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사옥[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보령이 대한민국 15호 신약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의 약가를 지키기 위한 법정 분쟁 2라운드에 돌입한다. 이는 제약사와 정부 사이의 약가 조정을 넘어, 국산 신약이 보유한 독자적 적응증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보령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제급여 상한금액 인하처분 취소'의 소와 관련해 복지부의 손을 들어준 1심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4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서울고등법원으로 자리를 옮겨 소송을 이어가게 됐다.
항소장 제출을 완료한 만큼, 보령은 1심 패소로 재개될 카나브 약가 인하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기 위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다시 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보령은 최종 판결까지 기존 약가를 유지하며 시장 점유율을 방어할 귀중한 시간을 벌게 된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카나브와 제네릭의 적응증에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오리지널 제품의 약가를 인하하는 것이 적법한가이다.
카나브는 '본태성 고혈압'과 '고혈압의 치료요법으로서 고혈압을 동반한 제2형 당뇨병성 만성 신장질환 환자의 단백뇨 감소' 등 2개 적응증을 보유했다. 이 중 단백뇨 감소 적응증은 아직 특허(2036년 1월 만료 예정)가 남아 있어 후발 제약사들은 해당 적응증을 제외하고 본태성 고혈압 적응증으로만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지난해 6월 '약제 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개정 고시를 통해 카나브정 30%, '듀카브정' 21%, '카나브플러스정' 47% 등 핵심 품목의 상한가를 대폭 인하했다.
이는 연간 1500억 원대 처방액을 기록 중인 카나브 패밀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치로, 실제 약가 인하 단행 시 보령은 산술적으로 30% 정도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령 측은 "제네릭이 오리지널의 전체 효능을 온전히 대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제네릭이 등재됐다는 이유만으로 약가를 일률적으로 인하하는 것은 신약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맞섰으나, 1심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주된 시장인 고혈압 분야에서 경쟁이 발생한 이상 정부의 약가 인하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 최근 보령(원고)에 패소 판결을 했다.
보령은 이번 항소심에서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점쳐진다. 소송 패소 시 경영 실적에 미칠 수 있는 타격이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보령은 1심 패소 직후인 지난달 13일, 2025년도 잠정 실적을 정정 공시했는데, 당초 198억 원으로 발표했던 2025년 4분기 영업이익은 카나브 약가인하 소송 패소에 따른 충당부채 설정액 반영으로 인해 6억 원의 영업손실로 바뀌며 '적자 전환'했다. 이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 역시 855억 원에서 650억 원으로 200억 원 이상 증발했다.
이는 향후 최종 패소 시 정부에 반환해야 할 약가 차액을 미리 회계에 반영한 것으로, 보령 입장에서는 이번 소송이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회사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큰 위험 요소로 부상한 것이다.
소송이 진행되는 사이 보령은 제품 수명 주기 관리를 통한 시장 방어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달 품목허가를 획득한 3제 복합제 '카나브젯(피마사르탄+아토르바스타틴+에제티미브)'이 그 선봉이다.
고혈압과 이상지질혈증 치료 성분을 결합한 이 약제는 단일제 중심의 제네릭 공세에 맞서 처방 및 복용 편의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내세우고 있다. 복합제 라인업을 강화해 약가 리스크를 사업적 성과로 돌파하겠다는 회사 측의 셈법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법원은 단순히 행정 지침을 따랐느냐보다는 그 처분이 환자의 선택권이나 신약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 더 정밀하게 들여다보는 추세"라며 "보령의 적응증 특허 논리가 2심에서 얼마나 설득력을 얻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