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박원진] "정부는 대화에 나섰으나 의사단체에서 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화를 하자는 이야기는 비대위 성립 이후 2월부터 꾸준히 있었습니다. 4월에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대화가 있었으니 그 답이 될 것 같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정부의 대화요청을 의료계가 거부하고 있다"는 언론보도와 관련, 24일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비대위는 "처음부터 결론을 낼 수 없는 대화는 참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화 요청에 대해 우리의 변하지 않는 요청사항을 전달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대화 테이블에 전공의, 학생들이 나갈 수 없었던 것"이라며, "이를 대화 거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적어도 전공의들에게 내려진 부당한 행정명령의 취하와 증원 과정을 멈추는 것이 대화의 자리로 이끄는 정부의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당초 요구사항인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를 재확인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국립대학 총장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2025년 의대 정원의 최대 50%까지 줄이는 안을 양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예컨대 휘발유 1리터에 1600원 정도 하다가 공급 이슈가 있지도 않은데 갑자기 4000원으로 올리겠다고 했다가 국민들의 저항이 심하자 갑자기 주유소 재량으로 3000원에서 4000원 사이로 받으라고 결정하고 1달 후부터는 그냥 4000원으로 하겠다고 하면 이를 양보라고, 협상안이라고 여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의협 비대위는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정부의 대안은 이런 모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정부의 양보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의사단체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그러면서 "우리나라 의료의 최전선에서 병마와 싸워가며 환자들을 지키고 있는 분들이 의대 교수들이다. 이들이 병원을 떠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결정인가를 정부는 알아야한다"며, "이제 5월이 되면 우리는 경험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을 경험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이다.
2024년 4월 24일 비상대책위원회 브리핑 입장문
정부는 대화에 나섰으나 의사단체에서 거부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화를 하자는 이야기는 비대위 성립 이후 2월부터 꾸준히 있었습니다. 4월에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대화가 있었으니 그 답이 될 것 같습니다.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는 처음부터 결론을 낼 수 없는 대화는 참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대화 요청에 대해 우리의 변하지 않는 요청사항을 전달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에 대화 테이블에 전공의, 학생들이 나갈 수 없었던 것입니다.
현재의 상황에서 전공의, 학생을 배제한 대화는 의미가 없습니다. 이를 대화 거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적어도 전공의들에게 내려진 부당한 행정명령의 취하와 증원 과정을 멈추는 것이 대화의 자리로 이끄는 정부의 최소한의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에서는 지난 주 총리께서 발표하신 국립대학 총장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2025년 정원의 최대 50%까지 줄이는 안을 양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의 문제점은 일부 언론에서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이를 차치하고라도 정부의 양보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의사단체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일부 공직자들의 발언들을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휘발유 1리터에 1600원 정도 하다가 공급 이슈가 있지도 않은데 갑자기 4000원으로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국민들의 저항이 심하게 일어나자 갑자기 주유소 재량으로 3천원에서 4천원 사이로 받으라고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1달 후부터는 그냥 4천원으로 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이 양보라고, 협상안이라고 여겨 지십니까? 받아들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요?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정부의 소위 대안은 이런 모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의 해결은 무리한 증원 시도를 멈추고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출발이 될 것입니다.
교수들의 사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의 최전선에서 병마와 싸워가며 환자들을 지키고 있는 분들이 의대 교수들입니다. 이들이 병원을 떠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얼마나 무거운 결정인가를 정부는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대학에 남아 후진을 양성하고, 질환을 연구하면서 환자들에게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이들이 대학을 떠나는 결정을 하는 절망적인 모습을 조롱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5월이 되면 우리는 경험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을 경험하게 됩니다. 전국 40개 의과대학 1만 8천명의 의대생들이 1년 동안 사라집니다. 전국 수련병원의 1만 2천명의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못합니다. 떠나간 전공의들이 언제 돌아올 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수련을 포기하고 수련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전공의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전공의라는 축을 잃어버린 수련병원은 대체인력으로 축소된 진료형태를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 일부 병원들은 도산하고 파산에 이르게 될 위험성도 있습니다. 연관된 산업분야의 피해도 가시화됩니다.
정부의 안 대로 진행된다면 2025년 전국의 의과대학은 8천명의 1학년 교육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들은 6년동안 말도 안 되는 교육 환경에서 공부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의과대학 인증평가를 통과하지 못해 학생들이 의사국시에 지원하지 못하는 대학들도 속출하게 되고 이는 의사 수 증가가 아닌 감소를 가져오게 될 겁니다.
2025년에는 신규 의사 배출이 되지 못합니다. 이는 공중보건의로 들어갈 최소한의 인원도 배정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안 그래도 줄어든 공중보건의 인력이 더 줄어들면 지금도 부족한 지방의료, 공공의료를 그나마 지탱해 온 최소 인력도 공급되지 못합니다. 이것이 필수의료, 지방의료, 공공의료를 이야기한 정부가 현재 무리하게 진행하는 증원 정책의 결과로 나타나게 될 실제 모습입니다.
환자의 고통도 가중되고 있습니다. 중증, 난치성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분들의 어려움은 더 언급할 것도 없습니다. 이런 분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필요합니다만 나무의 가지를 다듬으면 될 일을 지금과 같이 나무 뿌리를 자르는 일이 되면 안될 것입니다.
지방의료를 담당하는 공보의, 군의 건강을 책임지는 군의관 파견을 연장한다고 합니다. 이들이 담당하던 분들은 국민이 아니라는 말입니까? 하루빨리 이분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게 해야 합니다. 진료지원인력들은 지금도 현장에서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이런 대체 인력 등에 투입되는 예산이 필수의료에 지원된다면 지금의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하루는 다른 나라의 열흘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남은 며칠이 문제 해결의 시간이 되기를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대하겠습니다. 결정은 대통령께서 해 주셔야 합니다.
5월부터는 병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됩니다. 지금은 병원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그늘이 가득합니다. 5월에는 마스크를 벗고 환자, 의사, 직원 모두 그리고 국민 모두 얼굴에 웃음 가득한 날이 되기를 꿈꿔봅니다.
2024년 4월 24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