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방사성의약품(RPT)을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고 신규 표적 확보와 자체 후보물질 개발, 동위원소 공급망, 임상·생산 네트워크를 아우르는 전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AI 생성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SK바이오팜이 자사의 첫 방사성의약품(RPT, Radiopharmaceutical Therapy) 후보물질 'SKL35501'의 임상 1상 첫 환자 투약을 조만간 개시한다. 환자투약은 이달이나 다음 달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은 지 9개월여 만에 본격적인 임상에 나서는 것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21일 오후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SKL35501은 현재 임상기관을 중심으로 환자 모집과 첫 투약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라며 "환자 등록과 사이트별 준비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조만간 첫 투약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악티늄-225(²²⁵Ac)를 적용한 이 후보물질의 임상과 함께 후속 표적 확보와 자체 후보물질 발굴, 동위원소 공급망 구축을 병행하며 RPT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상업화 속도 붙은 RPT…시장도 빠르게 성장
SK바이오팜의 첫 RPT 후보물질 임상 진입은 글로벌 제약업계가 RPT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시점과 맞물린다.
현재 시장을 이끄는 대표 제품은 노바티스의 '플루빅토(Pluvicto)'와 '루타테라(Lutathera)'다. 플루빅토는 전립선특이막항원(PSMA)을 표적으로 하는 물질에 베타선을 방출하는 루테튬-177(¹⁷⁷Lu)을 결합한 전립선암 치료제다. 루타테라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SSTR)를 겨냥해 신경내분비종양을 치료한다.
플루빅토는 2025년 19억 94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전년보다 43% 성장했다. 같은 해 루타테라 매출은 8억 1600만 달러로 13%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360iResearch는 두 약물이 이끈 글로벌 RPT 시장 규모를 2025년 91억 8000만 달러로 추산했다. 2032년에는 185억 2000만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0.55%다. 상용 제품의 매출이 늘면서 개발 경쟁도 기존 표적과 핵종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SK바이오팜도 이미 경쟁이 치열한 PSMA 대신 새로운 표적을 택했다.
경쟁 심한 PSMA 표적 대신 NTSR1…알파핵종 악티늄-225 선택
SKL35501은 뉴로텐신 수용체 1형(NTSR1·Neurotensin Receptor 1)을 표적으로 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미 경쟁이 활발한 PSMA에 국한하기보다 새로운 고형암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표적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SKL35501의 NTSR1은 대장암, 췌장암 등 여러 고형암에서 발현될 수 있는 표적"이라고 설명했다.
SKL35501에는 알파입자를 방출하는 악티늄-225를 적용한다. 알파입자는 루테튬-177 등이 방출하는 베타입자와 비교해 조직 내 이동 거리가 짧고 선형에너지전달(LET)이 높아 좁은 범위에 높은 에너지를 전달하는 특성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악티늄-225를 선택한 것은 차세대 알파핵종 RPT의 잠재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며 "기존 베타핵종 기반 RPT와 차별화된 치료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급량이 루테튬-177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점은 악티늄-225 기반 방사성 의약품 개발사들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SK바이오팜은 이에 대비해 미국 테라파워 아이소토프스(TerraPower Isotopes)와 벨기에 팬테라(PanTera) 등과 공급 계약을 이미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후보물질 개발과 병행해 TerraPower, PanTera 등과 공급망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왔다"고 전했다.
SKL35501은 NTSR1을 확인하는 진단용 후보물질 'SKL35502'와 함께 개발되고 있다. 진단제로 NTSR1 발현 환자를 선별한 뒤 같은 표적을 겨냥한 치료제를 투여하는 테라노스틱(theranostic) 전략이다.
CA9 표적 후보물질 'SKL37321' 도입…ROR1 표적 RPT는 자체 개발
SK바이오팜은 'SKL35501'을 이을 후속 RPT 파이프라인을 다른 표적으로도 넓히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SKL35501에 이어 CA9을 타깃으로 하는 SKL37321을 외부에서 추가 도입했고, 자체 연구를 통해 ROR1을 타깃으로 하는 RPT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며 "외부 기술도입과 자체 연구개발을 병행하는 전략"이라고 확인했다.
CA9는 산소가 부족한 종양 환경에서 발현이 증가하는 세포막 단백질이다. 신세포암을 비롯해 폐암과 대장암 등 여러 암종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ROR1은 일부 혈액암과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이다. 정상 성인 조직에서는 발현이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ADC(항체-약물 접합체)와 세포치료제 분야에서도 치료 표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RPT 전 밸류체인 구축…'엑스코프리' 성공이 뒷받침
SK바이오팜은 RPT에서 후보물질 확보에 그치지 않고 자체 발굴 역량과 동위원소 공급망, 개발·생산 네트워크까지 갖추겠다는 전략을 표방한다.
이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건 뇌전증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cenobamate)' 매출이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일본에서도 허가를 받으면서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입할 수 있는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
회사 관계자는 "RPT 사업 진출은 엑스코프리 특허 만료에 대비한 단기적인 대체 전략이라기보다 엑스코프리가 창출하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차세대 성장동력에 선제적으로 재투자한다는 중장기 전략"이라며 "신약 개발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기존 사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시점부터 다음 성장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물질뿐 아니라 자체 디스커버리 역량, 동위원소 공급망, 개발 및 생산 네트워크까지 전 밸류체인의 경쟁력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RPT 전략의 첫 판단 근거는 SKL35501의 임상 1상 결과가 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는 임상 1상을 통해 SKL35501의 안전성과 적정 용량을 확인하는 동시에 초기 유효성을 포함한 임상적 가능성을 신속하게 검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상 2상 진입과 신약허가신청(NDA) 등 후속 일정은 임상 1상 결과와 규제기관 협의를 바탕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