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직후의 초기 모유수유 관행이 수유 정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산모가 신생아에게 모유를 수유하는 모습. [사진=헬스코리아뉴스 자료사진][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출산 직후 공갈젖꼭지를 사용하면 아기가 젖을 잘 빨지 않게 되고, 모유가 충분히 나오지 않으면 전동 유축기로 분비량을 늘려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산후 관리 관행 가운데 일부는 현재의 과학적 근거와 맞지 않으며, 오히려 산모에게 모유가 부족하다는 불안을 키워 초기 모유수유 정착을 방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탈리아 로마 사피엔차대학교 모자보건학과 마리아 디 키아라(Maria Di Chiara)·잔루카 테린(Gianluca Terrin) 연구팀은 출산 후 첫 48~72시간 동안 건강한 만삭아의 모유수유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임상 관행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무작위 대조시험과 체계적 문헌고찰, 메타분석, 관찰 코호트 연구 등을 토대로 ▲초유가 신생아에게 부족하다는 인식 ▲공갈젖꼭지가 모유수유를 방해한다는 주장 ▲전동 유축기를 일찍 사용해야 모유 생산이 촉진된다는 믿음을 검토했다.
분석 결과 건강한 만삭아에게 분비되는 초기 초유량은 신생아의 위 용량과 대사 요구에 생리적으로 맞춰져 있었다. 공갈젖꼭지 사용이 모유수유 기간이나 완전모유수유율을 낮춘다는 무작위시험 근거도 확인되지 않았다.
반면 출산 직후 전동 유축기를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관행은 모유수유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부족했다. 연구진은 유축이 필요한 경우 초기에는 손으로 직접 짜는 방법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산모·태아 및 신생아 의학 저널'(The Journal of Maternal-Fetal & Neonatal Medicine) 7월 31일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건강한 만삭아의 초기 모유수유에 영향을 미치는 초유·공갈젖꼭지·전동 유축기 관련 통념을 검토한 논문 첫 페이지. [사진=The Journal of Maternal-Fetal & Neonatal Medicine 갈무리]출산 첫날 초유 1회 2~10mL…"적은 양이 정상"
연구진이 먼저 지적한 통념은 출산 직후 나오는 초유만으로는 신생아에게 필요한 영양과 수분을 공급하기 어렵다는 인식이다.
초유는 임신 약 24주부터 생성되기 시작하는 농축된 초기 모유다. 출산 후 태반이 배출되고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모유 분비가 시작되며, 일반적으로 출산 후 48~72시간에 분비량이 증가한다.
논문에 따르면 출산 후 첫 24~48시간의 초유량은 한 번 수유할 때 약 2~10mL, 첫 2~3일 동안 하루 총량은 약 30~60mL다. 손 유축으로 초유량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평균 분비량이 출산 첫날 4.68mL, 둘째 날 8.87mL, 셋째 날 22.53mL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이처럼 적어 보이는 양이 모유 생성 실패를 뜻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만삭아가 실제로 섭취하는 양과 초기 위 용량, 체내 에너지 저장량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생리 과정이라는 것이다.
출생 직후 신생아의 기능적 위 용량은 약 20mL로 알려졌지만, 완전모유수유 중인 건강한 만삭아가 출생 첫 24시간 동안 실제로 섭취한 초유량은 1회 평균 약 1.5g, 하루 약 15g이었다.
신생아는 출생 당시 간과 근육에 약 12~24시간의 대사 요구를 감당할 수 있는 글리코겐을 저장하고 있으며, 지방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출생 후 첫 72시간에 체중이 5~7% 감소하는 것도 일반적으로 관찰되는 생리적 변화다.
연구진은 초유량이 적은 것이 결핍이 아니라 신생아의 섭취 능력과 산모의 분비량, 신생아의 체내 에너지 저장량이 서로 맞춰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젖이 부족하다"는 생각, 실제 분비 장애와 구분해야
산모가 자신의 모유가 아기의 필요량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끼는 '모유 부족 인식'은 조기 분유 보충과 모유수유 중단의 가장 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기존 체계적 문헌고찰에 따르면 산후 여성의 최대 절반이 모유량이 부족하다는 걱정을 경험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객관적으로 측정된 모유 생성 장애와 일치하지 않았다.
한 전향적 연구에서는 초산모 532명 가운데 92%가 출산 후 3일째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모유수유 관련 걱정을 호소했다. 이 가운데 40%는 모유량을 걱정했고, 출산 직후의 불안은 모유수유 조기 중단 위험과 연관됐다.
신생아의 잦은 울음과 반복적인 수유 요구가 배고픔의 신호로 잘못 해석되거나, 의료진마다 다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출산 전에 정상적인 초유량과 신생아의 수유 양상에 관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분유를 의학적 필요 없이 보충하면 아기가 젖을 빠는 횟수가 줄어 유방 자극과 모유 생성이 감소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내게 모유가 부족하다'는 산모의 생각을 강화해 분유 보충을 늘리고, 결국 모유수유 중단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모유 부족 인식과 실제 모유 생성 장애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사질환이나 호르몬 이상, 유방 수술 이력, 프로락틴 신호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요인 등으로 실제 모유 생성이 부족한 산모도 있다. 이 경우에는 안심시키는 상담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의학적 평가와 개별적인 보충수유 계획이 필요하다.
소량의 계획된 분유 보충, 모유수유를 반드시 방해하지는 않아
이번 연구는 분유 보충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다.
관찰연구에서는 병원 내 분유 보충이 이후 완전모유수유 중단과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처음부터 젖 물림이나 신생아 체중 감소 등 수유에 어려움을 겪은 산모가 분유를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았기 때문일 수 있다.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는 출생 24시간 이후 체중 감소가 확인된 만삭아에게 수유 후 10mL의 분유를 주사기로 보충하고, 성숙유가 나오기 시작하면 중단한 결과 모유수유 기간이나 완전모유수유율이 감소하지 않았다.
연구진이 검토한 관련 무작위시험들은 출생 후 24시간 이전의 건강한 신생아를 포함하지 않았다. 출산 첫 24시간은 초유량이 정상적으로 가장 적고 체중 감소도 충분히 평가하기 어려운 시기이므로, 건강한 모자에게 모유 부족을 판단해 분유를 보충할 생리적 근거나 실험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출생 24시간 이후 객관적으로 과도한 체중 감소나 수유 장애가 확인된 경우에는 명확한 기준과 정해진 양, 중단 시점을 갖춘 보충수유가 모유수유 정착을 해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양이나 기간을 정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먹이는 분유 보충과는 다르다. 연구진은 의료기관이 보충수유의 시작 기준과 1회 제공량, 중단 시점, 모유수유 경과 관찰방법을 담은 표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갈젖꼭지 사용, 수유 기간 줄인다는 근거 없어
두 번째 통념은 공갈젖꼭지가 아기의 유두 혼동을 일으켜 모유수유를 방해한다는 주장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의 초기 '성공적인 모유수유를 위한 10단계'는 모유수유 중인 아기에게 인공 젖꼭지나 공갈젖꼭지를 제공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이 같은 지침은 약 30년 동안 여러 의료기관의 관행에 영향을 미쳤다. 일부 병원에서는 모유수유가 충분히 정착될 때까지 공갈젖꼭지를 제공하지 않거나 사용을 제한했다.
그러나 만삭아를 대상으로 한 10개 무작위 대조시험의 메타분석에서는 공갈젖꼭지 사용이 퇴원 시점이나 생후 1개월, 3~4개월의 모유수유율을 낮추지 않았다.
코크란 문헌고찰에서도 건강한 만삭아의 공갈젖꼭지 사용을 제한한다고 해서 모유수유 기간이나 완전모유수유율이 증가하지 않았다.
공갈젖꼭지 사용과 모유수유 기간 감소의 연관성을 보고한 관찰연구도 있다. 연구진은 수유에 어려움을 겪은 부모가 공갈젖꼭지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 생긴 교란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무작위 배정으로 이러한 차이를 통제하면 부정적 연관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WHO와 유니세프도 2018년 관련 지침을 개정해 공갈젖꼭지의 일률적 금지보다 젖병과 인공 젖꼭지, 공갈젖꼭지 사용 방법과 위험을 부모에게 설명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영아급사증후군(SIDS) 위험을 낮추기 위해 수면 중 공갈젖꼭지 사용을 고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공갈젖꼭지를 이용한 비영양성 빨기는 신생아의 통증을 줄이는 방법으로도 사용된다.
연구진은 모든 아기에게 공갈젖꼭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공갈젖꼭지가 반드시 모유수유를 방해한다는 전제 아래 일률적으로 금지할 근거가 부족하며, 부모가 근거에 기반해 선택할 수 있도록 상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동 유축기, 적은 초유량을 '부족'으로 보이게 할 수도
세 번째 통념은 출산 직후부터 전동 유축기를 사용하면 모유 생성을 촉진하고 분비량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전동 유축기는 모자 분리나 산모 질환, 신생아중환자실 입원, 직장 복귀, 실제 모유 생성 장애 등 직접 수유가 어렵거나 유방 자극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건강한 만삭아를 출산한 모든 산모에게 출산 후 첫 48~72시간 동안 전동 유축기를 일률적으로 사용하도록 권고할 근거는 부족했다.
미국에서 만삭아를 출산한 뒤 유축기를 사용한 877명을 조사한 결과, 38%는 출산 당일부터 유축을 시작했고 67%는 출산 후 3일 이내 유축기를 사용했다. 주된 이유는 모유량에 대한 걱정이었다.
문제는 출산 직후 나오는 소량의 초유가 150mL 크기의 유축기 용기에 담기면 실제보다 훨씬 적어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논문에 제시된 그림을 보면 초유 5mL는 150mL 용기의 약 3%만 채운다. 그러나 같은 5mL는 출생 첫날 신생아 위 용량의 약 85%에 해당한다. 큰 용기 안에 적게 담긴 초유를 본 산모가 모유가 부족하다고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56명의 산모를 대상으로 한 질적 연구에서는 유축기가 수유를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한편, 통증과 적은 유축량에 대한 불안, 육아 방해, 일관되지 않은 의료진 조언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나왔다.
초유의 양을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산모에게 자신감을 주기보다 '나는 젖이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손 유축군 2개월 수유율 96.1%…전동 유축군은 72.7%
출산 직후 초유를 짜야 한다면 전동 유축기보다 손 유축이 더 적합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출산 후 첫 48시간 동안 손 유축과 병원용 전동 유축기를 순차적으로 비교한 연구에서는 손 유축으로 더 많은 초유를 얻었다.
전동 유축기를 사용할 경우 초유가 유축기와 용기 벽에 묻어 실제로 회수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드는 반면, 숟가락이나 주사기에 직접 손으로 짜면 소량의 초유도 비교적 온전히 모을 수 있었다.
젖 물림이 좋지 않은 건강한 만삭아의 산모 68명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시험에서는 출산 후 12~36시간에 15분간 전동 유축기를 사용한 군과 손 유축을 한 군을 비교했다.
출산 2개월 후에도 모유수유를 지속한 비율은 손 유축군이 96.1%, 전동 유축군이 72.7%였다. 두 군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연구진은 전동 유축기 사용군이 다른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유축하는 데 더 큰 불편함을 느꼈고, 큰 용기에 담긴 적은 양의 초유가 모유 부족에 대한 불안을 키웠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손 유축과 전동 유축기를 직접 비교한 무작위시험은 두 건에 그쳤다. 연구진은 이 부분의 근거 확실성을 '낮음'으로 평가했다.
초기 유축과 모유수유 중단의 연관성 역시 관찰연구가 중심이어서, 유축기가 중단의 직접 원인인지 수유 곤란 때문에 유축기를 사용한 것인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전동 유축기가 모유수유에 해롭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진의 핵심 주장은 임상적 필요가 없는 건강한 모자에게 유축기를 일률적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 48시간 안에 전문적인 수유 상담 제공해야
연구진은 출산 후 첫 72시간 동안 건강한 만삭아의 모유수유를 지원하기 위한 다섯 가지 원칙을 제안했다.
우선 출산 전에 정상적인 초유량과 신생아 위 용량, 출생 후 예상되는 체중 감소 범위를 현실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유축이 필요하면 손 유축을 우선 적용하고, 특별한 임상적 이유가 없다면 첫 48~72시간 동안 전동 유축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과도한 체중 감소처럼 객관적인 의학적 적응증이 확인된 경우에는 정해진 양과 투여 방식, 중단 기준을 갖춘 보충수유를 시행해야 한다.
공갈젖꼭지를 일률적으로 제한하지 말고, 모유수유에 미치는 영향과 영아급사증후군 예방 가능성 등을 설명한 뒤 부모가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모유수유를 시도하는 모든 산모와 신생아가 출산 후 48시간 안에 훈련받은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생후 6개월 동안 완전모유수유를 권장하는 WHO 지침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연구진은 오히려 출산 직후의 잘못된 기대와 근거가 부족한 관행을 바로잡아 모유수유 시작과 지속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논문은 체계적 문헌고찰이 아닌 서술적 문헌고찰로, 연구 검색과 선정이 사전에 정해진 체계적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다. 포함된 연구에 선택편향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전동 유축기 사용에 관한 근거는 관찰연구가 대부분이며, 만삭아 산모에서 손 유축과 전동 유축기를 직접 비교한 무작위시험은 두 건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전동 유축기 관련 결론은 공갈젖꼭지 관련 근거보다 확실성이 낮다.
연구 대상도 건강한 만삭아와 산모에 한정된다. 미숙아나 저체중아, 신생아 저혈당, 과도한 체중 감소, 탈수, 수유 장애, 산모와 아기의 분리 등이 있는 경우에는 의료진의 개별적인 평가와 수유 계획이 필요하다.
[연구 출처] Maria Di Chiara·Gianluca Terrin, "Colostrum is enough, the pacifier is not the enemy, and the pump can wait: a narrative review of common misconceptions affecting early breastfeeding in healthy term neonates," '산모·태아 및 신생아 의학 저널'(The Journal of Maternal-Fetal & Neonatal Medicine), 2026년 7월 31일 온라인 게재. DOI: 10.1080/14767058.2026.2671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