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오테크 레볼루션 메디신이 개발 중인 신약 물질 '다락손라십'이 전이성 췌장암 환자 대상 주요 3상 임상시험(RASolute 302)에서 전례 없는 전체생존기간 개선 효과를 보였다. [헬스코리아뉴스 / 서정필]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췌장암 치료 분야에서 생존기간을 기존 대비 2배 가까이 늘린 임상 결과가 나왔다. 주인공은 미국 바이오테크 레볼루션 메디신(Revolution Medicines)이 개발 중인 RAS(ON) 멀티 선택적 억제제 '다락손라십(daraxonrasib, 코드명: RMC-6236)'이다.
현지시간 13일, 레볼루션 메디신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8-K 공시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RASolute 302, NCT06625320)의 톱라인(Topline) 데이터를 전격 공개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 숫자가 증명한 성과 … OS 13.2개월의 의미
이날 공개된 RASolute 302 임상은 전 세계 다기관에서 진행된 무작위 배정, 오픈 라벨 글로벌 3상 시험이다. 임상에는 이전에 최소 1회 이상의 표준 치료(주로 1차 화학요법)를 받았음에도 질병이 진행된 전이성 췌관선암 환자 약 480명이 참여했다. 환자들은 1:1 비율로 무작위 배정되어 ▲다락손라십 단독요법군(1일 1회, 300mg 경구 투여)과 ▲연구자가 선택한 표준 화학요법군(오니바이드 기반 요법 등)으로 나뉘어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특히 이번 임상은 특정 RAS 변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KRAS 변이(G12D, G12V, G12R 등)를 보유한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설계되어, 표적치료제의 범용성을 대폭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공개된 톱라인(Topline) 결과에 따르면, '다락손라십' 투여군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13.2개월로 집계됐다. 대조군(6.7개월)과 비교하면 단순한 생존 기간 연장이 아니라, 치료 성과의 층위가 달라진 셈이다.
사망 위험은 약 60% 감소(HR 0.40)했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역시 8.1개월로, 기존 화학요법(3.2개월)을 두 배 이상 앞섰다. 췌장암 2차 치료 영역에서 이 정도의 간극은 이례적이다. 이번 결과는 특정 약물의 성과를 넘어, 치료 전략 자체의 방향성을 다시 보게 만드는 지점으로 읽힌다.
◆ '특정 변이' 한계 넘는 멀티 선택적 접근 유효성 입증
그간 췌장암에서 KRAS 변이는 흔하지만, 이를 겨냥한 표적치료제는 오히려 제한적이었다. 기존 약물들이 특정 변이에만 작용하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암젠(Amgen)'의 '루마크라스(Lumakras, 성분명 : 소토라십·Sotorasib)' 등은 KRAS G12C 변이에 국한돼 적용 환자군이 소수에 불과했다. 반면 '다락손라십'은 다양한 RAS 변이를 동시에 겨냥하는 '멀티 선택적' 접근을 택했다. 특정 아형이 아니라 변이 축 자체를 넓게 포괄하는 전략이 실제 환자군에서도 유의미한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된다.
현재 췌장암 2차 치료의 중심은 여전히 프랑스 세르비에(Servier)의 '오니바이드(Onivyde, 성분명 : 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Nanoliposomal Irinotecan)' 기반 요법 등 화학요법이다. 하지만 독성 부담과 제한적인 생존 연장 효과는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새로운 약물이 등장했다는 의미를 넘어, 공고했던 화학요법 중심 구조가 변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하루 한 번 복용하는 경구용 알약(Daily Pill)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은 치료 효과뿐 아니라,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가 감당해야 하는 치료 부담까지 고려한 접근으로 풀이된다.
◆ 'RAS(ON)' 타깃 전략, 기대 뛰어넘는 결과
'다락손라십'의 기전은 기존 접근과 결이 다르다. 비활성 상태(OFF)가 아닌, 실제로 암세포 증식을 유도하는 활성화 상태(ON)의 RAS 단백질을 직접 억제한다. 그동안 이론적으로 제시돼 온 'RAS(ON) 타깃 전략'이 대규모 임상에서 실제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번 데이터는 하나의 전환점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데이터 공개 직후 시장도 빠르게 반응했다. 레볼루션 메디신의 주가는 나스닥 시장에서 장중 30%대 상승세를 보이며 기대감을 반영했다. 레볼루션 메디신은 향후 미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신청(NDA)을 추진할 계획이며, 오는 6월 개최되는 2026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상세 데이터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