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종근당이 자사의 간판 철분제 '볼그레'의 캡슐 제형 생산 및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만성적인 원료 수급 불안정에 치솟는 원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채산성이 크게 악화한 데 따른 전략적 후퇴로 풀이된다.
종근당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볼그레캡슐(성분명: 철아세틸트랜스페린)'에 대한 공급 중단을 공식 보고했다. 해당 품목의 최종 공급 일자는 오는 5월 20일이며, 공식적인 공급 중단 일자는 10월 13일이다.
종근당에 따르면, 이번 공급 중단은 원료 수급 불안정과 고환율 부담에 따른 것이다. 볼그레캡슐은 일반의약품으로서는 연간 생산실적이 20억~30억 원에 달하는 작지 않은 품목으로 쉽게 포기하기 힘든 알짜 품목이지만, 최근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 급등이 맞물리면서 원가 부담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풀이된다.
볼그레는 캡슐제와 액상 제형을 불문하고 이미 수년 전부터 잦은 품절과 공급 재개를 반복하며 수급 불안정에 시달려온 제품이다. 즉, 캡슐제뿐 아니라 액상 제형 역시 원료 수급 불안정과 고환율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종근당은 볼그레캡슐과 달리 마시는 형태인 '볼그레액'의 생산과 공급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볼그레액의 연간 생산실적은 약 100억 원 안팎으로, 캡슐제보다 3배 이상 거대한 시장 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회사의 핵심 캐시카우인 만큼, 볼그레액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종근당의 이번 결정은 단순히 단일 품목의 단종을 넘어, 수익성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최근 제약업계 전반에 걸쳐 원료의약품(API) 단가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마진율이 떨어지는 품목을 과감히 정리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빈혈 치료제 시장의 역학 관계 변화도 주목할 만한 관전 포인트다. 볼그레캡슐이 차지하던 20~30억 원 규모의 빈 공간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사들의 물밑 작업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철분제는 위장장애 등 부작용 민감도가 높아 환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지만, 기존 약물의 처방 변경이 불가피해진 만큼 유사 제형을 보유한 타 제약사들에는 새로운 반사이익 기회가 열린 상황이다.
종근당은 이번 캡슐제 공급 중단으로 인한 의료 현장의 혼란이나 환자들의 불편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종근당은 공급 중단 보고서를 통해 "공급 중단 보고 기한 내 보유 중인 완제품 재고와 공정 중 재고가 소진될 때까지는 판매를 유지할 계획"이라며 "철 결핍성 빈혈을 적응증으로 하는 타사의 정제 및 캡슐제 의약품이 다수 시판 중이어서 (볼그레캡슐의 공급 중단으로) 환자 치료에 지장을 줄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