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 갈무리][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광동제약이 조달청을 상대로 제기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이 두 달 뒤 판가름 난다. 재판부는 10개월간의 장고를 끝내고 기일을 재개한 지 한 차례 만에 변론을 종결하며 판결 선고 채비에 나섰다.
서울고등법원 제10-3행정부는 최근 광동제약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열고 당일 변론 절차를 모두 종결했다. 이와 함께 오는 6월 12일을 판결선고기일로 지정했다.
당초 이 사건의 항소심 선고는 지난해 이뤄질 예정이었다. 재판부는 지난해 4월 4일 변론을 종결하고, 같은 해 5월 30일을 판결선고기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가 직권으로 변론재개를 결정하면서 심리 절차가 돌연 멈춰 섰다.
이후 기약 없는 장기 검토에 돌입했던 재판부는 최근 다시 기일을 잡고 절차를 재개했다. 긴 침묵을 깬 재판부는 단 한 차례의 변론기일 만에 양측의 입장을 정리한 뒤 곧바로 선고 일정을 확정 지으며 속도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이번 소송은 이른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백신 입찰 담합' 사태에서 비롯됐다. 조달청은 지난 2019년 질병관리청이 발주한 폐렴구균 백신 '신플로릭스' 입찰 과정에서 광동제약이 들러리 업체를 세워 부당하게 낙찰을 받았다고 판단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다.
광동제약은 조달청의 이 같은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021년 11월 마무리된 1심에서 재판부는 광동제약의 손을 들어줬다. 회사의 행위가 담합에 해당하는 것은 맞지만, 조달청의 입찰 자격 자체를 제한하는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판단이었다.
이후 조달청의 항소로 시작된 2심 재판은 4년 넘게 진행 중이다. 재판이 이처럼 장기화한 배경에는 최근 잇따라 나온 사법부의 엇갈린 판결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백신 담합 혐의를 두고 형사재판과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취소 행정소송의 결과가 극명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올해 1월, 대법원은 광동제약을 포함해 백신 입찰 담합 혐의로 기소된 제약사 임직원들의 형사재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입찰의 구조적 특수성으로 인해 실질적인 경쟁 관계가 성립하기 어려웠고, 정부 당국의 종용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반대로, 공정위가 부과한 수백억 원대 과징금 관련 행정소송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고등법원과 대법원은 제약사들이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담합에 따른 경쟁 제한성을 인정하며 공정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형사상으로는 무죄가 입증됐으나, 행정법상 담합의 위법성은 인정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입찰제한 취소 소송의 항소심 재판부 역시 조달청의 입찰 제한 처분이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깊은 고심에 빠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10개월 만에 변론을 재개한 이번 입찰 제한 소송의 항소심 재판부가 변론을 단 한 차례 만에 마무리한 것은 그동안 축적된 대법원 판례와 형사·행정소송의 최종 판결문 대조를 통해 어느 정도 법리적 결론을 내렸다는 것을 시사한다. 추가적인 사실관계 다툼보다는 법적 제재 수위의 정당성 판단만이 남은 상태라는 분석이다.
광동제약으로서는 다가올 6월 선고가 핵심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항소심 재판부가 형사상 무죄와 행정법상 위법성이라는 상충하는 판결들 사이에서 어느 쪽에 더 큰 비중을 두고 10개월간의 장고를 끝맺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