비창업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수의 창업자들은 ‘플랜A’ 하나만 가지고 창업에 뛰어들고 있고, 그 ‘플랜A’조차 허술함이 있는 채로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음식점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어떤 철학, 어떤 사업계획으로 식당을 운영해 나가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대부분 “저는 먹는 것 갖고 장난치지 않겠습니다”, “손해를 보더라도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고 남은 음식은 재활용하지 않겠습니다”는 수준의 이야기를 한다. 도매든 소매든, 유통창업을 하는 사람들은 “마진을 줄여 고객에게 싸게 공급해 박리다매로 승부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런 생각만으로 부족합니다”라고 반박하면 대부분 “블로그와 SNS마케팅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겠습니다”는 서로 초점이 빗나간 질문과 대답만 오갈 뿐이다. 다시 한 번 이들에게 “먹는 것으로 장난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먹으러 오지 않는다면?”, “박리로 팔다가 월세도 못내는 날이 온다면?” 등의 난감한 질문을 하면 얼렁뚱땅 대답을 회피하거나 남의 장사에 초를 친다고 생각해 불쾌하게 여기는 것이 필자가 경험한 현실이다. 이 정도로 무책임할 정도로 얕은 수만 가지고 있어서는 실패할 확률을 높일 뿐이다.

플랜A가 부실한 이유는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핵심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본금 조달, 점포계약, 인테리어 등 목돈이 들어가 리스크가 크다고 여겨지는 부분에만 관심이 쏠리기 때문이다.

창업에 뛰어든 이들 백이면 백, 창업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자금 문제’와 ‘마케팅’이라고 말한다. 창업의 바탕까지 자리 잡고 있는 것들은 생각의 범주에 넣지 않고 있어서, 어디서 누가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소자본창업이라 자금이 부족한 것은 당연한 것이고, 여러 가지 일을 혼자 하려다보면 마케팅 또한 맘대로 할 수가 없게 된다. 이런 것을 기정사실로 놓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초월할 수 있는 방법을 창업 이전부터 고민해야 한다.

◆ “안 되면 되게 할 것”을 찾으면 그게 ‘플랜B’다

옛 우화 중에 장사하는 형제를 두고 걱정하는 어미 이야기가 있다. 큰 아들은 나막신 장사를 하고 작은 아들은 짚신 장사를 하고 있어 비오는 날은 작은 아들이 장사를 못할까봐 걱정, 해가 쨍쨍한 날은 큰 아들이 장사를 못할까봐 걱정한다는 이야기다.

창업에 있어서 이 우화가 시사하는 바는 크다. 나의 비즈니스 아이템으로 짚신판매를 ‘플랜A’로 선정했다면 비오는 날의 매출부진을 고민해야 한다. 이때 나막신 판매방안이 ‘플랜B’가 될 것이다. 혹은 겨울철 눈이 오는 날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적극적 대처방안으로 계절상품인 털신을 준비한다면 ‘플랜C’가 될 것이다. 이로써 사시사철 장사하며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큰 그림이 그려진다.

플랜B의 설계는 이렇게 단순한 우화에서 얻을 수 있는 비유로부터 출발하면 된다. 창업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계속해서 떠올리며 이에 대한 대비책을 그려나가면 된다.

◆ 마이클 포터의 ‘5-Force 모델’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의 ‘5-Force 모델’ (사진 출처= 나무위키)

다행히도 비즈니스 과정에서 닥칠 리스크를 정리한 모델이 있다. ‘현대 전략모델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세계적인 경영학자 마이클 포터의 ‘5-Force 모델’이다. 이 모델에는 5가지의 힘이 등장한다. 첫 번째로 ‘업계의 경쟁력’, 두 번째로 ‘공급자의 교섭력’, 세 번째로 ‘구매자의 교섭력’, 네 번째로 ‘신규진입자의 위협’, 마지막으로 ‘대체 상품의 위협’이다.

어떤 비즈니스라도 이 다섯 가지의 힘 속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리고 이 힘들이 늘 균형을 유지하지 않는다. 힘의 균형이 깨질 때마다 비즈니스는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바꿔 말해 마이클 포터가 말하는 ‘5-Force 모델’을 참고해 플랜B를 계획하면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비즈니스 전략수립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본격적인 창업단계에 들어가면 닥치는 여러 가지 일들로 미래지향적인 활동에 제약이 뒤따른다. 그러므로 사전준비과정에서 다양한 플랜B를 연구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 다음 회부터 연속되는 내용을 통해 마이클 포터가 정리한 다섯 가지 힘을 자세히 설명하고 창업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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