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테우스의 방사성의약품 제조시설 내부. 미국 FDA가 최근 란테우스와 큐리움의 방사성리간드 치료제를 잇달아 허가한 가운데, 두 회사는 최대 80억달러 규모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란테우스][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미국에서 불과 8일 간격으로 허가된 방사성리간드 치료제 2종이 머지않아 한 회사의 품에 들어갈 전망이다. 두 제품 모두 노바티스의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 '루타테라'와 같은 루테튬-177 기반 치료제로, 합병이 완료되면 한 회사가 루타테라 경쟁 제품 2종을 동시에 보유하게 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2일(현지시간) 란테우스(Lantheus)의 '브라브네사(Bravnetsa, 루테튬 Lu 177 도타테이트·lutetium Lu 177 dotatate)'를 소마토스타틴 수용체 양성(SSTR+) 위장관·췌장 신경내분비종양(GEP-NET) 성인 환자의 치료제로 최종 승인했다.
앞서 FDA는 지난 14일 큐리움(Curium)의 '벡슬루트리(Bexlutry, 루테튬 Lu 177 도타테이트·lutetium Lu 177 dotatate)'를 같은 적응증으로 허가했다. 두 제품의 승인 간격은 8일에 불과하다.
두 회사는 현재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큐리움은 지난 8월 란테우스를 최대 80억 달러에 인수·합병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가 예정대로 마무리되면 란테우스는 상장회사 지위를 잃고 큐리움과 한 회사로 묶인다. 양사는 주주 승인과 규제당국 심사 등을 거쳐 2027년 상반기 거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성분이지만 허가 경로는 달라
벡슬루트리와 브라브네사는 모두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177을 소마토스타틴 유사체에 결합한 방사성리간드 치료제다. 종양세포 표면의 소마토스타틴 수용체에 결합한 뒤 방사선을 전달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두 약물의 FDA 허가 경로는 다르다.
큐리움은 벡슬루트리를 505(b)(2) 신약허가신청(NDA)으로 허가받았다. 회사는 벡슬루트리를 GEP-NET 치료를 위한 첫 '방사성리간드 동등 치료제(radioligand equivalent)'라고 소개했다.
반면 란테우스의 브라브네사는 제네릭 의약품에 사용하는 약식신약허가신청(ANDA)을 통해 승인됐다. FDA는 브라브네사가 노바티스(Novartis)의 루타테라(Lutathera, 루테튬 Lu 177 도타테이트)와 생물학적으로 동등하고 치료적으로도 동등하다고 판단했다.
란테우스는 지난 3월 브라브네사의 전신인 PNT2003에 대해 잠정승인을 받았으나, 루타테라 관련 특허 분쟁에 따른 30개월 허가정지 기간 때문에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승인으로 미국에서 루타테라를 직접 대체할 수 있는 첫 제네릭 방사성의약품이 시장 진입을 앞두게 됐다.
란테우스의 한 기술자가 조심스럽게 약병에 약품을 채우고 있다. [사진=란테우스]노바티스 '루타테라', 7년 독점구도 흔들
그동안 미국 GEP-NET 방사성리간드 치료 시장은 사실상 노바티스의 루타테라가 독점해왔다.
FDA는 2018년 성인 SSTR 양성 GEP-NET 치료제로 루타테라를 처음 승인했다. 2024년에는 적응 연령을 12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루타테라는 신경내분비종양 세포가 많이 발현하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를 찾아가 루테튬-177이 방출하는 베타선을 종양에 직접 전달한다. 방사선을 전신에 조사하는 기존 방사선치료와 달리 암세포 주변에 방사선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루타테라 승인 이후 방사성리간드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같은 성분을 사용하는 경쟁 제품의 미국 진입은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승인으로 노바티스의 루타테라가 7년 넘게 유지해온 독점 공급체계는 막을 내리게 됐다. 특히 브라브네사는 FDA가 루타테라와 치료적 동등성을 인정한 제네릭이라는 점에서 가격과 공급 경쟁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쟁제품 2종이 한 회사로…2대 1 시장 새로운 전운
시장 구도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대목은 큐리움과 란테우스의 합병이다.
큐리움은 란테우스 주식 전량을 주당 102.50달러에 현금으로 인수하고, 란테우스 제품의 향후 상업적 성과에 따라 주당 최대 12달러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모든 조건이 충족될 경우 전체 거래 규모는 약 80억 달러에 달한다.
합병이 완료되면 큐리움은 벡슬루트리와 브라브네사를 모두 확보하게 된다. 하나는 NDA로 허가받은 방사성리간드 치료제이고, 다른 하나는 루타테라와 치료적 동등성을 인정받은 제네릭이다.
두 회사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에서도 상당한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큐리움은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제조·공급망을 보유하고 있고, 란테우스는 미국 핵의학 영상진단 시장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양사는 합병 이후 진단과 치료를 연결하는 테라노스틱스(theranostics)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불과 8일 사이 FDA의 문턱을 넘은 두 루테튬-177 치료제가 내년이면 같은 회사 포트폴리오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노바티스가 지배해 온 미국 GEP-NET 방사성리간드 치료 시장에도 새로운 전운이 감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