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종근당이 조현병 및 우울증 치료에 쓰이는 '브렉스피프라졸(오리지널 제품명: 렉설티)' 성분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기존 경구제를 월 1회 투여 주사제로 전환해 환자의 복약 순응도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29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종근당은 브렉스피프라졸의 결정성 미립자를 활용해 약물을 장기간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수성 현탁 주사제 기술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얻기 위해 특허 등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브렉스피프라졸은 일본 오츠카제약과 덴마크 룬드벡이 공동 개발한 비정형 항정신병제다. 도파민 D2 수용체와 세로토닌 5-HT1A 수용체에 대한 부분 효능제로서 작용하는 동시에 5-HT2A 길항제 역할을 한다. 조현병 치료와 주요우울장애(MDD)의 부가요법,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초조 증상 치료 등에 처방된다.
현재 국내외에 유통 중인 브렉스피프라졸 제제는 매일 복용해야 하는 경구 정제뿐이다. 문제는 조현병과 우울증 등 정신질환 환자는 자가 복약 순응도가 떨어져 임의로 투약을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브렉스피프라졸 정제보다 투약 주기를 늘린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제기됐다.
독자 현탁화 기술로 1개월 지속 방출 … 생체 안전성 확인
종근당이 특허청에 출원한 기술은 주성분을 고분자 캡슐로 감싸는 미립구 방식 대신, 수성 분산매에 약물 결정을 균질하게 분산시키는 결정성 수성 현탁액 제형에 관한 것이다. 카복시메틸셀룰로스나트륨(CMC-Na)과 폴리소르베이트 80을 최적 비율로 조합해 입자 응집과 침강을 차단하도록 설계했다.
원료 입자는 저온 환경에서 지르코늄 비드를 이용한 습식 분쇄 공정을 거쳐 부피 평균 직경을 13~35㎛ 범위로 균일화했다. 가혹 조건인 40℃에서 1개월 보관 후에도 입경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등 제제 안정성을 확인했다.
종근당이 도출한 장기지속형 브렉스피프라졸 주사제는 동물실험을 통해 서방형 제제로서 생체 내(in vivo) 효능도 입증했다. 랫트 대퇴부 근육에 단회 투여한 시험에서 초기 과도 방출 없이 35일 이상 치료 유효 혈중 농도를 유지했다. 투여 후 45일까지 부종이나 발적, 경화 등 주사 부위 자극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종근당은 앞서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기업 지투지바이오에 122억 원을 투자해 지분 8.2%를 확보한 바 있다. 지투지바이오는 미립구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1개월(GB-5021) 및 3개월(GB-5023) 지속형 브렉스피프라졸 주사제를 개발 중이다.
이번 독자 기술 확보로 종근당은 제조공정이 단순하고 경제성이 높은 자체 수성 현탁액 제제와 함께 3개월 초장기 방출이 가능한 지투지바이오의 미립구 제제를 병행 검토할 수 있는 투 트랙(Two-track) 포트폴리오를 마련하게 됐다.
퇴행성 신경질환 신약 'CKD-513' … 뇌 투과성 앞세워 연내 IND 제출 목표
종근당은 현재 중추신경계(CNS)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브렉스피프라졸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 확보는 이러한 행보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종근당의 CNS 파이프라인 확장은 제형 개발에만 그치지 않는다. 회사는 자체 신약 개발도 추진 중이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인 'CKD-513'이 대표적이다.
현재 전임상 단계인 CKD-513은 세포질 효소인 '히스톤 탈아세틸화효소 6(HDAC6)'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물질이다. 기존 HDAC6 억제제와 비교해 뇌혈관장벽(BBB) 투과 효율을 대폭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신경세포 내 미세소관을 안정화시켜 손상된 축삭 수송 기능을 회복시키는 기전을 가졌다.
종근당은 지난해 미국신경과학회(SfN 2025)에서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타우병증 동물모델에서 CKD-513의 인지 및 기억력 개선 효과를 발표한 데 이어 올해 국제말초신경과학학회(PNS 2026)에서는 유전성 말초신경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CMT) 동물모델에서 CKD-513의 신경세포 기능 개선 효능을 공개했다.
종근당은 현재 해외 비임상 시험기관을 통해 CKD-513의 독성시험을 진행 중으로, 연내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한다는 목표다.
'라투다' 특허 회피 성공 … 2029년 우판권 조기 진입 겨냥
종근당은 부광약품의 차세대 비정형 항정신병제 '라투다(성분명 루라시돈염산염)'를 겨냥한 특허도전에 나서며 블록버스터급 제품으로 성장 중인 라투다의 제네릭 시장 선점도 노리는 모양새다.
종근당은 라투다의 조성물 특허 2건 중 1건에 대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해 최근 청구성립 심결을 받아냈다. 해당 심결은 원개발사인 스미토모 파마가 불복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지금까지 해당 특허 회피에 성공한 제약사는 종근당을 포함해 환인제약, 명인제약, 영진약품, 유니메드제약 등 5곳이 전부다.
다만 실제 제품 출시까지는 넘어야 할 관문이 남아있다. 또 다른 조성물 특허에 대한 심리가 아직 특허심판원에서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라투다의 재심사(PMS) 기간이 2029년 11월 22일까지 설정돼 있어 제네릭 허가 신청은 그 이후에나 가능하다.
종근당은 남은 특허를 회피하고 라투다의 PMS 만료 시점에 맞춰 우선판매품목허가를 획득, 9개월 제네릭 시장 독점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라투다는 체중 증가와 대사성 부작용 위험이 적다는 평가에 힘입어 매출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출시 첫해인 2024년 19억 원에 불과했던 라투다의 매출은 지난해 109억 원으로 1년여 만에 6배가량 급증했다.
'글리아티린' 정책 리스크 직면 … CNS 포트폴리오 다각화 승부수
종근당이 이처럼 조현병 제형 개발, 신경질환 신약 개발, 오리지널 특허 회피에 동시에 나선 이유는 연간 원외처방액이 800억~1000억 원대에 달하는 회사의 대표 CNS 품목인 뇌기능개선제 '종근당글리아티린(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입지가 불확실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종근당글리아티린은 보건당국의 급여 적정성 재평가에 따른 본인부담률 80% 상향(선별급여) 처분과 식약처의 임상재평가가 장기화하면서 처방 감소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 글리아티린의 연간 원외처방액은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실적 방어가 필요한 상황이다.
약 2400억 원 규모로 추산되는 국내 조현병 및 관련 치료제 시장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차세대 항정신병제는 주요 성장 품목으로 꼽힌다. 종근당이 기존 영업망을 바탕으로 서방형 주사제 기술과 특허 회피 제네릭, 혁신신약을 잇따라 배치하며 CNS 사업 재편 및 확장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