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항호중구세포질항체(ANCA) 연관 혈관염에 따른 급속진행성 사구체신염(AAV-RPGN)은 면역체계가 신장의 작은 혈관을 공격하면서 짧은 기간에 신장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희귀질환이다. 강력한 면역억제 치료에도 일부 환자는 신장기능이 크게 감소하거나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한다.
호주계 글로벌 제약사 CSL이 이 질환을 비롯한 희귀 신장·간질환 치료제 확보에 나섰다. CSL과 스위스 바이오기업 알렌티스 테라퓨틱스(Alentis Therapeutics)는 '릭수데바트(lixudebart)'를 공동 개발하고 판매하는 글로벌 독점 협력계약을 체결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릭수데바트'는 섬유화 조직에서 비정상적으로 노출된 클라우딘-1에 결합해 세포 내 섬유화 신호와 콜라겐 결합 수용체 간 상호작용을 차단하도록 설계된 단일클론항체다. [자료=알렌티스 테라퓨틱스]릭수데바트는 클라우딘-1(claudin-1)을 표적하는 단일클론항체다. 계약 규모는 최대 15억 5500만 달러다. CSL은 알렌티스에 계약금 3억 5500만 달러를 지급하고, 상업화 과정에서 최대 12억 달러의 마일스톤을 추가로 지급할 수 있다. 제품 출시 후 글로벌 이익은 CSL과 알렌티스가 각각 55%, 45% 비율로 분배하는 구조다.
CSL은 현재 진행 중인 AAV-RPGN 대상 임상 2상 RENAL 시험과 후속 임상 3상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국소분절성 사구체경화증(FSGS)과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PSC) 대상 임상 2상 개발비도 CSL이 맡는다.
릭수데바트가 겨냥하는 클라우딘-1은 염증과 섬유화 과정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알렌티스는 질환 조직에서 비정상적으로 노출된 클라우딘-1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염증 반응과 섬유화 진행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개발이 가장 앞선 적응증은 AAV-RPGN이다. RENAL 임상 2상은 무작위·이중눈가림·위약대조 방식으로 약 6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 신장기능 변화를 평가한다.
호주 멜버른에 위치한 CSL 글로벌 본사. [사진=CSL]앞서 공개된 중간분석에는 환자 26명이 포함됐다. 최대 24주 치료 결과, 용량이 증가할수록 클라우딘-1 표적 결합이 높아졌으며,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과 단백뇨 지표에서도 개선 신호가 나타났다.
진행성 간섬유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1b상에는 F3 또는 F4 단계 환자 41명이 참여했다. 릭수데바트 투여 후 용량 의존적인 표적 결합이 확인됐으며, 6주 시점에 알라닌아미노전달효소(ALT)와 아스파르테이트아미노전달효소(AST) 등 간기능 지표가 감소했다.
CSL 연구개발 총괄 빌 메자노트(Bill Mezzanotte) 박사는 "AAV-RPGN 환자는 현재 치료를 받아도 돌이킬 수 없는 신장 손상 위험이 크다"며 "릭수데바트가 신장기능을 개선하고 말기 신장질환 진행을 막을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CSL은 AAV-RPGN 임상을 우선 진행하면서 FSGS와 PSC로 릭수데바트의 개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으로 신장질환과 간질환에서 클라우딘-1을 표적으로 하는 후기 임상 자산을 확보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