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립도서관 리슈리외 분관의 외관. 오래 전부터 프랑스는 지식과 문화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의 자산’으로 여겨온 나라다. 책과 문헌은 개인의 소유를 넘어 공동체의 기억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기반이라는 사회적 인식은, 오늘날 프랑스를 유구한 문화유산의 나라로 떠받치는 보이지않는 힘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세워진 체계적인 수집과 분류, 보존의 전통은 프랑스를 세계 최고의 문헌정보학의 나라로 만들었다.
이른 아침임에도 도서관 입구는 방문객들로 붐빈다. 이를 잘 드러내주는 공간이 바로 프랑스 국립도서관(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BnF)이다. 약 4천만 점에 달하는 방대한 소장 자료를 품은 이곳은 세계에서가장 오래된 국립도서관 가운데 하나다.
파리의 리슈리외(Richelieu) 분관을 중심으로프랑수아-미테랑(François-Mitterand), 아르스날 (Arsenal), 오페라(Opéra), 그리고 아비뇽에 위치한 공연예술 전문분관 장 빌라르(Jean Vilar)까지. 총 다섯 개의 분관으로 이루어진 이 거대한 기관은, 매년 약 150만 명이 찾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방문객이 오가는 도서관으로 꼽힌다. 한국의 고서인 직지심체요절과 왕오천축국전 도서도 소장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 첫 번째로 마주하는 안내데스크.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역사는 14세기, 샤를 5세의 개인 서재에서 시작된다. 루브르궁 안에 모여 있던 왕실 소장 자료들은 왕의 손을 거치며 점차 늘어났고, 18세기에는 이미 체계적인 분류 시스템을 갖춘 도서관으로 발전했다. 몇몇 지식인과 시민에게도 문을 연 이공간에는 볼테르와 루소 같은 사상가들도 드나들었다. 프랑스혁명 이후 왕실 소유였던 자료들은 국가의 자산이되었고, 여기에 귀족들의 장서가 더해지며 오늘날의 국립도서관으로 이어졌다.
화려한 경관이 이목을 끄는 오발 열람실의 전경. 이 여러 분관 가운데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공간은 단연 리슐리외 도서관이다. 오페라와 루브르 사이, 리슐리외 거리(Rue de Richelieu)에 자리한 이곳은 국립도서관의 역사적 출발점이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 17세기 건축 이후 19세기에 대대적인 개조를 거친 이 건물은 그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3년 프랑스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일반 방문객들을 위한 열람 공간과 전시 공간은물론, 공연예술과 지도·도면, 판화와 사진, 필사본, 화폐와 메달, 고대 유물, 음악 자료를 다루는 연구자들을 위한 전문 열람실도 마련되어 있다.
둥근 서가와 천장을 향해 쏟아 내리는 빛이 인상적이다. 금박 장식으로 둘러싸인 둥근 서가와 천장을 통해 쏟아지는 빛은 마치 한 편의 영화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입구에 길게 늘어선 방문객들의 풍경도 인상적이다.
둥근 열람실의 벽을 따라 거닐며 도서관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관광객들의 모습.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대규모 복원사업에 2,700명 이상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기부자로 참여했는데, 이 공간이 프랑스인들에게 지닌 의미를 짐작케 한다.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들을 만나볼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 오발 열람실에는 미술사와 문화유산 관련 도서 2만 권을 비롯해 만화와 디지털아트자료가 비치돼 있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프로그램과 BnF 소장 컬렉션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디지털 키오스크도 마련돼 있다.
다양한 모양으로 비치돼 있는 책들. 오래 전 작가들의 목소리를 문헌으로만나고, 사진자료를 또한 만나는 감동을 느껴본다. 관광객, 시험을 앞둔 학생, 주말나들이에 나선 가족까지. 지난 시간의 흔적을 만끽하는 방식 또한 제각각이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단순히 책을 쌓아두는 장소가 아니다. 이곳은 ‘지식을 어떻게 보존하고, 조직하며, 공공에게 전달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오랜 시간 국가와 지역 사회의 의지, 책에 대한 정신, 그리고 인문학의 차원에서 고민해 온 결과물이 있는 곳이다. 오발홀에서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문득 이런 생각을 떠올려 본다.
진정으로 지식을 다루는 태도란, 그것을 소유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나누고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해 보는 건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