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알레르기질환 [출처: 게티이미지, 제공: 강동경희대병원][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알레르기 반응을 일시적 완화가 아닌,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가 등장, 관심을 끈다. 이 약물은 현재 1상 임상을 진행 중인데, 성공할 경우, 지금의 치료 방식에도 큰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인다.
알레르기는 우리 몸의 면역계가 특정 외부 물질(계란, 땅콩, 꽃가루 등)을 위험한 침입자로 오인해 과도하게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본래 면역계는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 몸을 보호해야 하지만, 알레르기 환자의 몸은 무해한 식품이나 환경 물질에 대해서도 불필요한 비상경보를 울린다. 이로 인해 두드러기, 가려움증은 물론 호흡 곤란과 아나필락시스 쇼크에 이르는 치명적인 전신 반응까지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반응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 물질은 면역글로불린 E(IgE)라는 항체다. 알레르기 환자의 체내에 유발 물질이 들어오면, IgE가 이를 감지하고 비만세포와 같은 면역세포와 결합하여 알레르기 증상을 초래한다. 관련 질환으로는 천식, 아토피 피부염, 비염, 두드러기 등이 있다.
이때 사용하는 표준 치료제가 IgE 억제제다. 현재 이 시장은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의 IgE 억제제 '졸레어(Xolair, 성분명: 오말리주맙·omalizumab)'가 사실상 독점한 상태다.
'졸레어'는 몸속을 돌아다니는 IgE에 먼저 결합하여, 이들이 면역세포를 자극하지 못하도록 중간에서 붙잡아 두는 기전의 알레르기성 천식 및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치료제다. 환자가 알레르기 유발 음식에 실수로 노출되더라도 급격한 쇼크가 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이 약물은 IgE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을 조절하도록 설계된 최초이자 유일한 IgE 억제제로 등장하며 연간 매출액 40억 달러(한화 약 6조 원)가 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졸레어'가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배경에는 자체 기술로 확보한 안전성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기존의 항체 기반 억제제는 타깃에 강력히 결합해 활성을 저해하는 방식으로, 면역세포 표면 위의 IgE까지 자극하여 오히려 아나필락시스 쇼크를 일으킬 위험이 컸다. 반면 '졸레어'는 영업비밀로 부쳐진 기술을 통해 면역세포 위 IgE는 건드리지 않고, 오직 혈액 속 IgE만 낚아채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했다. 다른 기업들이 IgE 억제제 개발에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러한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적 장벽 때문에 아직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옴리클로(Omlyclo, 성분명 : 오말리주맙·omalizumab)' 정도만이 '졸레어'의 경쟁자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물론 '졸레어' 역시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있어서 완벽한 약물은 아니다. '졸레어'는 이미 만들어져 돌아다니는 항체를 일시적으로 중화할 뿐, 항체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 즉 IgE의 생산 자체를 차단하지는 못한다.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기저 체질상 체내 기본 IgE 수치가 너무 높은 중증 환자들의 경우, '졸레어' 투여량만으로는 밀려드는 항체를 감당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치료 범위에서 제외되거나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그런데 미국의 바이오 벤처 파플라(Poplar)가 '졸레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끈다.
이 회사가 임상 중인 'PHB-050'는 사람의 항체가 아닌, 낙타에서 비롯된 독특한 항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약물이다. 낙타 항체는 크기가 일반 항체의 10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작으면서도, 타깃에 결합하는 강도가 강해 '졸레어'보다 효과적으로 IgE를 붙잡을 수 있다.
특히 이 약물은 'SELF(S267E/L328F)'라는 고유한 유전자 변이 기술을 덧붙여 IgE 생성 물질에 정지 신호를 보냄으로써 혈중 IgE 수치를 0에 가깝게 유도하도록 설계되었다. '졸레어'와 달리 항체의 생성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①낙타 기반 항체 ②유전자 변이 결합이라는 'PHB-050'의 특징은 과거 시도되었던 일반적인 항체 기반 의약품의 고질적인 한계였던 아나필락시스 쇼크 우려 또한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업계는 'PHB-050'이 임상에 성공할 경우 '졸레어'를 능가하는 사상 첫 알레르기 근본 치료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플라는 현재 1상 임상시험 단계에서 'PHB-050'의 안전성, 내약성, 약동학을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