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이 다가왔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A조에서 체코,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차례로 만난다. 본지는 KFA 월드컵 프리뷰쇼와 대한축구협회 전임 전력분석관 이도영 분석관의 해설을 토대로 상대 전력 등 포인트를 짚는다. [편집자주]
2026 북중미 월드컵 프리뷰 인포그래픽. /사진=AI 제작 이미지
[Asports뉴스] 이진경 기자 = 홍명보호의 북중미 월드컵은 체코전에서 시작된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2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11시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체코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A조 1차전을 치른다. 대표팀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사전 캠프에서 2주간 고지대 적응 훈련을 소화한 뒤 멕시코로 이동했다. 과달라하라에서 체코와 멕시코를 상대하고, 이후 몬테레이로 옮겨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갖는다.
1차전은 조별리그 전체 계산을 좌우한다. 개최국 멕시코전 부담을 고려하면 체코전 승점 확보는 필수에 가깝다. 상대는 이름값보다 실전 경쟁력이 까다로운 유럽 팀이다. 덴마크 우세 전망을 깨고 본선에 오른 체코는 높이, 몸싸움, 세트피스, 빠른 전환을 모두 갖췄다.
◇덴마크를 밀어낸 체코, 승부차기로 얻은 본선행
체코의 본선행은 끈질긴 생존력으로 설명된다.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많은 예상은 덴마크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체코는 두 경기 모두 2-2 무승부 뒤 승부차기에서 살아남아 북중미행 티켓을 잡았다. 이도영 대한축구협회 전임 전력분석관은 KFA 프리뷰쇼에서 “저 역시 덴마크가 올라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두 경기 모두 2-2 무승부 끝에 승부차기에서 이긴 후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내용이 압도적이지 않아도 끝까지 버티고, 승부처에서 살아남는 힘을 보여준 셈이다.
체코를 이끄는 미로슬라프 크로베크 감독은 1951년생 지도자다. 월드컵 경험은 선수와 감독 모두 없다. 자국 리그 경험이 풍부하고 체코 선수들의 특성을 잘 파악한 감독으로 평가된다. 이 분석관은 “자국 리그를 지도한 경험이 굉장히 많고 선수들을 많이 파악하고 있다. 체코 특유의 축구를 잘 구현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손흥민. /사진=KFA 공식 SNS
◇높이만 보면 위험… 선 굵은 축구 속 다양한 무기
체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장신 선수와 제공권이다. 그러나 높이만 의식하면 대응이 늦어진다. 체코는 전형적인 선 굵은 유럽식 축구를 쓰지만, 빠른 발과 드리블, 좋은 패스를 가진 선수도 보유했다. 이 분석관은 “키로만 하는 팀이 아니라 빠른 발과 드리블, 좋은 패스를 가진 선수들도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체코는 후방 빌드업 상황에서 미드필더를 거치지 않고 센터백이 곧장 스트라이커에게 긴 킥을 보내는 패턴을 자주 쓴다. 이후 미드필더들이 세컨드볼을 회수해 공격을 전개한다.
한국 수비가 첫 롱볼을 전부 차단하기는 어렵다. 핵심은 낙하지점 선점과 세컨드볼 회수다. 이 분석관은 “롱볼이 올라왔을 때 센터백 선수들이 키가 작다고 못 따는 것이 아니다. 미리 공간을 점령한다면 상대를 괴롭힐 수 있고, 세컨드볼을 미드필더 선수와 다른 선수들이 협력해서 차지하면 좋다”고 말했다.
◇크레이치의 왼발, 체코 공격의 첫 스위치
체코 공격의 출발점은 왼쪽 센터백 라디슬라프 크레이치다. 그는 왼발을 활용한 대각선 킥, 라인브레이크 패스, 전진 빌드업에 강점을 보인다. 플레이오프 두 경기 연속 득점까지 기록한 선수다. 이 분석관은 “체코 공격의 기점이 되는 크레이치 선수는 볼을 잡은 상황에서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며 “센터백에서 빌드업 능력을 갖춘 선수라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크레이치가 자유롭게 공을 잡으면 체코의 공격 속도가 살아난다. 대각선 킥이 박스 안으로 향하고, 파이널 서드에 진입한 뒤에는 볼을 오래 끌지 않는다. 곧장 박스로 연결한다. 이때 최소 세 명 이상이 박스 안으로 침투한다. 한국은 크레이치가 고개를 들기 전 압박 강도를 높여야 한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조규성. /사진=KFA 공식 SNS
◇체코 공격의 핵심과 수비의 약점
가장 위협적인 골잡이는 파트리크 시크다. 191㎝ 장신 공격수인 시크는 체코 대표팀에서 25골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30개에 가까운 공격포인트를 남겼다. 시크의 강점은 높이에만 있지 않다. 원터치 연계와 볼 소유 능력도 뛰어나다. 수비가 강하게 방해하지 못하면 3자 패스를 살리고, 크로스 상황에서는 박스 안 헤더와 강한 슈팅으로 마무리한다. 한국은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수비 라인의 경합 관리가 중요하다.
파벨 슐츠도 경계 대상이다. 이 분석관은 “체코 대표팀에서 스무 경기 가까이 출전해 다섯 골을 넣었고, 침투 패스와 공격 전환 상황에서 강점을 드러내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한국 측면 수비수들은 슐츠의 침투 타이밍과 전환 상황 움직임을 놓치면 안 된다. 베테랑 소우팔도 빼놓을 수 없다. 빠른 유형은 아니지만 정확한 킥과 경기 조율 능력이 돋보인다. 크로스는 높게만 띄우지 않는다. 페널티 마크 쪽으로 향하는 컷백성 크로스도 자주 시도한다. 세트피스 전담 키커이자 롱스로인까지 가능한 선수다. 풀백 또는 윙백의 밀착 수비가 요구된다.
체코는 수비 시 5-2-3 또는 5-4-1 형태를 쓴다. 상대 골킥 상황에서는 최종 라인 숫자를 줄이고 한 명을 높은 위치로 올려 압박에 가담시키는 모습도 보인다. 문제는 이때 생기는 뒷공간이다. 이 분석관은 “끌어당겼을 때 뒷공간이 굉장히 약점으로 보인다”며 손흥민과 오현규가 충분히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다고 봤다. 체코 센터백이 전진 수비를 시도할 때도 공간이 열린다. 5백으로 내려섰을 때 센터백이 끌려 나오면 그 뒤가 비는 패턴이 반복됐다. 덴마크와의 플레이오프가 한국에 남긴 중요한 참고 자료다. 빠른 공격수들이 이 공간을 노리면 슈팅, 나아가 득점까지 연결할 수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진=KFA 공식 SNS
◇한국의 공략법… 볼 소유와 하프스페이스 침투
한국이 체코를 공략하려면 경기 초반부터 볼 소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이 분석관은 “공격 상황에서 볼 소유를 계속 가져가면서 경기를 주도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월드컵 우루과이전에서 보여준 주도적 운영이 체코전 참고 모델이 될 수 있다. 체코가 5-2-3 형태로 수비할 경우 미드필더가 커버해야 할 범위가 넓어진다. 센터백이 앞으로 나오는 상황도 늘어난다. 한국은 하프스페이스를 반복적으로 찔러야 한다. 이강인의 패스, 황인범과 이재성의 전진 지원, 손흥민과 황희찬의 침투가 맞아떨어지면 체코 수비 라인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속도도 중요하다. 체코가 라인을 올렸을 때 첫 패스가 늦으면 압박에 갇힐 수 있다. 반대로 탈압박 뒤 빠르게 방향을 바꾸면 체코의 장신 수비수들은 뒷공간 대응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수비에서는 체코의 킥을 제어해야 한다. 앞선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센터백과 소우팔에게 편한 킥 타이밍을 주지 않아야 한다. 킥이 허용되더라도 센터백들이 몸싸움으로 낙하지점을 어렵게 만들어야 한다.
이 분석관은 “상대가 킥이 좋기 때문에 앞선 선수들이 킥 제어를 할 필요가 있다”며 “킥을 허용하더라도 센터백 선수들이 힘 경쟁을 통해 우리에게 어려운 공간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후 떨어진 공은 미드필더들이 빠르게 반응해 회수해야 한다. 김민재의 역할이 크다. 공격적으로 경합해 공을 멀리 보내거나, 한국 선수에게 연결될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해야 한다. 체코전 수비는 헤더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경합 뒤 두 번째 공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진=KFA 공식 SNS
◇변수는 세트피스… 체코의 무기이자 약점
체코전 최대 변수는 세트피스다. 체코는 최근 10경기에서 18골을 넣었는데, 그중 10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장신 선수와 좋은 키커를 보유한 팀답게 정지된 공 상황에서 강하다. 그러나 약점도 세트피스다. 동 기간 체코는 12실점을 허용했는데, 7실점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큰 키가 곧 완벽한 수비를 뜻하지는 않는다. 한국도 정교한 킥과 약속된 움직임으로 체코 골문을 노릴 수 있다.
이 분석관은 “큰 키라고 해서 다 세트피스에서 강점이 있는 건 아니다. 기민한 움직임과 킥이 좋은 세트피스 키커들이 정확한 킥을 한다면 충분히 득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인, 손흥민, 황인범 등 킥 능력을 갖춘 선수들의 역할이 커진다.
◇홍명보호의 첫 답안
한국과 체코의 상대 전적은 5전 1승 2무 2패다. 최근 맞대결에서는 한국이 승리했다. 체코는 까다롭지만 넘지 못할 상대는 아니다. 높이와 세트피스, 선 굵은 전개를 막아내면서 뒷공간과 하프스페이스를 공략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 체코전은 조별리그 1차전이다. 승리하면 멕시코전을 앞두고 여유를 얻는다. 무승부라도 남은 두 경기 계산은 가능하지만, 한국이 16강 이상을 노린다면 첫 경기에서 승점 3을 가져오는 것이 가장 좋다.
홍명보호의 첫 과제는 분명하다. 체코의 롱볼을 버티고, 세컨드볼을 따내며, 빠른 공격수의 침투로 상대 수비 뒤를 흔드는 것이다. 북중미 월드컵 첫 90분은 한국의 A조 여정 전체를 가를 출발선이다.
jingyeong@asportstv.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