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헬코미디어)[헬스코리아뉴스]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의 나침반이 급격히 서쪽에서 동쪽으로, 정확히는 중국으로 쏠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이벨류에이트(Evaluate)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데이터는 더 이상 중국을 '저렴한 후보물질 조달처'로 치부할 수 없음을 경고한다. 2022년 5200만 달러 수준이던 중국 기업의 라이선스 계약 평균 선불금은 올해 1억 7200만 달러로 230%나 폭등했다. 이제 중국의 혁신 기술은 제값을 넘어 프리미엄을 얹어줘야 살 수 있는 귀하신 몸이 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점유율의 지각변동이다. 전 세계 바이오제약 라이선스 거래 가치 비중에서 미국은 2021년 55%에서 지난해 29%로 반토막 났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중국이다. 같은 기간 중국의 비중은 5%에서 48%로 수직 상승하며 사실상 시장의 절반을 집어삼켰다. 특히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이중특이항체, 항체-약물접합체(ADC),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 등 첨단 분야 파이프라인의 약 절반이 중국 자산이라는 점은 중국이 이미 '카피캣'을 넘어 글로벌 표준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지정학적 리스크조차 기술의 패권 앞에서는 무력했다는 사실이다. 미국 정부가 생물보안법을 통해 중국 기업을 압박하고 관세 장벽을 높여도,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나 사노피(Sanofi) 같은 글로벌 빅파마들은 줄을 서서 중국 기업과 손을 잡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중국 CSPC 제약의 비만치료제 권리를 위해 최대 185억 달러(약 25조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이 단적인 예다. 결국 시장의 논리는 명확하다. 지정학보다 중요한 것은 '압도적 기술'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 바이오 산업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중국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글로벌 혁신 허브로 도약하는 동안, 과연 우리는 무엇을 준비했는가. 우리 역시 기술 수출 성과를 내고는 있지만, 중국처럼 특정 핵심 분야를 통째로 지배할 정도의 '규모의 경제'와 '밀집된 생태계'를 갖췄는지 냉정히 되짚어봐야 한다.
중국은 더 이상 '가성비'의 대상이 아니다. 글로벌 파이프라인의 30%를 점유한 확립된 혁신 국가다. 우리 바이오 산업이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개별 기업의 분투를 넘어 국가 차원의 파격적인 R&D 집중도와 글로벌 임상 지원 체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술 거래 시장에서 미국과 유럽이 밀려나고 중국이 그 자리를 꿰차는 광경은 남의 일이 아니다. 중국의 급부상을 타산지석(他山之석)으로 삼아, 우리만의 독보적인 '틈새 지배 기술'을 확보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골든타임은 길지 않다.