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챗지피티(ChatGPT)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진균에 오염된 점안 주사제로 다수 피해자를 발생시킨 유니메드제약이 대규모 공동소송에 이어 개별 환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도 패소했다. 법원은 오염된 의약품과 환자의 안내염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며 회사 측에 수천만 원대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21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민사12단독 김대현 판사는 최근 환자 A씨가 유니메드제약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유니메드제약)는 원고에게 2496만 8308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12일 인천 미추홀구 소재 안과의원에서 우안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수술 보조제로 유니메드제약의 안과용 점탄물질 주사제 '유니알주15mg(히알루론산나트륨)'을 투여했다.
수술 직후 A씨는 안압 상승과 시야 혼탁 증세를 겪었으며,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상급 종합병원으로 전원돼 진균성 안내염 소견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유리체절제술과 기존에 삽입된 인공수정체 및 수정체낭 적출술, 유리체강 내 항진균제 주입술을 받았다. 인공수정체가 제거된 상태에서 약 7개월간 시력이 크게 저하된 상태로 생활한 뒤에야 2차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소송의 원인이 된 유니알주는 지난 2020년 전국 안과 병·의원에서 백내장 수술 환자를 중심으로 진균성 안내염이 집단 발병하자 그 원인으로 지목돼 보건당국의 조사를 받은 제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 결과 유니알주의 특정 제조번호 제품에서 무균시험 부적합이 확인됐다. 이에 더해 유니메드제약의 주사제 제조과정 및 제조시설 전반에서 미생물 오염 위험이 드러나면서 식약처는 2021년 2월 유니알주를 포함한 유니메드제약의 점탄물질 3개 품목의 허가를 최종 취소했다.
질병관리청의 심층 역학조사에서도 백내장 수술 후 진균성 안내염 발생 사례 156건 중 152건(97.4%)에서 유니알주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유니알주 사용 환자군과 제품 수거 검사에서 검출된 진균은 모두 동일한 푸사리움 옥시포룸(Fusarium oxysporum) 균주로 분석됐다.
재판부는 의약품 제조공정의 고도성과 폐쇄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대법원 판례를 적용, 유니알주의 결함과 A씨의 진균성 안내염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했다. A씨가 수술 전 진균 감염을 의심할 기저질환이 없었고 수술 후 안내염이 발생했으며, 보건당국 조사를 통해 약제가 오염됐을 상당한 개연성이 확인됐다는 판단이다.
유니메드제약 측은 A씨의 안구 검체 배양검사에서 진균이 검출되지 않았고 초기 전형적인 급격한 시력 저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진균성 안내염으로 볼 수 없다고 맞섰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진균성 안내염의 경우 배양검사의 위음성률이 매우 높고 지연성 경과를 보이는 특성이 있다는 주치의의 임상적 확진 소견과, 질병관리청 역학조사에서도 확진 사례 152건 중 89건(58.6%)에서 균이 배양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유니메드제약 측 주장을 배척했다.
수술실 환경 오염이나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등 다른 원인으로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제약사 측의 항변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푸사리움균은 흙이나 식물에 상재하는 진균으로 병원 환경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재판부는 A씨가 청구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액 가운데 기왕치료비와 약제비, 위자료를 포함해 총 2496만 8308원을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의약품의 무균성 결여는 환자의 고도 신뢰를 저버린 중대한 결함"이라며 "원고가 4차례 수술과 독한 항진균제 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겪었고, 7개월간 시력 저하로 정상적인 근로 제공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것이 직장에서 해고된 데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유니메드제약은 1차 안과의원과 상급병원이 진균 질환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 점안액을 처방해 손해가 확대됐다며 책임 제한을 주장했으나 인정되지 않았다.
수술 후 스테로이드 처방은 염증 조절을 위한 통상적인 치료 범위에 해당하며, 설령 의료진의 처방 과실이 일부 있더라도 이는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부진정연대책임 관계일 뿐, 피해자에 대한 제약사의 배상 책임을 제한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유니메드제약은 이번 인천지방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의약품 결함에 따른 인과관계 인정과 손해배상 범위를 둘러싼 법정 공방은 2심 법원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도 지난 2월, 오염된 점안 주사제로 피해를 본 환자 122명이 유니메드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에서 제약사의 책임을 인정하고 청구액 약 26억 원 중 70% 상당을 배상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한 바 있다.
유니알주 오염 사태로 인한 누적 피해자는 전국적으로 3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