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전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지출 급증에 대응해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접근성 확대를 위한 강력한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이는 셀트리온 등 국내 바이오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임해리] 전 세계적인 바이오의약품 지출 급증에 대응해 미국 정부가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접근성 확대를 위한 강력한 규제 개혁에 나서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상호교환성(Interchangeability) 입증을 위한 교차 임상시험 요건을 삭제하는 등 허가 문턱을 대폭 낮추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5년 225억 9000만 달러(한화 약 33조 7449억 원)에서 오는 2034년 935억 2000만 달러(139조 7656억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본부가 발간한 '미국 바이오시밀러 산업 및 정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17.1%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교환성 인증 절차 파격 간소화 … K-바이오 점유율 확대
미국 정책 변화의 핵심은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늦추는 이른바 '레드테이프(Red Tape, 관료적 형식주의)'의 제거다. 가장 획기적인 변화는 상호교환성 지정을 위한 교차 임상시험(Switching Study) 요건의 사실상 폐지다. FDA는 지난 2024년 6월, 참조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간 교차 투여 시 안전성 및 면역원성 차이가 없다는 메타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해당 시험 요건을 삭제한 가이드라인 초안을 발표했다. 나아가 FDA는 2026년 3월, 약동학(PK) 연구 간소화를 위한 추가 지침을 통해 개발 프로그램당 최대 50%(약 2000만 달러)의 연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실제 승인 건수 폭증으로 입증되고 있다. FDA는 2015년 첫 바이오시밀러를 승인한 이래, 2025년까지 20개의 참조 제품에 대해 총 81개의 바이오시밀러를 승인했다. 특히 상호교환성을 인정한 품목수는 첫해인 2021년 2건에서 2024년 15건으로, 그리고 2025년에는 22개 품목으로 증가했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내 기업인 셀트리온은 '데노수맙(Denosumab)' 성분의 엑스지바(Xgeva명 : 데노수맙·Denosumab) 및 '프롤리아(Prolia)', '졸레어(Xolair, 성분명 : 오말리주맙·Omalizumab)', '악템라(Actemra, 성분명 : 토실리주맙·Tocilizumab)' 등 4개 오리지널 품목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해 각각 상호교환성을 확보하며 K-바이오의 저력을 과시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해 골다공증 치료제인 '프롤리아'와 '엑스지바' 시장에서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IRA·PBM 개혁안 등 정책적 지원 사격 본격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시행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도 시장 확대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IRA에 따라 2022년 10월부터 5년간 메디케어(Medicare) 내 바이오시밀러 환급 비율이 평균판매가격(ASP)+6%에서 ASP+8%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의료진이 오리지널 대신 바이오시밀러를 처방하도록 유도하는 간접적 인센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고질적인 시장 장벽으로 지적되어 온 처방급여관리업체(PBM)의 독점적 관행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댔다. 2026년 2월 발효된 '2026년 통합세출법(Consolidated Appropriations Act of 2026)'은 PBM이 제조사로부터 받는 정가 연동 수수료를 금지하고, 처방집 등재 시 저비용 대안 의약품에 불리한 관행을 적용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특허 덤불'과 '에버그리닝' … 여전한 진입 장벽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오리지널 사의 특허 방어 전략은 여전히 강력한 진입 장벽이다. 대표적인 전략이 '특허 덤불(Patent Thickets)'이다. 오리지널 제조사는 신규 제형, 적응증 추가, 투여 경로 변경 등을 통해 수십, 수백 건의 후속 특허를 구축하여 다층적인 방어막을 형성한다.
경미한 개량을 통해 특허권을 연장하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과 바이오시밀러 제조사와 오리지널 사가 정보를 교환하며 소송을 준비하는 '특허 댄스(Patent Dance)' 절차 등도 제품 출시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종양·자가면역질환 중심 성장 … '승자독식' 구조는 과제
질환별로는 만성질환 및 자가면역질환 부문이 2025년 기준 가장 큰 매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종양(Oncology) 분야가 향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예컨대 '허셉틴(Herceptin)', '아바스틴(Avastin)', '리툭산(Rituxan)' 등 주요 항암 바이오시밀러는 높은 치료 비용 절감 효과를 바탕으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보고서는 바이오시밀러 도입 이후 10년간 미국 의료 시스템 내에서 총 560억 달러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4년 한 해 절감액만 202억 달러에 달해 성장 속도가 가팔라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다만, 시장 점유율이 상위 1~2개 제품에 집중되는 '승자독식' 구조는 바이오시밀러 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바이오시밀러가 도입된 시장의 평균 점유율은 약 40%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향후 10년간 특허 만료가 예정된 118개 의약품 중 단 10%만이 바이오시밀러 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공급 불확실성 해소가 시급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시장의 성패는 상호교환성 기준 개선과 PBM 관행 개혁 등 규제 완화가 실제 처방 현장에서 얼마나 일관되게 적용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다수의 바이오시밀러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지속가능한 성장 국면으로의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