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용 캐리어의 잘못된 사용. (소비자원 제공)[소비자경제] 이동윤 기자 = 여행의 시작점인 공항이 영유아에게는 사고 다발 지역으로 나타났다.
연말연시 자녀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의 공항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공항 터미널 내에서 발생하는 영유아 안전사고가 다양한 유형으로 확인돼 보호자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을 통해 최근 6년간(2020년 1월~2025년 10월) 접수된 공항 내 안전사고를 분석한 결과, 총 62건 중 54.8%(34건)가 7세 이하 영유아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여행의 출발점인 공항이 영유아에게는 사고 위험이 높은 공간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캐리어 낙상 사고, 1~3세에 집중...머리 부상 비율 높아
공항 내에서 여행용 캐리어에 올라탔다가 떨어진 사고는 같은 기간 14건 접수됐다. 이 가운데 85.8%(12건)가 1~3세 영유아에게 집중됐으며, 위해 부위를 살펴보면 92.9%(13건)가 머리·얼굴 부상이었다. 실제로 뇌진탕이나 치아 탈구 등 중상으로 이어진 사례도 확인됐다.
여행용 캐리어는 바퀴가 달린 이동용 가방으로, 약 60~100cm 높이에 안전장치가 없는 구조다. 사람이 타는 용도가 아니기 때문에 영유아가 올라탄 채 이동할 경우 중심을 잃고 쉽게 넘어질 수 있다. 특히 영유아는 신체 조절 능력이 미숙하고 머리가 상대적으로 큰 체형 특성상 낙상 시 머리부터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부상 위험이 크다.
수하물 카트, 손 끼임·충돌 사고 잦아
수하물 카트로 인한 안전사고도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6년간 발생한 관련 사고 12건 중 75.0%(9건)가 6세 이하 영유아에게서 발생했다. 이 중 66.7%(6건)는 카트 틈새에 손이 끼여 피부가 손상되는 사고였고, 카트에 부딪혀 얼굴 부위를 다친 사례도 보고됐다.
수하물 카트의 높이가 약 1m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키가 작은 영유아가 충돌할 경우 눈이나 얼굴 부위에 직접적인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카트 역시 사람이 탑승하는 용도가 아님에도, 1세 영유아를 태웠다가 떨어진 사고 사례도 확인됐다.
컨베이어벨트 등 자동화 장치, 호기심이 사고로
비행기 탑승 수속과 보안 검색, 수하물 수취 과정에서 흔히 접하는 컨베이어벨트 등 수하물 검색·운반 장치도 영유아에게는 위험 요소다. 움직이는 장치 특성상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2022년 2세 영유아가 보안 검색대 장치에 손가락을 넣었다가 상해를 입고 응급 진료를 받은 사례가 있었고, 해외에서도 2세 영유아가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타 수하물 처리실까지 이동했다가 구조되거나 손목 골절상을 입은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보호자가 탑승 수속이나 짐 처리에 집중하는 사이 사고가 순식간에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안거나 손 잡고 이동...탑승용 아닌 장비에 태우지 말아야"
한국소비자원은 영유아 동반 여행객을 대상으로 ▲사람이 타는 용도가 아닌 여행용 캐리어와 수하물 카트에 영유아를 태우지 말 것 ▲공항 내 인파가 붐비거나 컨베이어벨트 등 기계 장치 주변에서는 영유아를 안거나 손을 잡고 이동할 것 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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