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Eli Lilly)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Foundayo, 성분명 :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 승인 관련 FDA의 보도자료.[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상업화의 문을 활짝 열었다. FDA의 보도자료가 배포된 시각은 현지시간 4월 1일 오전. 만우절의 거짓말 같은 소식이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을 다시 한 번 뒤흔는 순간이었다. 허가 신청서 제출 단 50일 만에 떨어진 초고속 승인이다.
2002년 이후 신물질신약(NME) 중 가장 빠른 속도로 규제의 문턱을 넘은 주인공은 릴리의 경구용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Foundayo, 성분명 :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였다. 주사바늘의 공포를 지우고 알약 하나로 비만을 다스리는 '경구용 제제'의 시대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막을 올린 것이다.
50일 만의 초고속 승인 … '파운다요'가 바꾼 허가 기록
FDA는 이번 '파운다요'의 허가가 국가우선바우처(CNPV) 프로그램에 따른 5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당초 처방약이용자수수료법(PDUFA)에 따랐다면 내년 1월에나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무려 9개월 이상 일정을 앞당기며 비만 치료에 대한 보건 당국의 절박함을 드러냈다.
'파운다요'는 하루 한 번 경구로 복용하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로, 비만 또는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과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승인됐다. 0.8mg으로 시작해 내약성에 따라 최대 17.2mg까지 증량하는 방식이다. 72주간 진행된 임상 시험에서 '파운다요'는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체중 감소를 이끌어내며 알약의 효능을 입증했다.
노보 노디스크 저격 … "물도 음식도 필요 없다"
이번 허가로 글로벌 비만 시장의 양강 구도는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릴리는 올해 초 먼저 출시된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경구용 세마글루티드(semaglutide) 제품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제품(먹는 위고비·Wegovy)이 까다로운 공복 복용 조건과 물 섭취 제한이 있는 것과 달리, '파운다요'는 저분자 기반 약물의 특성을 살려 음식이나 물 섭취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릴리는 승인 직후인 4월 6일부터 자체 플랫폼인 릴리다이렉트(LillyDirect)를 통해 배송을 시작하며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루 5달러' 커피값 수준의 약가 … 보험 정책 압박
특히 주목되는 지점은 파격적인 약가다. 릴리는 상업 보험 가입자에게 월 25달러, 비보험 자가 부담 시에도 월 149달러부터 '파운다요'를 이용할 수 있도록 책정했다. 하루 약 5달러, 즉 커피 한 잔 값으로 비만을 관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러한 가격 전략은 공공보험 체계에 강력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높은 약가 탓에 비만 치료제 급여 적용을 주저하던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구제'의 등장으로 급여 재검토를 요구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비만, '의지의 문제'에서 '국가 관리 질병'으로
2026년은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원년이 될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말 GLP-1 의약품 사용에 관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비만을 만성 질환으로 공식화한 데 이어, 이탈리아는 이미 비만을 법적 만성 질환으로 인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사제 위주의 시장에서 경구용 제제의 확산은 콜드체인(저온 유통망)의 한계를 극복하고 환자 순응도를 극대화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접근성이 높은 알약의 등장은 비만을 당뇨나 고혈압처럼 국가가 구조적으로 보상하고 관리하는 만성 질환의 영역으로 빠르게 편입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