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보건복지부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인권침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1일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은 그간 '봉사와 희생'이라는 이름 아래 사각지대에 놓였던 사회복지사의 노동권과 인권을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 벼랑 끝에 선 복지 노동자들 … "참는 게 미덕인 현장"
그동안 우리나라 사회복지 현장은 '봉사'라는 숭고한 가치 뒤에 가려진 채 종사자들의 인권 사각지대로 방치되어 왔다. 이용자나 보호자로부터 폭력이 가해져도 이를 막아줄 제도적 안전망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실제로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최근 발간한 '2025 사회복지사 통계연감'에 따르면, 이용자로부터 언어적 괴롭힘을 경험한 사회복지사는 32.8%에 달했다. 신체적 괴롭힘(13.1%)과 성적 폭력(9.8%) 경험도 적지 않았으나, 피해 발생 시 '개인적으로 참고 넘어간다'는 응답이 42.0%로 가장 높았다. 반면 외부 기관에 도움을 요청(1.0%)하거나 법적 대응(0.2%)에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인권침해 경험자의 31.5%는 기관에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로 '대외적 이미지 실추 방지(33.5%)'나 '기관의 묵인 우려(22.5%)'를 꼽아 현장의 폐쇄성을 드러냈다.
◆ 노동권 보호 취약…고용 형태 따른 차별 심각
노동권 보호 역시 취약했다.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은 직급(15.8%)이나 연령(14.3%), 성별(10.9%) 등에 따른 차별을 경험하고 있으며, 특히 정신건강·의료·학교 등 특화 분야를 다루는 '영역별 사회복지사'의 경우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 경험률이 32.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별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 1급 자격 취득 후 전문 수련 과정을 거쳐 국가 자격을 받은 전문가로, 일반 사회복지사보다 특화된 분야를 맡고 있다. 이처럼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삶은 폭력과 무대응, 차별과 불평등에 멍들어 갔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정부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 실태조사 범위 확대로 '침묵의 카르텔' 깬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실태조사 범위를 인권과 노동권 영역까지 대폭 확대해 정책 수립의 실효성 있는 근거를 확보하는 데 있다.
복지부는 단순히 피해 유무의 확인 수준을 넘어, 인권침해의 구체적 양상과 그에 대한 기관의 조치 현황까지 조사 항목에 포함했다. 이는 사건 발생 후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사건을 축소·은폐해 온 시설까지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또한 실태조사 결과를 각 기관 홈페이지에 의무적으로 공표하게 함으로써 시설별 인권 수준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했다.
◆ 오는 7월 1일 시행…실효적 대책 마련의 '첫 단추'
이번 개정안은 오는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정부는 법 시행 이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침해 예방 및 처우 개선을 위한 맞춤형 정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2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의 조사는 단순히 보수 수준을 확인하는 요식 행위에 그쳤으나,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뭔가 달라지는 느낌이 든다"며 "결과 공표 의무화가 시설과 지자체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