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박철호·유태현 교수[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고칼륨혈증'을 당뇨병 환자처럼 집에서 간편하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병원에 방문해 정맥혈을 뽑지 않고도 손가락 끝 피 한 방울로 1분 안에 칼륨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았다.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박철호·유태현 교수 연구팀은 휴대용 칼륨 자가측정기의 정확성을 입증한 연구 결과를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신장학회지(CJASN)'에 게재했다.
혈중 칼륨 농도가 정상치를 벗어나는 고칼륨혈증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부정맥이나 갑작스러운 심정지를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상태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굵은 바늘로 정맥혈을 채혈하고 대형 장비로 분석해야만 농도를 알 수 있어 실시간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했다.
연구팀은 혈당측정기와 유사한 방식의 휴대용 검사기기를 활용해 혈액투석을 받는 말기콩팥병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임상 유효성을 확인했다. 손가락 끝 모세혈을 일회용 검사지에 떨어뜨려 수십 초 내에 측정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 손끝 모세혈로 측정한 칼륨 수치는 병원의 표준 대형 장비로 분석한 정맥혈 수치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반복 측정 시에도 오차가 5% 미만에 불과해 높은 재현성과 신뢰도를 입증했다.
휴대용 칼륨 자가측정기 시연 장면.유태현 교수는 "병원 정맥혈 검사가 절대 기준이던 칼륨 측정 분야에서 모세혈만으로 임상적 신뢰성을 확보한 것은 세계 최초"라며 "환자들이 집이나 직장, 여행지 등 어디서나 직접 수치를 확인해 고칼륨혈증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응급상황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 교수는 "고령화와 당뇨병 증가로 만성콩팥병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신장 질환자의 자가 관리를 위한 핵심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이번 연구에 활용된 휴대용 칼륨 측정기는 스타트업 ㈜더도니가 개발한 의료기기다. 이 측정기는 혈당측정기와 유사하게 손가락 끝을 가볍게 찔러 나온 미세한 모세혈을 일회용 검사지에 떨어뜨려, 수십 초 안에 칼륨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더도니는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이강원 교수가 창업한 의료기기 스타트업으로, 현재 본격적인 생산시설 구축과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용 임상시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