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삼진제약의 간판 일반의약품인 식욕촉진제 '트레스탄(성분명: 시프로헵타딘 복합제)'이 대규모 리얼월드 데이터(RWD) 연구를 통해 글로벌 노인 처방 금기라는 견고한 장벽을 허물었다. 단순한 학술적 성취를 넘어, 100억 원대 처방 시장을 장악한 '올드 드럭(Old Drug)'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며 노인 식욕부진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서울대병원 등과 함께 시프로헵타딘 기반 식욕촉진제(CAS)의 후향적 관찰 연구를 진행, 다른 항히스타민 제제 우월한 안전성과 '메게스트롤' 대비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인구 고령화로 급증하는 노인성 식욕부진 환자들에게 트레스탄 처방의 확고한 학술적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 시프로헵타딘 식욕촉진제 시장에서트레스탄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한 시프로헵타딘 기반 OTC 식욕촉진제는 트레스탄과 신일제약의 '트레스오릭스' 등 단 2개에 불과하다. 매출은 트레스탄이 트레오릭스의 10배 이상으로 사실상 트레스탄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하는 구조다.
트레스탄은 매출이 100억 원을 웃도는 품목으로 성장했지만, 최근 수년 사이에는 성장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는 미국 노인의학회(AGS)가 제정한 '비어스 크리테리아(Beers Criteria)'가 트레스탄 처방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처방 스탠다드로 불리는 이 가이드라인은 시프로헵타딘을 강력한 1세대 항콜린성 약물로 분류하며, 치매나 기저 쇠약이 있는 노인 환자에게 어지러움, 과도한 진정, 기립성 저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사용을 피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일상생활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쇠약한 고령자'가 시프로헵타딘 성분 제제를 복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일반 고령자는 시프로헵타딘 제제 복용 시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하도록 했다.
삼진제약은 이 같은 서구권 중심의 일괄적인 약물 규제가 한국의 특수한 임상 현실 및 투여 용량과 맞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구권에서는 시프로헵타딘이 알레르기 치료를 목적으로 1일 4~20mg, 최대 32mg까지 고용량으로 투여되지만, 국내에서는 식욕촉진제로 승인돼 일일 투여량이 서구권 권장량의 3분의 1 수준인 6mg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트레스탄이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삼진제약이 대규모 후향적 연구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구권 기준'의 한계… 리얼 월드 데이터로 정면 돌파
회사는 이를 학술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서울대병원이 2004년부터 2022년까지 18년간 축적한 약 600만 명의 환자 전자의무기록(EHR)을 최신 의료 빅데이터 기법인 공통데이터모델(CDM)로 변환해 후향적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식욕촉진제를 처방받은 성인 환자를 시프로헵타딘 투여군과 전문의약품 식욕촉진제 성분인 '메게스트롤' 투여군, 그리고 알레르기용 일반 '항히스타민제' 투여군 등 세 그룹으로 나눠 30일 이내 급성 부작용 발생률을 면밀히 비교했다.
그 결과, 트레스탄 투여군은 메게스트롤과 비교해 어지러움, 진정, 저혈압 등 어떠한 부작용 지표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위험성 증가를 보이지 않으며 완벽한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일반 항히스타민제와의 비교에서는 우월성을 확인했다. 1:1 매칭 민감도 분석 결과, 시프로헵타딘 투여군은 표준 용량의 다른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은 환자군에 비해 어지러움 발생 위험이 44%, 저혈압 발생 위험이 53%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6mg이라는 저용량 요법이 용량 의존적인 항콜린 부작용을 억제한다는 약리학적 기전을 데이터로 증명한 것이다.
장기 복용에 대한 우려도 말끔히 씻어냈다. 연구진이 투여 기간에 따른 부작용 변동성을 분석한 결과, 1년 이상 장기 복용한 환자군에서 시프로헵타딘의 부작용 발생 위험은 메게스트롤이나 다른 항히스타민제 대비 크게 낮아졌다. 시프로헵타딘이 장기적인 영양 관리가 필수적인 노인 환자에게 안전한 선택지라는 것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내 노인 식욕촉진제 시장의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처방 시장을 주도하는 암 환자 및 에이즈 환자용 식욕촉진제 메게스트롤은 효과가 뛰어나지만, 심각한 혈전 색전증 발생 위험과 대사증후군 유발 가능성이 있어 장기 투여나 고령자 투여에 부담이 따른다.
이와 달리 트레스탄은 비호르몬제로 내분비계 부작용이 없다.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평균 178일이라는 장기 투여(메게스트롤은 평균 80일)에도 어지럼증이나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저혈압 리스크가 증가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면서 그동안 우려사항으로 꼽히던 노인에게서의 안전성 문제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노인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고혈압, 당뇨 등 다약제 복용자가 많아 약물 간 상호작용과 부작용에 극도로 민감하다"며 "삼진제약이 이번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메게스트롤 처방에 부담을 느끼는 개원가와 요양병원을 집중 공략할 경우 트레스탄의 처방 실적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출시 30년이 넘은 노장 트레스탄이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 학술지 '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