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유럽 제품명 : '온투즈리', 성분명 : 세노바메이트) [사진=SK바이오팜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 혁신 신약 '엑스코프리(Xcopri, 성분명: 세노바메이트, 유럽 제품명: 온투즈리·Ontozry)'가 성인 시장을 넘어 소아·청소년 난치성 뇌전증 치료 분야에서도 새로운 표준 치료제로 등극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소아 대상 3상 임상시험과는 별개로, 세계 각국의 의료 현장에서 처방된 실제 데이터(Real-World Evidence, RWE)에서 기존 약물로는 불가능했던 획기적인 발작 억제 효과가 연이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엑스코프리의 소아·청소년 적응증 확대에 대한 강력한 수요가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으로, 향후 SK바이오팜의 기업 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아동병원 연구팀은 최근 소아신경학 분야의 권위지인 'Pediatric Neurology'를 통해 엑스코프리의 소아·청소년 처방 자료를 분석한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18세 미만 뇌전증 환자 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것으로, 이들은 평균 5개 이상의 항뇌전증제를 사용했음에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환자군이었다.
엑스코프리는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허가받은 제품이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허가 외 적응증으로 사용하는 오프라벨(off-label) 방식으로 소아와 청소년에 대한 처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 이유는 기존 약물로는 치료가 되지 않던 소아·청소년 환자들의 발작이 엑스코프리 사용 이후 눈에 띄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에 발표된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 엑스코프리 투여 후 환자들의 발작 감소율 중앙값(Median Reduction rate)은 80%에 달했다. 전체 환자의 절반이 넘는 52%가 엑스코프리 복용 후 발작 빈도가 75~100% 감소했으며, 환자의 29%는 발작 빈도가 25~75% 줄었다. 엑스코프리 복용에도 발작 빈도 감소가 없거나 증가한 환자는 19%였다.
통상적인 뇌전증 신약 임상에서 50% 내외의 감소율을 보이면 성공적이라 평가받는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더 주목되는 점은 엑스코프리 투여 전 환자들이 복용하던 항경련제가 평균 5개였는데, 엑스코프리 투여 후에는 복용 약물이 2개로 줄었다는 것이다. 이는 엑스코프리가 치료 요법을 단순화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는 의미여서, 적응증 확보 후 빠른 처방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엑스코프리의 긍정적인 소아·청소년 연구 결과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에서도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실제 처방 데이터가 공개되며 소아 적응증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국제학술지 'Epilepsia'에 발표된 스페인 다기관 연구(Soto-Insuga et al. 2025) 결과에 따르면, 엑스코프리를 처방받은 소아·청소년 환자 169명을 1년여간 추적 관찰한 결과, 12개월 시점에서 약물 유지율(Retention Rate)은 89.2%에 달했다. 특히 전체 환자의 83.9%가 발작 빈도가 감소했고, 그중 19.6%는 발작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 같은 글로벌 임상 현장의 데이터는 SK바이오팜이 현재 진행 중인 소아·청소년 대상 3상 임상시험의 성공 가능성을 한층 높이는 청신호로 해석된다.
소아 뇌전증은 성인보다 유병률이 높고, 뇌 발달을 위해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어서 새로운 약물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매우 높다. 관련 적응증을 확보하면 특허 기간 연장을 이용한 에버그리닝 전략에도 활용할 수 있어 추가 이익과 직결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엑스코프리의 소아 적응증 획득이 단순한 처방 대상 확대를 넘어 SK바이오팜의 수익 구조를 확대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바이오팜은 이미 올해 3분기 미국 매출 호조에 힘입어 701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여기에 엑스코프리의 소아·청소년 연령 적응증까지 확보하면 글로벌 빅파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뇌전증 치료제 명가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글로벌 RWE 데이터들은 엑스코프리가 성인 시장에서의 성공을 소아 시장에서도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며 "현탁액 제형 개발 등 소아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까지 적중한다면, SK바이오팜은 세계 소아 뇌전증 치료제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