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특이성 T세포 인게이저(BiTE) 항체 약물이 혈액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할 강력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 덕분이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이중특이성 T세포 인게이저(BiTE, Bispecific T-cell Engager) 항체 약물이 혈액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며 기업들의 개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기존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할 강력한 대안이 될 것이라는 전망 덕분이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T세포를 추출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유전적으로 재조합한 뒤 다시 주입하는 일종의 '살아있는 유전자 치료제'다. 단 한 번의 투약으로 혈액암 완치를 기대할 수 있어 '기적의 항암제'로 불리지만, 극도로 낮은 환자 접근성은 늘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현재의 자가유래 방식은 T세포 수집부터 전문 시설에서의 배양, 환자 재투약까지 통상 3~5주가 소요된다. 이 기간에 환자의 상태가 악화될 위험이 있으며, 투약 전 항암화학요법을 필수로 받아야 하는 신체적 부담도 크다. 초창기 쏟아졌던 찬사에 비해 현재 CAR-T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차갑게 식은 이유다.
그럼에도 T세포를 활용해 완치에 가까운 획기적인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은 업계에 매우 긍정적인 이정표를 남겼다. 이러한 T세포 활성 기전에 착안해 차세대 주자로 부상한 것이 바로 BiTE다.
◆ T세포 살상 능력 집중 … '내인성 면역' 극대화
BiTE는 항체의 표적 결합 기능을 이중으로 설계해 유효성을 극대화한 이중특이성 항체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단 한 번의 투약만으로도 T세포와 암세포를 물리적으로 결합해, T세포의 살상 능력을 암세포에 집중시키는 기전이다.
특히 치료 접근법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과거에는 암을 유발하는 B세포 자체가 주요 타깃이었던 만큼, B세포 표적 항체가 혈액암 치료의 표준이었다. 스위스 로슈(Roche)의 B세포 표적 항체 약물인 '리툭산(Rituxan, 성분명 : 리툭시맙·Rituximab)'이 대표적이다.
반면 BiTE는 약물이 B세포를 직접 억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T세포를 활성화해 암세포(B세포)를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면역 항암제다. 이는 인위적인 증식 억제를 넘어 우리 몸의 내인성 면역 반응을 극대화해 암세포의 사멸을 이끌어내는 만큼, 기존 치료제 대비 월등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다.
2014년 허가된 암젠(Amgen)의 '블린사이토(Blincyto, 블리나투모맙 Blinatumomab)', 그리고 2022년 허가된 얀센(J&J) '텍베일리(Tecvayli, 테스클리타맙teclistamab)'와 화이자(Pfizer) '엘렉스피오(Elrexfio, 엘라나타맙elranatamab)'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최초의 BiTE 항체 치료제인 '블린사이토'는 2024년 기준 매출 10억 달러를 기록, 글로벌 블록버스터 대열에 합류했다.
◆즉시 처방 가능한 '기성품' … 개발 열기도 뜨거워
제약바이오 업계가 BiTE 치료제 개발에 높은 관심을 갖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허가된 BiTE 치료제는 12종이며, 이외 개발 단계에서 평가되고 있는 약물은 무려 577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BiTE가 'CAR-T'의 강력한 효능과 기존 항체 치료제의 편의성을 결합한 혈액암 치료의 실질적인 종착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7 회계연도 예산안을 통해 '신속 IND' 도입과 임상 절차 간소화 등 파격적인 규제 혁신을 예고한 점은 BiTE 시장 확대에 강력한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규제 장벽이 낮아지면 현재 개발 중인 570여 개의 BiTE 후보 물질들이 임상을 통과해 실제 의료 현장에 투입되는 속도가 이전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8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CAR-T'가 환자 맞춤형 치료라는 상징성은 크지만, 제조 기간 중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는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았다"며 "BiTE는 즉시 처방이 가능한 기성품 형태이면서도 'CAR-T'와 유사한 수준의 T세포 활성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