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본사 전경 [사진=Momoneymoproblemz,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 '키순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donanemab)가 부작용을 줄이면서 경쟁 약물인 '레켐비'(Lequembi, 성분명: 레카네맙·lecanemab)의 맞상대로 부상할지 이목이 쏠린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9일(현지 시간), 미국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알츠하이머(치매) 치료제 '키순라'에 대해 점진적 용량 증량법(적정, titration)을 확대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키순라'는 환자 체중과 관계없이 700mg을 4주 간격으로 약 30분에 걸쳐 정맥주사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투여 방식은 뇌 미세출혈(ARIA-H)이나 뇌 부종(ARIA-E)과 같은 뇌 영상 이상(ARIA)의 발생률을 높여 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등 치명적 부작용으로 작용했다.
이번에 허가된 '키순라'의 용량 증량 방식은 이러한 부작용 위험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운 투여법은 4주 간격으로 1회차 350mg부터 시작하여 2회차 700mg, 3회차 1050mg, 4회차 1400mg으로 점진적으로 용량을 늘리는 방식이다.
기존 방식과 비교했을 때 안전성 개선 효과는 뚜렷하다. 이번 FDA 허가 근거가 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TRAILBLAZER-ALZ 2)에서 700mg 일괄 투여 방식의 기존 '키순라'는 ARIA 발생률이 24%였지만, 새로운 방식에서는 14%로 10% 가량 낮아졌다.
따라서 '키순라'는 이번 FDA의 허가를 토대로 경쟁 약물인 일본 에자이(Eisai)의 '레켐비' 대비 안전성 측면에서 비열등성을 입증함과 동시에 투약 편의성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레켐비'는 환자 체중에 따라 10mg/kg 용량으로 투여한다. 가령 70kg 환자의 경우 700mg을 투약한다. 2주 간격으로 정맥주사를 통해 약 1시간 동안 투여하는 방식이다.
'레켐비'는 '키순라'에 비해 투여 간격이 더 짧지만 ARIA 발생률이 더 낮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임상 3상 시험(시험명: CLARITY AD)에서 '레켐비'의 ARIA 발생률은 12.4%로 보고되었다.
ARIA가 환자의 뇌출혈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레켐비'는 투약 편의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키순라'보다 환자들로부터 더 선호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기준, '키순라'의 매출은 2150만 달러(한화 약 295억 원)인 반면, 같은 기간 '레켐비'의 매출은 9600만 달러(한화 약 1317억 원)에 달했다.
때문에 '키순라'의 새로운 증량 방식 허가는 기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 구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에 '키순라'의 FDA 허가 근거로 활용된 TRAILBLAZER-ALZ 2 연구는 국내에서 실시되지 않았다. 다만, TRAILBLAZER-ALZ 5 3상은 지난 2023년 10월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된 바 있는데, 기존 '키순라' 투여 방식을 평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