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승인 관련, 미-중간 기싸움이 팽배하다. [AI 생성 이미지][헬스코리아뉴스 / 이시우] 중국 정부가 신약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임상시험 승인 기간을 20일로 단축하는 파격적인 규제 개혁에 나선다. 이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30일보다 빠른 일정으로, 글로벌 R&D 허브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23일 한국바이오협회와 본지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중국은 시행 23년 만에 의약품관리법 시행규칙을 대폭 개정해 오는 5월 15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임상 가치 지향적인 신약 개발을 장려하고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있다.
◆美 FDA보다 빠른 '20일 승인' 체제 구축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임상시험 승인 기간의 단축이다.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National Medical Products Administration)은 지난해 9월 승인 기간을 기존 60일에서 30일로 줄인 데 이어, 이번 법 개정을 통해 20영업일 이내에 심사 결정을 내리도록 규정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의 승인 절차다.
◆소아·희귀질환 약물 독점권 신설 및 강화
혁신 신약에 대한 보상 체계도 강화된다. 소아용 의약품은 최대 2년, 희귀질환 의약품은 최대 7년까지 시장 독점권을 부여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2025년 말 기준 중국에서 승인된 혁신 신약은 230종에 달하며, 이번 법적 근거 마련으로 획기적 치료제와 조건부 승인 등의 절차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의약품 시판 허가권자(MAH, Marketing Authorization Holder)' 제도 역시 정교화했다. MAH는 제조 시설이 없더라도 의약품의 품질 관리와 안전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제도다. 특히 해외 MAH가 지정한 책임자에게도 높은 수준의 품질 관리 역량을 요구함으로써 해외 신약의 중국 내 등재를 촉진하는 동시에 안전 감독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서방 국가의 중국 배제 움직임에 '규제 혁신'으로 맞불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등 서방 국가들의 중국 배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임상시험 기간 단축과 데이터 인정 범위 확대 등을 통해 글로벌 R&D 네트워크에서 중국의 매력을 높이고, 신약 개발 전주기에 걸친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한편, 중국이 도입한 MAH 제도는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도 지속적으로 건의해온 사안이다. 지난해 9월 정부 주재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서도 "제조 시설이 없는 바이오텍이 위탁생산(CMO) 시 품질 관리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MAH 제도를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온 바 있다. 현재 유럽,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은 MAH를 운영 중이나 한국은 아직 도입 전이다.
◆"개수 전략 넘어 설계 완성도로 승부해야"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중국의 이번 개정은 비임상부터 시판 후 안전관리까지 신약 개발 전주기를 아우르는 성숙한 규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며 "국내 기업들도 강화된 중국의 품질 관리 기준에 대비하는 동시에, 가속화되는 중국의 신약 개발 생태계를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