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셀트리온 본사 사옥 [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바이오시밀러 강자 셀트리온이 국내 신약 개발 벤처와 손잡고 '수면장애' 치료제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항체 의약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넘어 합성신약과 중추신경계(CNS) 질환으로 전선을 확대하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28일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셀트리온은 최근 신약 개발 벤처 '아름테라퓨틱스'와 함께 '신규한 오렉신-2 수용체 작용제'에 대한 특허 등록 절차를 공동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양사의 파트너십이나 관련 파이프라인이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었던 만큼, 이들 회사가 발굴한 신약후보물질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기면증 근본 치료' 조준… 뇌 각성 유도하는 '오렉신'에 주목
양사가 발굴한 후보물질의 타깃은 '오렉신-2 수용체(OX2R)'다. 오렉신은 뇌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각성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오렉신 수용체는 크게 두 가지(OX1R, OX2R) 아형으로 나뉘는데, 이 중 OX2R는 각성도 유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동물 연구에 따르면 OX2R 뉴런이 손실된 쥐는 과도한 주간 졸음과 탈력발작(근육의 힘이 갑자기 빠지는 증상)을 보였다. 그러나 현재 기면증 치료는 단순히 잠을 깨우는 '대증요법'에 머물러 있다. 반면 셀트리온이 개발하려는 OX2R 작용제는 이처럼 손실된 오렉신 신호 전달 체계를 직접 복원해 기면증 1형(NT1)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조적 독창성 확보… '아자바이사이클로'로 승부수
후발 주자인 셀트리온의 무기는 '구조적 차별화'다. 이번 특허 명세서에 따르면, 해당 후보물질은 '아자바이사이클로'라는 이중 고리 구조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약물 구조를 단단하게 고정함으로써 수용체와의 결합력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다케다 등 선행 주자들의 특허를 교묘히 회피하도록 설계됐다.
실험 데이터도 고무적이다. 280여 개 후보물질 중 절반 가까이가 세포 실험에서 최고 수준인 'A등급' 활성도(EC50<100nM)를 기록하며 우수한 효능을 입증했다.
◆"절대 강자 없는 무주공산"… 글로벌 게임 체인저 노린다
현재 글로벌 OX2R 시장은 다케다(Takeda)의 'TAK-861'(3상), 알케미스(Alkermes)의 'ALKS 2680'(2상), 센테사(Centessa)의 'ORX142'(1상) 등이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다만 기존 후보물질 중 일부에서 간 독성 이슈가 발생해 임상이 중단된 사례가 있는 만큼,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셀트리온에도 역전의 기회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렉신 수용체 시장은 아직 시장을 독점한 '절대 강자'가 없는 상태"라며 "셀트리온이 전임상 단계에서 압도적인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한다면, 후발 주자임에도 단숨에 '베스트 인 클래스(Best-in-class, 계열 내 최고 신약)'로 올라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셀트리온은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의 40%를 신약에서 창출한다는 목표 아래 ADC, 다중항체, 마이크로바이옴 등 차세대 파이프라인 확보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번 CNS 합성신약 도전 역시 이러한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