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스트 시네 : 영화이야기 ] 일상의 문득... 아! 그 영화에서도 이런 ...!!! 언제나 마음은 태양

Captain keating 승인 2023.05.27 19:16 | 최종 수정 2023.08.04 15:23 의견 0

5월은 나같은 40대 가장들한테는 경제적으로 참 잔인한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들어오는 것 없이 나가는 것 만....에휴..... 그래도 지금은 제도적으로 스승의날 선물이 금지되어 있으니 그나마 위안이 되긴 하지만.... 학원은 또 왜 그리 많이 다니는지....!!!! 학원 선생님들에게는 내가 자녀들에게 무관심한 부모는 아니다 라는 표현 정도는 해야되지 않을까 싶어서 약간의 성의표시는.........

이렇게 와이프와 같이 스승의날 선물을 준비하면서 나의 학창시절 선생님들도 생각나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와 관련된 영화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흔히 스승의 은혜 하면 생각나는 영화라 하면 ‘죽은시인의 사회’, ‘코치카터’, ‘선생 김봉두’ 정도 떠올리겠지만 나는 나이가 있어 그런지 몰라도 어렸을적 봤던 오래된 영화 하나가 떠오른다.

우리나라에서는 1972년에 개봉한 영화 ‘언제나 마음은 태양(To sir with love(1967))’ ...!!!

나의 부모님 세대들은 이 영화를 아마도 극장에서 보신 분들이 많겠지만 나는 어렸을적 토요명화로 봤던 기억이 난다.

어머님께 여쭤보니 개봉당시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할 정도로 한국에서도 꽤 흥행했던 영화라고.....

영화는 주인공인 마크 테커리(시드니 포이티어)가 전공인 엔지니어링 관련 일자리를 구할 때 까지 영국의 한 빈민가에 있는 고등학교에 임시교사로 취업하게 되면서 시작된다.일단 테커리는 기아나 출신의 흑인이다. 영국에서 흑인이 그것도 문제아들이 득실대는 고등학교에 교사로 일한다는 설정부터가 앞으로 있을 수많은 갈등들을 예감하게 한다.

테커리는 교사로 부임한 첫날부터 엉망진창인 교실 분위기에 당황한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려는 자세는 고사하고 선생님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 조차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더 황당한 것은 이러한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방관만 하는 다른 선생님들의 시선이다. 당황스럽긴 하지만 평소 참을성 많고 의연한 성격의 테커리여서 그럭저럭 학교에 잘 적응해 나간다......

하지만 예상들 했겠지만 이런 날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어느날 남학생들이 창문으로 던진 물폭탄이 출근하는 테커리를 향해 날아오고(다행히 맞지는 않음), 교실에선 여학생들이 쓰던 생리대를 태워 메케한 연기로 가득 차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상황에 그동안 의연했던 테커리도 드디어 폭발하고 만다.

테커리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이 공부가 아닌 기본적인 예절 및 인성 교육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가지고 있던 교과서를 모두 쓰레기통에 버리고 본격적으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교육을 시작한다.

먼저 서로의 호칭부터 정리한다. 여학생들은 이름 앞에 항상 Miss를 붙이고, 남학생들은 이름대신 성을 부르게 하면서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을, 그리고 교과서 공부가 아닌 곧 성인이 될 그들에게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 위주로 가르친다.

이렇게 점점 학생들도 테커리의 진심이 담긴 교육에 잘 적응해갈 무렵 사건은 또 발생한다. 강압적인 체육교사와 남학생 사이에 폭행사건..... 이 사건으로 체육수업 마저 테커리가 맞게되고......테커리의 첫 체육시간 ......최고 문제학생(지금으로 보면 일진 정도) 덴햄이 테커리에게 복싱으로 도발한다. 어쩔수 없이 도발을 받아들인 테커리는 처음에는 방어만 하고 맞기만 한다.....그러다 더 이상 참지 못한 테커리의 시원한 사이다 한방으로 쓰러지는 덴햄..... 폭력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는 걸 그 한방으로 학생들에게 일깨워준다.

이렇게 크고 작은 사건들을 지나면서 학생들은 책임감 있는 어른의 모습으로 조금씩 바뀌어간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변화는 테커리 자신에게 찾아온다.

테커리의 출근길 모습은 항상 우체통에 자신이 원하던 엔지니어 지원원서를 넣으면서 시작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렇게 고대하던 취업합격통지서를 받게 되고 아이처럼 기뻐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동료교사 질리언은 축하는 하지만 내심 아쉬워하는데..... 시간이 흘러 어느덧 졸업시즌이 되고, 졸업파티에 초대된 테커리에게 제자인 파멜라가 커플댄스를 요청한다. 이에 테커리는 기쁘게 응하고, 한껏 춤실력(요즘 MZ세대가 보면 우스꽝스런 춤이지만 그 시대에는 아마도 최신유행 춤이 아니었을까.....)을 발휘한다. 이어지는 선물증정 행사와 감사의 노래(주제곡 ‘To sir with love’를 학생역인 룰루가 열창)까지, 테커리는 감동의 눈물을 꾹 참고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교실로 퇴장한다. 교실에서 홀로 제자들에게 선물로 받은 머그잔과 감사카드를 읽으며 감동을 이어가던 중 갑자기 다음 학기 자신이 가르치게 될 신입생들의 불량스런 난입에 학기 초 불량스럽고 예의 없던 지금의 제자들을 떠올리게 되고, 이에 헛웃음을 지으며 주머니에 있던 취업합격통지서를 꺼내어 찢어버린다......이 장면이 나에게 얼마나 감동적이었는지....!!!!

작년(2022.01.06. 향년 94세)에 세상을 떠난 주인공 시드니 포이티어 에게도 이 영화는 참 특별하다. 같은 해에 출연했던 ‘밤의 열기 속에서’, ‘초대받지 않은 손님’ 으로 인종차별에 대항하는 대표적인 배우로 자리 잡았고, 이 영화 때문인지는 잘 모르지만 1974년에는 영국에서 기사 직위까지 받게 된다. 그의 딸인 시드니 타미아 포이티어 역시 허리우드에서 배우로 활동 중이다.

또 이 영화에 여학생으로 출연한 배우이자 가수 룰루는 우리에게도 아주 친숙한 주제곡 ‘To sir with love’로 빌보드 5주연속 1위 그리고 7년 뒤 영화 ‘007 황금 총을 가진 사나이’의 주제곡도 부르면서 가수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다.

이 영화는 1967년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훌륭한 구성을 자랑한다. 그 흔한 러브라인(동료교사 질리언과 제자 파멜라 간의 약간의 삼각관계가 의심되긴 하지만...) 없이 아기자기한 에피소드(제자 부모의 장례식장, 박물관 견학 등)로 지루할 틈 없이 러닝타임을 이어간다.

여유로운 어느날 60~70년대 감성에 푹 빠져보고 싶다면 이 영화 강추...!!!

글 : Captain keating

<필자소개>

재미있는 영화를 감상할때 가장 행복한 국내 은행 재직중인 평범한 아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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