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 전문매체 바이오파마 다이브(BioPharma Dive)는 '카일레라 테라퓨틱스'의 6억2500만 달러 IPO를 "수년 만의 최대 규모 공모"로 평가했다.[헬스코리아뉴스=서정필 ] 미국 바이오 자본시장이 깨어났다. 그러나 모든 문이 열린 것은 아니다. 돈은 임상 데이터로 가치를 증명한 소수 기업에게 몰리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 16일과 17일(현지시간) 연이어 발표된 두 건의 바이오 테크 대형 자금조달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설립된 미국의 비만 치료제 개발사 카일레라 테라퓨틱스(Kailera Therapeutics)는 기업공개(IPO)로 6억 2500만 달러(한화 약 9245억 원원)를, 항암제 개발사 레볼루션 메디신(Revolution Medicines)은 유상증자(FPO) 및 전환사채(CB) 병행 공모로 22억 2500만 달러(약 3조 2900억 원)를 조달했다. 한화 약 4조 2100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자금이 단 이틀 만에 움직인 것이다. 공통점은 두 회사 모두 투자자 앞에 데이터를 내밀었다는 점이다.
◇ 카일레라, 美 바이오 IPO 최대 금액 경신
카일레라의 IPO 규모는 최초 공모 기준 미국 바이오 기업 사상 최대다. 2021년 사나 바이오테크놀로지스(Sana Biotechnologies)가 세운 최초 공모 기록은 5억 8760만 달러였다.
투자자를 움직인 것은 주력 파이프라인 '리부파타이드'(ribupatide, 개발코드명: KAI-9531)가 쌓아온 임상 데이터다. GLP-1·GIP 이중작용제인 이 물질은 중국 항서제약(헝루이, 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이 수행한 임상 2상에서 26주 차 평균 체중 감소율 12.1%(위약군 2.3%)를 기록했고, 이어진 후기 임상에서는 48주 차 약 18%의 체중 감소가 확인됐다. 이러한 데이터가 투자자를 끌어당겼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위고비(Wegovy,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젭바운드(Zepbound, 티르제파티드·tirzepatide)'가 이미 증명한 GLP-1 계열 시장의 상업성 위에, 주사제와 경구제를 병행 개발한다는 차별화 카드도 이번 성과의 디딤돌이 됐다. 카일레라는 이 물질을 글로벌 3상 프로그램 'KaiNETIC'에 진입시켰고, 이번 IPO 자금은 2028년 2분기까지 3상을 완주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카일레라는 지난 2024년 설립 직후 시리즈A 4억 달러, 지난해 10월 시리즈B 6억 달러를 연이어 유치한 데 이어 이번 IPO까지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 조달을 성사시켰다. 기업공개 이전까지 포함하면 설립 이후 지금까지 16억 2500만 달러(한화 약 2조 4000억 원)를 조달한 셈이다.
◇ 레볼루션 메디신, 3상 OS 개선 데이터가 열어준 3조 원 지갑
레볼루션 메디신은 췌장암 3상 성공 발표 이틀 만인 지난 17일(현지시간), 주식·전환사채 동시 공모를 통한 약 22억 2500만 달러(약 3조 2900억 원) 규모의 자금조달 종결을 공식 발표했다. (자료=레볼루션 메디신)레볼루션 메디신의 성과 역시 데이터가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레볼루션 메디신은 주력 물질 '다락손라십(daraxonrasib, 개발코드명: RMC-6236)'의 전이성 췌장관상선암(PDAC) 3상 임상 'RASolute 302'에서 전체생존기간(OS)을 포함한 모든 1차·주요 2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곧바로 공모 절차에 들어갔다. 시장은 주당 142달러에 1214만 7887주를 소화했고, 5억 달러 규모의 액면금리 0.5% 전환사채(CB)까지 추가로 흡수했다. 3상 성공 발표에서 공모 마감까지 채 며칠이 걸리지 않았다.
이로써 회사는 로열티 파마(Royalty Pharma)와의 약정으로 이미 확보한 20억 달러(약 2조 9586억 원)와 별개로, 추가로 3조 원이 넘는 실탄을 단번에 마련했다. 빅파마에 기술 수출하는 대신 자체 상업화까지 밀어붙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회사 파이프라인에는 '다락손라십' 외에도 KRAS G12C 선택적 저해제 '엘리론라십(elironrasib, 개발코드명: RMC-6291)', KRAS G12D 선택적 저해제 '졸돈라시브(zoldonrasib, 개발코드명: RMC-9805)' 등 RAS(ON) 저해제가 줄지어 있다. 췌장암 3상에서 확보한 OS 개선 데이터 한 장이 이 모든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 데이터 힘 증명한 카일레라와 레볼루션
카일레라와 레볼루션의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바이오 자본시장은 닫혀 있지 않다는 것과 아무에게나 열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투자자가 지갑을 여는 조건은 숫자로 증명된 후기 임상 데이터라는 사실이 이번 두 회사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결국 데이터가 자금을 끌어당긴다는 격언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