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갈무리][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광동제약과 조달청 사이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입찰 제한 불복 행정소송 항소심의 판결이 또다시 미뤄졌다.
12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0-3행정부(나)는 당초 오늘(12일)로 예정돼 있던 광동제약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판결선고기일을 다음 달 24일로 변경했다. 이는 선고를 불과 하루 앞두고 내려진 결정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미 수차례 선고 기일을 미루거나 변론을 재개하며 장기 지연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항소심 선고가 처음 미뤄진 것은 지난 2024년 12월이다. 당초 재판부는 같은 해 11월 8일 변론을 종결하고 그해 12월 20일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었으나, 기일을 한 차례 변경하며 해를 넘겼다.
이후 2025년 2월 14일 판결을 내리기로 했으나, 선고를 하루 앞두고 돌연 변론 재개를 결정했다. 재판부가 판결문을 작성하던 중 추가 심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개된 변론은 2025년 4월 4일 다시 종결됐고, 재판부는 5월 30일을 새로운 선고기일로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선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다시 기일을 하루 앞둔 5월 29일 선고를 취소하고 추후 지정하기로 결정하며 사건을 멈춰 세웠고, 이후 소송은 약 10개월간 표류했다.
재판부는 올해 4월 17일 한 차례 더 변론기일을 열어 공방을 주고받은 뒤 다시 변론을 종결하고 이달 12일을 판결선고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이 최종 국면에 접어드는 듯했으나, 재판부가 4번째 판결선고 연기를 결정하면서 소송 당사자인 광동제약과 조달청은 또다시 한 달 뒤를 기약하게 됐다.
재판부가 이처럼 판결에 신중을 기하며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배경에는 '백신 담합' 사건을 둘러싼 대법원의 엇갈린 판례가 자리 잡고 있다.
앞서 광동제약은 조달청이 2019년 2월 공고한 폐렴구균 백신 '신플로릭스' NIP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벌였다는 혐의를 받았다.
광동제약은 다국적 제약사 GSK로부터 신플로릭스를 공급받아 국내에 독점 유통하고 있다. 경쟁 제품이 전무한 독점 상황이다 보니 단독 입찰로 인해 유찰이 발생했고, 조달청이 재공고를 내자 유찰을 막기 위해 타 도매상을 이른바 '들러리'로 내세웠다는 것이 당국의 시각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을 부과했고, 조달청은 국가조달사업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처분을 내렸다. 광동제약은 1심에서 조달청의 처분이 과도하다는 취지로 승소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형사재판과 공정위 행정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최근 명확히 엇갈리면서 항소심 재판부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대법원은 올해 초 백신 담합 관련 형사재판에서 광동제약 등 제약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반대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처분 취소 소송에서는 공정위의 처분이 적법하다며 제약사들에 패소 판결을 했다. 형사상으로는 무죄를 받았지만, 행정상으로는 담합 행위가 인정된다는 두 갈래의 결과물이 도출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로서는 이 상충하는 대법원의 판단 사이에서, 조달청이 내린 입찰참가자격 제한이라는 행정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고 정당한지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광동제약 입장에서는 이번 항소심 결과에 따라 정부 주도의 대규모 백신 공급 및 조달 사업 참여가 한동안 차단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항소심 판결은 광동제약의 비즈니스 차질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되는 한편, 제약업계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입찰 관행을 규정하는 사법적 가이드라인이 될 전망이다.
장고에 빠진 항소심 재판부가 기나긴 법정 공방에 마침표를 찍고 명확한 사법적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을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