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를 향한 제네릭사들의 특허도전 레이스가 막을 올렸다. 휴온스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먼저 펙수클루의 결정형특허 회피에 나서면서, 우선판매품목허가(우판권)를 확보하기 위한 후발 제약사들의 심판 청구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펙수클루가 출시 3년 만에 연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한 대형 품목으로 성장한 만큼, 제2의 '케이캡' 사태를 방불케 하는 무더기 심판 청구 가능성이 제기된다.
휴온스는 16일 특허심판원에 대웅제약의 '1-(5-(2,4-다이플루오로페닐)-1-((3-플루오로페닐)술포닐)-4-메톡시-1H-피롤-3-일)-N-메틸메탄아민 염의 신규한 결정형' 특허에 대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특허는 펙수클루의 결정형특허로, 오는 2036년 3월 25일 존속기간이 만료된다. 4-메톡시 피롤 유도체 유리 염기의 낮은 수용해도와 안정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특정 염을 결합한 고유의 고체 결정구조를 배타적으로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휴온스는 이 특허에 대해 같은 날 총 4건의 심판을 동시 청구하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쳤다. 회사 측이 각기 다른 염 변경이나 새로운 결정다형 도출 등 다각도 특허 회피 논리와 기술적 우회로를 마련한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대웅제약은 펙수클루의 시장 방어를 위해 물질특허, 조성물특허, 결정형특허, 제제특허, 염특허 등 겹겹의 '특허 덤불'을 쳐놓은 상태다.
휴온스가 이러한 특허 장벽들 중 결정형특허를 가장 먼저 겨냥한 이유는 해당 특허가 2036년 2월 만료되는 물질특허, 2041년 12월 만료되는 제제특허와 함께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특허목록에 등재돼 있기 때문이다.
후발 제약사들은 오리지널 제품이 보유한 여러 특허들 가운데 식약처 의약품 특허목록에 등재된 특허 공략에 성공해야만 허가특허연계제도에 따른 우판권을 획득할 수 있다. 특히 펙수클루의 3개 등재 특허 중 결정형특허는 나머지 특허에 비해 회피 설계가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으로 평가된다. 약물의 근본 구조를 묶어둔 물질특허와 이 물질의 경구용 제제화 기술을 담은 제제특허는 기술적, 법적으로 공략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결정형특허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유효성분은 같으면서도 물리화학적 3차원 구조가 다른 새로운 염이나 무정형 상태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비침해를 인정받는 방식으로 특허망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휴온스의 이번 심판 청구는 공략이 어려운 물질특허 등은 존속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더라도 결정형특허 회피를 통해 우판권만은 선제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휴온스가 쏘아 올린 신호탄 … 우판권 '14일 카운트다운' 돌입
휴온스의 이번 심판 청구는 펙수클루 제네릭 시장 진입을 벼르고 있던 다른 제약사들의 발등에도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우판권 획득 경쟁에 가세하려면 '최초 심판 청구' 요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상 첫 번째 특허심판 청구가 이뤄진 날부터 14일 이내에 동일한 심판을 청구한 후발 제약사들은 모두 '최초 심판 청구' 자격을 갖춘 것으로 간주된다.
즉, 펙수클루 제네릭을 준비 중인 다른 제약사들은 휴온스의 심판 청구일인 이달 16일로부터 14일째 되는 같은 달 30일까지 특허심판원에 심판 청구서를 접수해야만 우판권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형 블록버스터 품목을 겨냥한 특허도전의 경우, 최초 심판 청구 이후 14일간 후발 제약사들의 무더기 심판 청구가 이뤄지는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실제 선발 P-CAB 제제인 HK이노엔의 케이캡 특허 분쟁 당시에도 최초 심판 청구일로부터 14일 이내에 무려 80개에 달하는 제약사가 결정형특허에 무더기로 도전장을 내밀며 단일 품목 기준 역대 최대 규모의 특허 분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케이캡 분쟁에서 60곳 이상의 제약사가 오리지널사의 방어를 뚫고 결정형특허 회피에 성공한 선례는 제네릭사들에 강력한 학습효과를 심어줬다.
적응증 넓히며 파이 키운 블록버스터 … 제2의 '케이캡' 특허대전 예고
펙수클루는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케이캡, 제일약품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와 함께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으며, 출시 후 3년 만에 연매출 1000억 원 이상을 돌파한 초대형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국내 P-CAB 제제 중 최초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 장기 복용 환자의 소화성 궤양 예방 적응증을 획득하고, 최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항생제 병용요법 적응증까지 추가 확보하며 상업적 파이는 더욱 커진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식약처가 향후 3년 내 자료보호기간이 종료되는 의약품 목록을 발표하며 펙수클루를 핵심 품목으로 포함해 선제적 정보를 제공한 것은 제네릭사들의 특허도전 적기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막대한 경제적 보상과 14일이라는 촉박한 타임라인이 맞물리면서 앞으로 2주간 펙수클루 결정형특허를 겨냥해 원료 확보나 제제 연구가 덜 끝난 제약사들까지 뛰어드는 '심판 청구 러시'가 과거 케이캡 때처럼 재현될 것으로 점쳐진다.
초대형 블록버스터의 독점적 지위를 수성하려는 대웅제약과 특허 장벽을 조기에 붕괴시키려는 후발 제약사들의 양보 없는 수싸움이 이제 막 시작된 가운데, 앞으로 남은 14일 동안 얼마나 많은 제약사가 이 특허 분쟁에 합류할지, 그리고 대웅제약이 어떤 후속 방어 카드를 꺼내 들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