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 도구로 제작한 이미지. [사진=제미나이][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국내 제약업계가 지방자치단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생산시설을 최첨단 스마트공장으로 현대화하거나 R&D 센터로 용도를 변경하는 사례가 늘면서 지자체와 손잡고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제약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인데, 복잡한 인허가 과정과 부지 확보 문제에 대한 지원이 가시화되면서 사업 계획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대웅제약은 최근 광주광역시, 광주시 동구청과 인공지능(AI)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광주시는 AI 인프라를 제공하며 기업을 위한 행정적 지원과 산학연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하고 광주 동구는 AI 헬스케어 서비스 실증 사업을 지원한다. 대웅제약은 AI 헬스케어 연구개발과 실증, 스타트업 발굴·육성을 돕는다. 또 동구가 추진 중인 AI 헬스케어 스타트업 콤플렉스 센터 조성 사업에 참여한다.
대웅제약은 이를 통해 ▲센터에서 축적되는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병원·정밀 의료 모델 고도화 ▲광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예방·진단·관리 통합 서비스 제공 ▲AI와 스타트업 생태계를 연계한 신규 디지털 헬스케어 비즈니스 창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6월 충북경제자유구역청으로부터 청주 오송제2생명과학단지 내 공장 건축허가를 승인받았다. 회사는 이번 승인에 따라 170억 원을 투자해 지하 1층에서 지상 3층 규모(연면적 1만 7000㎡)의 의약품 제조공장을 신축할 계획이다.
공사는 내년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유한양행은 현재 오창에서 공장을 운영 중으로, 오송 공장 신설을 통해 연구 개발과 생산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이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만큼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유한양행이 조기에 공장을 착공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종근당은 지난 6월 경기 시흥시와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복합연구개발단지 조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날 양해각서는 지난 2월 경기경제자유구역 배곧지구 연구3-1용지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종근당을 선정하고, 약 4개월간의 협상을 거쳐 일구어낸 성과다.
총투자 규모는 약 2조 2000억 원으로, 이는 경기도 내 투자유치 금액 중 단일 바이오기업 투자로는 최대 규모이다. 종근당은 이번 협약을 토대로 7만 9791㎡(약 2만 4000평)에 이르는 배곧지구 연구3-1용지에 최첨단 바이오의약품 복합 연구 개발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시흥시는 종근당의 안정적인 투자 이행과 연구 단지 조성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왕부지 및 월곶역세권 부지 조성, 기반 시설 확충 등 기업 하기 좋은 투자 환경을 조성하며, 본격적으로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단순 투자 넘어 '혁신 생태계' 공동 설계
지자체와의 파트너십 선택이 아닌 필수
이처럼 제약사들이 지자체의 문을 두드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속하면서 생산역량 확보라는 큰 숙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지만, EU GMP나 cGMP 등 고도의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 대규모 생산시설이 없으면 글로벌 경쟁의 명함조차 내밀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결하기 위한 대규모 플랜트 건설은 막대한 재무적 리스크를 동반한다. 이때 지자체가 '구원투수' 역할을 맡아 신속한 인허가 절차, 안정적인 인프라(전력, 용수 등) 공급 보장, 각종 세제 혜택 등은 기업이 감당해야 할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해준다.
인천 송도나 충청북도 청주 오송처럼 잘 갖춰진 클러스터에 입주할 수 있는 것도 매련 포인트다. 지자체와 협업하면 이러한 클러스터에 입주해 숙련된 인력, 특화된 공급망, 협력 가능한 연구기관 등 보이지 않는 생태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 이는 개별 기업이 홀로 구축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지자체와의 파트너십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제약사와 지자체의 관계가 부지 제공과 세금 감면 등 하드웨어 중심의 일회성 거래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인재 양성, R&D 협력, 지역사회 공헌 등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장기적이고 공생적인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한 단계 성숙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