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펙수클루 40mg. [사진=대웅제약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대웅제약의 '펙수프라잔(제품명: 펙수클루)' 기반 3제요법을 7일만 써도 14일간 쓰는 기존 PPI 기반 표준 3제요법과 비슷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율을 보였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강원대학교병원 연구팀(교신저자 박성철)은 만 19~75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환자 79명을 펙수프라잔 기반 3제요법군 40명과 라베프라졸 기반 3제요법군 39명으로 배정해, 치료기간을 절반으로 줄인 펙수프라잔 요법이 기존 14일 PPI 요법과 비슷한 제균 효과를 내는지 비교했다.
펙수프라잔군은 '펙수프라잔 40mg·아목시실린 1g·클래리스로마이신 500mg'을 하루 2회 7일간 복용했다. 라베프라졸군은 라베프라졸 20mg·아목시실린 1g·클래리스로마이신 500mg을 14일 동안 복용했다. 이는 국내 지침이 표준 3제요법으로 권고하는 용량과 기간이다. 제균 여부는 치료 종료 6주 뒤 판정했다.
그 결과, 펙수프라잔군의 제균율은 80.0%(40명 중 32명), 라베프라졸군의 제균율은 82.1%(39명 중 32명)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7일을 쓴 펙수프라잔군이 14일을 쓴 라베프라졸군에 밀리지 않은 것이다.
내성 없는 환자 제균율은 96%··· '보노프라잔' 수준
연구팀은 이 79명을 다시 둘로 나눠 분석했다. 클래리스로마이신이 듣는 환자(60명)와 듣지 않는 환자(14명)다. 5명은 내성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헬리코박터균 가운데 일부는 특정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 항생제인 클래리스로마이신이 달라붙지 못한다. 위산분비억제제를 더 센 것으로 바꿔도 마찬가지다. 위산을 억제하는 목적이 항생제를 잘 듣게 하는 데 있는데, 그 항생제가 처음부터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헬리코박터 제균이 실패하는 주요 원인이다.
먼저 클래리스로마이신이 듣는 환자 가운데 치료를 마친 57명의 제균율은 펙수프라잔군 96.4%, 라베프라졸군 93.1%였다. 이는 '보노프라잔(한국 제품명 보신티정)'의 제균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노프라잔은 가장 먼저 상용화한 P-CAB 계열 약물로, 이 약물의 연구결과는 다른 P-CAB 약물의 성적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쓰인다.
연구팀은 "감수성균에서 90%를 넘는 제균율을 보인 기존 보노프라잔 연구 결과와 견줄 만한 수준"이라며 "펙수프라잔이 특히 마크로라이드 감수성균에서 보노프라잔에 필적하는 위산 억제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대로 클래리스로마이신이 듣지 않는 내성 환자에서는 성적이 달랐다. 내성으로 분류된 14명 가운데 펙수프라잔군 제균율은 37.5%(8명 중 3명)로, 라베프라졸군 50.0%(6명 중 3명) 대비 낮았다. 기간을 절반으로 줄인 7일 요법이 내성균까지 감당하지는 못한 셈이다. 다만 연구팀은 "내성균 환자 수가 14명으로 매우 적어 우연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부작용은 두 요법이 비슷했다. 이상반응 발생률은 펙수프라잔군 70.0%, 라베프라졸군 66.7%였고 중대한 이상반응은 없었다.
표준치료가 7일에서 14일로 늘어난 이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에서 위산분비억제제는 위 내부의 산도를 낮춰 항생제가 분해되지 않고 제대로 작용하도록 돕는다. 국내 진료지침은 PPI·아목시실린·클래리스로마이신을 14일 동안 함께 쓰는 표준 3제요법을 1차 치료로 권고한다.
원래 기간은 7일이었다.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이 늘면서 제균율이 70% 수준까지 떨어지자 14일로 늘린 것이다. 기간을 늘리는 것 말고 다른 요법을 쓰거나 더 강한 위산분비억제제를 쓰자는 제안도 함께 나왔다.
그 후보로 떠오른 것이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다. PPI보다 위산을 강력하게 오래 억제하고, 식사와 관계없이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같은 계열인 보노프라잔이 7일 요법으로 PPI 14일 요법과 비슷한 제균율을 보인 점을 근거로 펙수프라잔도 치료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이번 연구를 설계했다.
연구팀은 "치료 기간이 짧고 이상반응 양상이 비슷한 점을 고려하면, 펙수프라잔 기반 3제요법은 클래리스로마이신 감수성 검사가 가능한 환경에서 맞춤형 1차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7일 요법은 누적 항생제 노출을 줄이고 항생제 관련 이상반응 위험을 낮출 수 있으며, 이는 항생제 내성 확산을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감수성 검사가 가능한 환경이라는 단서가 붙은 것도 앞서 내성균에서 나온 성적 때문이다. 내성 여부를 알아야 7일 요법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미 지침 클래리스로마이신에서 갈려
한편, 미국소화기학회(ACG)는 진료지침에서 클래리스로마이신 기반 제균 요법을 1차 치료에서 밀어냈다. 미국 내 클래리스로마이신 내성률이 20~30%에 이르러 제균율이 70%를 넘기 어렵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1차 치료로 쓰려면 제균율이 통상 80% 이상은 나와야 한다.
대신 비스무스(bismuth) 4제요법(14일)을 표준 1차 치료로 정했다. 항생제인 '리파부틴(Rifabutin)' 3제요법과 P-CAB·아목시실린 2제요법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세 요법 모두 클래리스로마이신이 들어가지 않는다.
국내 지침이 1차 치료로 권고하는 요법(14일 표준 3제요법, 10일 순차 치료, 10일 동시 치료)은 모두 클래리스로마이신이 들어간다. 미국이 1순위로 정한 비스무스 4제요법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구제 요법(2차 치료)으로 남겨둘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다른 1차 치료를 쓸 수 없을 때만 쓰도록 했다.
이번 연구는 지난 11일 국제학술지 'Medicine'에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멸을 위한 7일 펙수프라잔 기반 및 14일 라베프라졸 기반 삼중요법 비교 무작위 대조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 comparing 7-day fexuprazan-based and 14-day rabeprazole-based triple therapies for Helicobacter pylori eradication)'라는 제목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