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 장티푸스 접합 백신 '스카이타이포이드'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제백신연구소(IVI)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동 개발한 장티푸스 접합 백신(TCV) '스카이타이포이드(Vi-DT)'가 접종 후 최소 5년간 강력하고 지속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기존 다당류 백신(Vi-PS)의 한계를 극복하고, 장티푸스 유행 국가에서 TCV를 국가 필수 예방접종(NIP)에 도입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연령대별 면역 지속성의 차이를 확인해, 최적의 방어 효과 유지를 위한 추가 접종 전략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용어설명] Vi-DT, TCV, Vi-PS는 장티푸스 백신과 관련된 용어다. Vi-DT는 장티푸스 외피 다당류 항원(Vi-PS)을 디프테리아 독소(Diphtheria Toxoid)에 접합시킨 접합 백신(TCV)을 의미한다. 기존의 Vi-PS 백신보다 면역 반응이 높아 더 어린 연령에서도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인 백신(Vaccine)은 국제백신연구소(IVI)가 필리핀에서 2~45세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스카이타이포이드의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조사하기 위한 1상 임상시험의 장기 추적 관찰 연구 논문을 최근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최초 백신 접종 후 3년, 4년, 5년 시점의 항-Vi IgG 항체 반응을 1차 평가지표로 분석했다. 항-Vi IgG 항체는 장티푸스를 일으키는 세균인 살모넬라 티피(Salmonella typhi)의 Vi 항원에 대한 IgG 항체를 의미한다.
1차 평가지표 분석 결과, 스카이타이포이드 접종군의 혈청 전환율은 5년 차에도 98.41%로, 92.86%를 기록한 기존 다당류 백신 접종군보다 높게 유지됐다. 항체 반응의 강도를 보여주는 기하 평균 항체가(GMT)도 스카이타이포이드 접종군이 우수했다.
5년 차 전체 연령 GMT는 스카이타이포이드 접종군이 2.71μg/mL로 다당류 백신 접종군 1.78μg/mL보다 유의하게 높았다. 이는 다른 연구에서 장티푸스 방어 효과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 항체 농도인 1.4~2.0μg/mL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최소 5년간의 방어 효과를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다.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연령대별 면역 지속성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18~45세 성인 그룹에서 가장 높은 장기 면역원성 기하 평균 역가(GMT)가 나타났고, 6~17세 청소년 그룹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최초 등록 당시 2~5세였던 가장 어린 연령 그룹은 두 백신 접종군 모두에서 가장 낮은 GMT를 보였다.
이는 어린 연령층에서 면역 반응의 지속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으로, 2~5세 유아의 경우 추가 접종 전략 수립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TCV를 투여한 2~5세 그룹에서 기초 접종 후 3년이 지난 시점에 추가 접종이 필요하다는 증거를 제공한다"며 "이는 비용 효율성과 입증된 효능을 위해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의 정기 예방접종에 TCV를 포함해야 한다는 권장 사항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넓은 연령대에서 장기간 높은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이번 스카이타이포이드 연구 결과는 지난 2018년 발표된 WHO의 장티푸스 백신 권고안을 뒷받침한다. WHO는 당시 장티푸스 유행 국가의 NIP에 TCV 사용을 권고한 바 있다.
장티푸스는 살모넬라 타이피균(Salmonella Typhi)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위생 환경이 열악한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에서 여전히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로 남아있다. 세계 질병 부담 연구(GBD)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900만 명 이상이 장티푸스에 걸리고, 그중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남아시아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이러한 위험이 집중돼 있다.
이런 가운데 다제내성(MDR) 균주에 이어 최근에는 파키스탄에서 시작된 광범위 약제내성(XDR) 균주가 전 세계로 확산, 치료 옵션은 급격히 줄이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미국 내 거주자에게서도 약제 내성 장티푸스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고 보고하며 지역 사회 전파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배경에서 개발된 것이 TCV다. 기존 다당류 백신은 T세포 비의존적 면역 반응을 유도해 면역 기억을 형성하지 못하고, 2세 미만 영유아에게는 효과가 떨어지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이와 달리 스카이타이포이드와 같은 TCV는 Vi 다당류 항원을 운반 단백질(디프테리아 독소 등)에 결합해 T세포 의존적 면역 반응을 유도, 장기적인 면역 기억을 형성하고 영유아에게도 높은 면역원성을 보인다.
스카이타이포이드는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지난해 2월 WHO로부터 사전 적격성 평가(PQ) 인증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