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제약 과천 사옥[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JW중외제약의 연구개발비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원을 돌파했다. 특히 올해 하반기 예고된 정부의 제네릭 약가인하 정책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리바로'와 '헴리브라' 등 독자 기술력을 갖춘 품목들이 정책 영향권 밖에서 수익 구조를 지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격적인 투자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18일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가 투입한 연구개발비 총액은 10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투자액(832억 원) 대비 29.6% 증가한 수치다. 매출(7748억 원)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4.1%로, 업계 평균(약 12%)보다 높은 것이다. 10대 제약사 평균(11.3%, 2024년 기준)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투자 증가 폭이다. 중외제약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7.8% 증가에 그쳤지만, R&D 투자는 약 4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경영진의 신약 개발 가속화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 '헴리브라' 49% 성장으로 확보한 실탄 R&D에 재투자
중외제약의 과감한 R&D 확대는 주력 품목의 매출 성장이 뒷받침된 결과이기도 하다.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는 지난해 726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488억 원) 대비 48.7% 증가했다.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 패밀리' 역시 1899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1619억 원) 대비 17% 이상 성장했다.
업계는 JW중외제약이 자체 기술력을 기반으로 개발한 개량신약과 오리지널 신약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힘입어 이 수익을 다시 신약 임상 비용으로 쏟아붙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렇게 확보한 R&D 비용은 탈모, 항암, 통풍 등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의 혁신 신약(First-in-class) 파이프라인으로 유입되고 있다.
개발 단계에서 가장 앞선 후보물질은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한 통풍 치료제 '에파미뉴라드(URC102)'다. 요산 배출을 촉진하는 기전으로, 기존 치료제 대비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며 아시아 5개국에서 대규모 임상을 진행 중이다.
Wnt 표적 탈모치료제 'JW0061'도 핵심 파이프라인이다. 모낭 줄기세포를 활성화해 모발 재생을 돕는 치료제로, 지난해 글로벌 임상 1상에 진입했다.
STAT3 저해 항암제 'JW2286'도 주목 받고 있다. STAT3는 암세포의 생존과 증식에 관여하는 핵심 단백질로, 단백질 표면이 평평해 약물이 결합하기 까다로운 구조적 특성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성공 사례가 드문 고난도 타깃으로 꼽힌다. JW2286은 JAK-STAT 신호전달경로 중 하위 단백질인 STAT3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기전이다. 중외제약은 JW2286을 삼중음성 유방암, 위암, 직결장암 등 고형암을 타깃하는 혁신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2023년 국가신약개발과제에 선정된 JW2286은 지난해 말 식약처에 임상 1상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 조만간 임상 개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 하반기 '제네릭 약가 인하' 변수에도 방어력 확보
회사 측의 적극적인 R&D 투자 행보는 정부의 '제네릭 약가 개편' 영향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정책 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이 높다는 의미다.
매출 구조를 보면 이러한 방어력이 확인된다. 지난해 매출액 중 리바로 패밀리(24.7%), 헴리브라(9.5%), 수액제(33.1%) 등 3대 핵심 품목군의 비중은 67.3%에 달한다.
정부의 약가 인하는 단순 복제약(제네릭)에 집중된 반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이들 품목은 오리지널 의약품이거나 필수의약품이다. '리바로 패밀리'는 독자 기술 기반 개량신약이며, '헴리브라'는 혁신 신약이다. 특히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수액제는 정부가 가격 인하보다는 안정적 공급을 위해 원가 보전에 무게를 두는 필수의약품 영역이다. 제네릭 약가 인하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전체 매출의 약 70%가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0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에는 제네릭 중심 영업에서 확보한 자금이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구조였다면, 최근에는 오리지널 품목에서 발생한 수익이 연구개발로 재투자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JW중외제약 역시 이러한 구조 변화의 흐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