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NA 백신[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암백신은 '예방용 개인 맞춤형' 제품에 어울린다는 틀이 깨지고 있다. 최근 열린 유럽 종양학회(ESMO)에서 '치료용 대량 생산형' 제품으로서 암백신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데이터가 등장한 것인데, 제품 상용화로 이어져 암백신 개발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 모더나(Moderna)는 최근 ESMO에서 자사의 암백신 후보물질 'mRNA-4359'의 1/2상 임상시험 분석 데이터를 발표했다. 회사는 해당 시험을 통해 재발성 난치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mRNA-4359'와 PD-L1 면역관문 억제제 '키트루다'(Keytruda, 성분명: pembrolizumab·펨브롤리주맙)의 병용요법을 평가했다.
모더나 측에 따르면, 'mRNA-4359'와 '키트루다' 병용요법의 객관적 반응률(ORR)은 24%였으나, PD-L1 양성인 환자의 경우 ORR이 67%로 치솟았다. 이러한 결과는 예방용이라는 한계를 넘어 치료용으로서 암백신의 잠재력을 보여준 것이여서 주목된다.
백신은 감염병을 유발하는 병원체의 항원 일부를 미리 몸에 익혀 면역 반응을 준비시키는 방식이다. 암백신 개발도 과거에는 이러한 방식으로 시도됐다. 암 발병 항원을 투약하여 면역 체계가 이를 미리 인지하고 대비하게 만드는 접근법이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이상적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가장 큰 이유는 암이 동일한 외부 병원체가 아닌 유전적 변이, 환경적 요인, 생활 습관 등 다양한 내부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암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 개발 전략은 기존 감염병 백신처럼 공통된 항원을 찾는 방식보다는 환자별 맞춤형 전략이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가령 폐암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어떤 환자는 KRAS 돌연변이가 발생해 폐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고, 또 다른 환자는 EGFR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환자마다 종양의 원인과 돌연변이가 다르므로 맞춤형 백신이 필요한 것이다.
이 경우, 암백신은 환자의 암 조직에서 발견되는 고유한 신생항원(neoantigen)을 표적으로 한 다음 T세포 반응을 촉진하도록 설계된다. 각 환자의 암 조직 특성에 맞춰 mRNA 서열을 설계하므로 환자의 면역 체계가 암세포 표면의 환자 고유 신생항원을 정확히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어 특이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환자 유래 암세포 조직을 채취한 후 백신 접종까지 약 6주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상 세포 치료제와 유사한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환자 접근성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모더나의 'mRNA‑4359'는 이러한 기존 암백신의 발상을 전환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 백신 후보물질은 단순히 항원 인식을 통한 질병 예방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기존 면역관문 억제제의 효과를 보완하는 치료용 백신으로 개발되고 있다.
T세포 활성을 억제하는 면역관문 단백질인 PD-L1과 IDO1이 백신의 항원이 되도록 mRNA를 재설계해 투여하는 방식으로, 당초 T세포를 억제하던 물질들을 역으로 T세포가 공격하도록 만드는 기전이다. 따라서 면역관문 억제제와 병용하면 PD-L1과 IDO1 같은 면역 억제 신호를 더욱 강력하게 차단해 치료 효능을 높일 수 있다.
무엇보다 'mRNA-4359'는 개별 환자마다 제각각인 암세포의 항원을 겨냥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몸에 공통적으로 발현되는 PD-L1과 IDO1 같은 면역억제 단백질에 대한 T세포의 후천적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mRNA-4359'가 치료용 대량생산 암백신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모더나는 오는 2032년 2월까지 'mRNA-4359'의 1/2상 임상시험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허가 취득을 위해서 3상까지 실시해야 하는 만큼, 'mRNA-4359'의 상용화 시점은 2030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